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회의에 참석중인 문 대통령을 파스칼 소리오 CEO가 직접 찾아와 면담을 갖고 백신의 원활한 공급과 각종 협력 사항을 논의하고 갔다고 하는데요 이는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을 글로벌 백신허브로 만들기로 합의한 것과 맞닿아 보입니다.
사실 글로벌 허브구상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져서 나온 결과물인데요 그 중심에는 세계의 뱅신 공장을 자처해온 인도, 그중에서도 최대 백신 생산사인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SII가 있어 보입니다.
SII에서는 AZ뿐 아니라 스푸트니크 포함 4종의 백신을 대량생산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있는데요 상장회사도 아니라 사업결정이 신속하고 불도저식으로 잘 밀어붙이는 걸로 유명합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할 무렵 백신 바이알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생산 유치하는 걸 회장 아들과 회장이 밥상머리에서 5분 대화해서 결정했다는 일화는 꽤 유명하죠(회장아들 피셜)
이런 SII였는데 공장 화재부터 시작해서 예상에 못미치는 생산능력 등 악재가 겹치며 휘청거리는 게 되고, 여기에 최근 인도의 코로나 급증 사태가 결정타를 날렸죠. 인도 정부가 백신 수출을 금지시킨 것인데요 올해 말까지 수출이 불가능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인도가 이모양이라도 선진국은 문제가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엔 자기들이 넉넉하게 쓰고도 좀 남을 정도의 생산라인은 갖춰져 있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른바 후진국들입니다. COVAX 초기물량의 70% 정도를 SII가 공급하기로 돼있었는데 이게 불가능하게 된 것이거든요.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고요. 물론 인도만의 문제로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분명합니다. 여담이지만 백신 수급는.. 말 그래도 전쟁터입니다. 미친 기레기들은 허구한날 백신이 모자르다, 왜 선택권이 없냐, 화이자 내놔라 모더나 내놔라 ㅈㄹ이지만 백신 구경도 못해본 나라가 부지기수고 앞으로도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몰라요.
아무튼 갑자기 생긴 이 공백에 대한민국이 들어갈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 지가 어제자 기사로 다룰 정도로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급성장을 하고 있는데요 기사에서 인용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 이전 10년 걸려 습득하고 축적할 기술을 지난 코로나 1년 동안 얻고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물론 기사에서도 지적하듯 아직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나 대량생산능력 정도이고 여기서 더 발전할 지는 두고볼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정도도 대단한 것이고 일단 코로나 사태에서 대한민국이 맡을 일은 분명히 있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한국은 인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코로나 방역에 성공적입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인도처럼 급격하게 악화되는 국내사정 때문에 백신 수출이 통제되거나 할 가능성은 매우 낮죠. SII처럼 온갖 백신을 혼자 다 만드는 체제가 아니라 몇몇 기업이 나눠서 여러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능력도 되고요. 여기에 한미정상회담의 결과인 미국의 공식적 지지 선언까지 있으니 백신생신거점의 다극화 과정에 대한민국이 한자리 차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사태는 없었으면 좋았을 전지구적 비극입니다. 하지만 지금만큼 대한민국이 전세계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던 때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라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위기라면 마지막까지 실수없이 잘 이용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