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 고종은 아들이 없어 송 태조의 후손 중 한명을 택해 이름을 신愼으로 고치고 자신의 아들로 삼았습니다. 이 아이가 바로 남송 효종이 되는데, 효종은 굉장히 효성스러워 양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받들었습니다. 다만 고종은 사치를 일삼고 정치에 별 재주가 없던 위인이기에, 아들에게 한평생 도움을 주지 않은 존재였습니다. 이 둘 사이에 재미있는 일화가 몇개 있어서 소개해볼까 합니다.
1.하루는 술에 취한 효종이 태상황 고종에게 돈 20만 전을 바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었는데 며칠 후 태상황이 그 일을 부인 오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오씨는 "그 돈을 국고에서 찾아가라는 편지는 벌써 왔어요. 그런데 은자인지 동전인지 알 수 없어서 찾아오지 못했어요." "그저 용돈으로 쓸 돈이면 되오." 고종의 말에 오씨는 자기 돈을 효종이 주는 돈이라 속이고 태상황에게 바쳤습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효종은 오씨에게 배로 갚아주었습니다.
2.덕수궁으로 효종이 문안을 드리러 가자 고종이 묻습니다.
"요즘 언관들이 또 무슨말들을 하던가?"
"정조鄭藻를 탄핵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로 정조를 탄핵하지? 형수를 아내로 맞아들인 그 일 때문인가?"
"예."
"중매꾼의 면목도 보아야지. 사람들이 참."
"그런데 그 중매꾼이 누구일까요?"
"짐일세."
"예?"
효종은 급히 돌아와 조회를 열고 그 언관을 파직시켰다고 전해집니다.
3.매년 태상황의 생일이면 효종은 많은 재물을 진상했습니다만, 어느 해에는 경비를 절약하느라 두 가지를 뺐습니다. 이를 눈치챈 고종은 노발대발하였고, 효종은 쩔쩔매다 재상 우윤문과 의논했습니다. 우윤문은 태상황을 배알한 후 웃음띤 얼굴로 말합니다.
"모는 죄는 소신들에게 있사옵니다. 저희들이 태상황의 만수무강을 위해 백성들의 부세를 경감시켰습니다. 백성들의 부세를 경감시키는 방법으로 태상황께서 적선을 하시고 그래서 태상황의 불로장생을 기원하려고 했습니다."
그제야 고종은 화가 풀려 웃으며 우윤문에게 술을 권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