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고, 그 사람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법,
누구는 꼬추 떨어진다는 '저주'를 들으며 기어이 칼을 잡고 각성대오를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자레인지의 윙윙 소리만 들어도 고어영화를 떠올리며 반경 10m 밖으로 도망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여 강산이 변할 동안
도마에 16비트 유로댄스 버전의 칼질을 구현하고
반나절 만에 한 종지의 밀가루 반죽을 뽕충만 E컵 공갈빵으로 연성 할 수 있는 비기를 익혔습니다.
가끔 하늘의 기운과 대지의 기운이 만나서 내 손끝에 아우라를 만들면 '사이다맛 물김치'를 연성하기도 합니다.
2000년 초반 부터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했으니
그 전의 짬뽕라면메소드 김치떡밥 등으로 혹세무민 '요리사' 시절의 치기를 잊고
지금 당장 6성급 호텔에 던져 놓아도 양파까기와 파다듬기는 '익숙하다~' '적절하다~' 라는 말을 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물론 나도 우리 주성치 대인이 익힌 여래신장 처럼 중원의 비급을 적은 책을 싸게 구해 익히긴 했습니다.
당시의 책들이란게 지금 네이버 백과 사전의 요리법과 차이가 없습니다.
물에 씻어 준비한다. 썬다. 적당히 익으면 XX를 넣는다. 한 소끔 끓이고 불은 끊다. XX고명을 올린다.
물에 씻어 준비한다. 썬다. 기름을 두른다.XX 순서로 볶는다. 불을 끊다. 참기름을 두르고 깨소금. XX 고명을 올린다.
읽어보면 암걸리는 내용에 얼척없는 사진에 뭐 그런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알겠더군요. 그렇게 쓰여 지는게 어떤면에서는 의미 있다는 사실을.
혹시 파기름,마늘향 등이 언제 부터 요리의 중심으로 쓰여진지 기억하십니까?
아마 제 생각에는 약 10년 전, 방배동의 모 요리 선생이 책을 쓰면서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때 부터 우리는 향취에 집착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 향취가 뭐냐 하면, 내 눈앞에서 바로 휘어 잡는 향기, 식욕을 증진시키는 바로 그 향기.....마늘과 파가 만들어내는 기름의 향기죠.
소시적에.......
우리가 그런 향취를 맡을 수 있는 곳이 집은 아니었다고 확신 할 수 있습니다.
연식이 있으시다면 그만한 화력을 가진 집이 없었고, 있다 한들 엄마들이 튀는 기름을 절대 네버 감당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중국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기름의 느끼함'이 맛없는 요리의 표본이 되었겠습니까!!!
(가끔 엄마들이 한손으로 등짝 스메싱을 한다고 한손으로 기름을 과다하게 넣곤 하셨죠.ㅋ)
지금 우리가 사먹는 음식의 향취야 '구매촉진'의 일환이겠죠. 안 그랬다가는 집음식과의 차이를 만들기 힘들고,
헌데 우리가 집에서 해먹어야 하는 음식도 '구매촉진'의 일환이 될 필요가 있겠냐는 겁니다.
한번 먹고 끝내는 음식이 아니라 잔반통에 담에서 다음에도 먹어야 하는 음식......
여기에 과도한 '단타성 매력만발 음식'일 필요는 없겠죠.
기회가 되면 왜 그런 차이를 둬야 하는지 썰을 한번 풀어 볼까 합니다.
망중한의 여유를 여기다 풀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