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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게시물ID : movie_53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nkyzet
추천 : 15
조회수 : 72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2/14 15: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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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봄처럼 따뜻했던 어제와 달리 제법 쌀쌀한 일요일 아침 조조영화로 캐롤을 보고 왔습니다.


영화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가 있었는데요


바로 Roberta Flack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였습니다


사실 영화 첫 장면 두 여주인공 눈을 마주치는 장면부터 이 노래가 딱 떠오르더군요


이 첫 장면에 두 인물의 가슴속에서 일어난 일은 딱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운명적인 만남


그 외에는 다른 표현이 또 없을 거에요


처음 마주친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은 터져나갈 거 같이 쿵쾅쿵쾅 뛰고 


발밑에 지진이라도 난거마냥 다리는 후들거리고, 손가락 끝으로 톡 건드리기만 해도 펑 터질 거 같은 기분.


뭐 그렇다면 이 사람을 만난 건 운명이야 라고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Carol.jpg

여기까지보자면 이 영화도 다른 흔한 멜로 영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네요


그나마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두 여인들이라는 거


하지만 요즘에 동성연애라는 소재도 흔해 빠진 게 되어버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다른 동성 멜로 영화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어요


그게 뭐냐구요? 일단 이 얘기부터 해볼게요.

 

제 친한 친구 중에는 좀 짓궂은 녀석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제게 거의 매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 혹시 게이 아니냐?’


제가 아주 조금이라도 뭔가 여성적이라고 비춰질 행위나 말을 할 때마다 이 말은 여지없이 나옵니다.


이 자식 게이 아니야? 수상한데?’


넌 왜 여자친구가 없냐? 너 게이지?’


농담조로 하는 말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이 게이 디텍티브에게 추궁당할 때마다. ‘아니다라고 확실히 말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렇다면 내가 게이가 맞느냐고 물으면 그렇다도 아닙니다


그럼 뭐냐고요? 그 대답은 잠시 후에 해드리죠.



먼저 이런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가슴이 마치 사로잡힌 새 마냥 떨리고 


말 그대로 지구가 빙빙 돈다는 사실을 내 발바닥으로 체감할 수 있다든지 


눈을 감거나 뜨거나 빔 프로젝터 쏜 듯이 그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보나마나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거겠죠


그런데 그 사람이 당신과 동성이라면


한 번도 다른 동성에게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 느끼게 된다면


뭐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당신은 음 뭐... 네 게이인거죠.


사실 자신을 확실히 구분지어서 나는 이성애자다 동성애자다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지 말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만약에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 이후엔 순전히 자기의 선택에 달린 거에요.


.. 아니야 내가 게이일 리가 없어. 그냥 착각일거야.’라고 부정하든지


그래. 이건 사랑이야. 틀림없어.’ 라고 받아들이든지



그래서 제게 그럼 모든 사람이 전부 게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사실 게이가 되기 위해서 자격증이 필요한건 아니잖아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성적 취향하나마다 점수를 매겨서 이 사람이 게이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닐 거에요


게이커플이나 이성커플이나 본질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인거지 대상이 동성인지 아닌지는 아닐 겁니다.

 

영화 캐롤에서 테레즈는 캐롤에게 말하길 자신은 그저 모든 것에 대해 라고 받아들이기만 한다고


자신은 스스로 점심메뉴도 고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하소연하죠


저는 이 대화에서 납득 할 수 있었어요. 보통 처음 동성과의 사랑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과 당혹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테레즈의 태도에선 그런 것들을 찾아보기 힘들죠


오히려 자기보다 먼저 동성과의 사랑에 눈을 떴던 캐롤보다 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 보이거든요


테레즈는 모든 것을 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기에 사랑을 발견했을 때 어떤 망설임도 보이지 않아요


그 대상이 동성일지라도 말이죠


이 점이 바로 다른 동성 멜로 영화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게이든 아니든 본질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라는 것


사실 동성애에 대한 많은 영화들이 그 본질의 차이 없음에 대해 얘기하지만 


이 영화만큼 그걸 뚜렷하게 느낄 수 없을 거에요


왜냐고요?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로서 그 두근거림을 느끼게 하는 뭔가가 있거든요


당신이 게이든 아니든.

carol2.jpg

그래서 제가 게이인지 아닌지 묻는다면 제 대답은 이겁니다.


몰라


네 저도 몰라요. 저는 지금까지 동성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답은


그건 나도 모르지


입니다.


그럼 니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니? 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정하지는 않을 거 같네요.


그건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마치 Roberta Flack의 노래처럼


처음 본 누군가의 눈 속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이 느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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