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현재 영화관 근황]글의 의견들을 보고 글을 올립니다. 논란이 될수 있는 글이며, 긴글입니다.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스크린 몰아주기' 현상은 어떻게 생기는지..
많은 분들이 대형 배급사의 횡포다. 뒷 거래를 통한 밀어주기, 독점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사실상 진실과는 먼 이야기 입니다.(직접적인 영향은 아닙니다...)
1. 현 한국의 영화관, 극장은 철저히 수익을 우선시 한다.
- 다양한 영화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영화문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곳이 결코 아니다.
- 아무리 대형 배급사의 영화라도 관객이 찾지 않는 영화는 스크린수를 줄인다.
2.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 가장 우선시 되는 조건은 작품성이 아니다.
- 영화관을 찾는 사람의 대부분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오는 것이지, '좋은 영화, 작품성 있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 관객이 해당 영화를 고르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작품성보다는 화려한 캐스팅(돈)과 영화의 스케일(돈), 노출도 높은 광고(돈), 빠르고 많은 관객 반응(돈) 정도이다.
3. 천만 영화의 조건 역시 작품성이 아니다.
- 2번의 관객이 해당 영화를 고르는 요인에서 10~60대까지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만 추가 하면 가능하다.
- 평소 영화를 보지 않는 50~60대 관객을 유치하는 영화가 천만을 넘길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
- 결국 위 조건을 다 채울 수 있는 곳은 현실상 대형 배급사만이 가능하다.
영화관, 극장은 각각 개별적인 수익구조를 우선시 하고, 영화관에 근무하는 직원 인사고과의 향방은 해당 영화관이 얼마나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 입니다.
지금 '검사외전' 이전의 '명량' '국제시장' 등등 영화인이라면 작품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이유는 잘 팔려서 입니다.
현재 '검사외전'과 경쟁(?)하는 영화가 '캐롤' 이나 '쿵푸팬더'로 알고 있습니다.
위 세가지 상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과 직원 들은 가장 극성수기인 설연휴와 방학시즌에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천만영화 전문배우 흥행보증 수표 '황정민', 한국을 대표하는 꽃미남 배우 '강동원', 한국에서 가장 잘 먹히는 '부정 권력에 맞서 승리'하는 스토리, TV만 틀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광고로 영화자체의 인지도가 높아진...
무엇하나 흥행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가진 '검사외전'을 가장 많이 진열하게 됩니다.
그래도 아직 개봉전이므로 인지도 있는 '쿵푸팬더'를 버릴 수 없고, 작품성 있는 '캐롤' 역시 드문드문 잘보이는 진열장에 진열합니다.
개봉일을 앞두고 사전예약을 받습니다.
'검사외전'의 사전 예약이 예상보다 훨씬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상대적으로 사전 예약이 이루어지지 않는 '쿵푸팬더'와 '캐롤'은 노출도가 낮은 진열장으로 옮기거나, 아예 사전예약까지 취소 시키고, 상품판매 시간을 제한하며 잘 팔리고 있는 '검사외전'을 더욱 많이 진열합니다.
지금 당장 수익을 내는 것이 1/4분기 수익의 80%를 차지할 것이며, 이런 수익이 직원들의 인사고과에 바로 반영이 될것이기에 사장과 직원은 고민없이
'검사외전'이 독점하다 시피 가게 진열장을 채워 버립니다.
아주 자연스런 흐름으로 그 어떤 담합이나, 혹은 밀어주기, 외압 등이 있는것이 아니라... 현 상황은 잘팔리고 찾는 관객이 많아지니
다른 영화의 스크린 수를 줄이더라도 잘팔리는 영화의 스크린수를 늘리는 것 뿐입니다.
스크린을 독점해서 볼수 있는 영화가 없어 어쩔수 없이 '검사외전'을 본다. 가 아니라... '검사외전'이 너무 잘팔리다 보니 스크린을 독점해서라도 더 많이 팔아야 겠다. 가 현 상황에선 맞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캐롤'이나 '쿵푸팬더'의 상영시간이 없어 영화관에서 발길을 돌리는 관객보다, '검사외전'이 매진되어 관람을 포기하는 관람객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한정적인 상영시간과 좌석수를 가지고 50%만 채워지는 영화를 상영할 것이냐, 100% 매진이 보장된 영화를 상영할 것이냐는 수익을 우선시하는 극장 구조상 뻔히 보이는 결과 입니다.
그럼 왜 헐리우드의 대형 영화들과, 한국영화가 경쟁을 할때 한국영화가 스크린수를 압도 할 수 있는 것이냐?
헐리우드 영화가 캐스팅, 스크린, 광고 어느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 않느냐? 하실텐데...
대표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130만)', '호빗 : 다섯군데 전투(280만)' 를 들수 있습니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8주 넘게 상위권을 차지한 영화로, 각각 '명량'과 '국제시장' 과 경쟁을 한 영화입니다.
위 두 영화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준 매니아층 영화 입니다. 영화 개봉 1주차는 경쟁영화와 비슷할 정도로 예매율도 좋고 현장발권도 많습니다.
하지만 1주 주말이 지나고 2주차 주말즈음 되면 예매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됩니다.
즉, 이 영화를 기다려오고 환호하는 대부분의 관객은 영화 개봉 1주차에 거의 다 관람을 하고, 2주차부터는 인기가 시들한 겁니다.
곽객층이 현저히 낮은거죠... 3주차가 되면 예매율은 해당 극장에 10%도 채 안되게 됩니다.
반면 '명량'과 '국제시장'은 작품성을 떨어지더라도 시간때우기로 보기 나쁘지 않으며, 10~60대까지 두루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영화 중 하나죠.
관객 반응도 뜨거우며(광고, 광고, 광고... 실제 관객반응 조금..), 예전의 향수를 일깨울 수 있으며, 50~60대라도 누구나 알고있는 인물 혹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개봉 2주차 이후에도 꾸준히 예매율을 유지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개봉 첫주는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의 스크린수 격차가 독점이라 할 정도로 차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봉 2주가 지난 후엔 스크린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 사실상... 가디언즈는 아는사람만 아는 영화였죠.. 스크린수를 많이 차지할 조건자체가 안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만한 이순신장군 vs 마블=아이언맨(어벤져스)으로 인식하는 대다수의 사람 외에 아는사람만 아는 가디언즈 )
2014년 51주차 스크린수 (출처 : 영화 진흥 위원회)
1위 국제 시장( 개봉일 12월 17일 ) | 스크린수 : 966
2위 호빗 : 다섯군데 전투 ( 개봉일 12월 17일 ) | 스크린수 : 926
2014년 52주차 스크린수 (출처 : 영화 진흥 위원회)
1위 국제 시장( 개봉일 12월 17일 ) | 스크린수 : 953
4위 호빗 : 다섯군데 전투 ( 개봉일 12월 17일 ) | 스크린수 : 511
관객 반응을 보고 주말이후의 예매율 및 실 관람객수를 대비해서 상영계획에 스크린수가 줄어듭니다.
일례로
독립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는 배급사가 CGV인데도 불구하고 개봉 첫주의 스크린수는 199개로
같은 날 개봉했던 '꾸뻬씨의 행복여행' 224개에 못미치는 스크린 수였습니다.
하지만, 개봉후 영화의 호응도가 높아져 개봉 2주차에는 287개, 3주차에는 806개...
당시 영화관의 분위기를 보자면, 해당 영화가 그렇게 큰 흥행을 거둘지 모르고 1주차 2주차에 해당영화의 상영계획이 없었던 극장들은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고객의 클레임을 상당 수 받았었고, 급 3주차부터 상영계획을 잡고 스크린수를 늘렸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흥행에 해당 배급사도 홍보영상( 실 관객 반응 광고 ) 뿌려 그 흥행에 박차를 가하게 했고, 무려 8주나 상위권을 차지하여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님아...' 480만, '아이언맨2' 442만, '캡틴아메리카 : 윈터솔져' 396만... )
작품성 + 50~60대 관객 확보 + 관객반응 으로 이루어낸 흥행
작품성까지 인정받은 영화 '변호인'
다른 천만 영화에 비해 사전광고를 많이 한것도 아니며, 천만에 가까워질수록 공중파에서 해당영화의 관객기록을 보도하는 방송사가 많은 반면,
'변호인'은 천만을 넘겼음에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보도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외압이 들어온다면 해당 영화가 외압이 들어와 스크린수가 줄었어야 함에도, 찾는 관객이 많아져 오히려 스크린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성 + 대표배우 + 50~60대 관객 확보 + 관객반응 으로 이루어낸 천만영화
영화시장이 문제가 없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야 너네 왜 몰아주기해? 왜 담합해서 독점해? 라고 해도, 실제로 그들이 담합, 독점, 밀어주기는 없으니 그들은 나름 당당해 지고 오히려 억울해 할 뿐입니다.( 사전 배급사와 영화사의 계약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해당 글에는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
영화관, 극장 자체를 수익만을 우선시 하는 사업장으로 바뀌게 한 대형배급사 및 영화사의 실태에 대한 문제제기와
영화를 좀더 비판적으로 보고, 작품성을 생각하며 고를 수 있는 관객의 영화 보는 눈이 높아져야만 타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극장 영화의 스크린 수' = '해당영화를 찾는 관람객 수'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리의 비약이 많을 수 있는 글입니다.
영화 '아바타' 부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까지 영화관에서 근무했던 일개 개인의 의견입니다.
내용에 대한 공격성 비난보다 비판적 의견을 내주시면 적극 수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