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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2655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pd30★
추천 : 3
조회수 : 1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11 10:48:38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그가 그토록 증오해왔던 명절이 돌아왔다.
20년전에는 받아만 왔던 새뱃돈을 어느새 조카들에게 나눠줘야할 그런 나이가 되버렸다.
청년시절에는 그럴듯한 중견기업에 취업해서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아왔던 그는 갑작스러운 회사의 위기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말았다.
현재 치킨집에서 배달을 하며 근근히 먹고사는 그에게 명절은 지옥이고 조카는 사탄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른친척이 조카에게 5만원을 헌납하면 적어도 만원은 바쳐야하는 현실을...
그것마저 조카들은 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명절마다 부모님께 용돈을 두둑히 챙겨줄 수 있는 그였으나
지금은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쓰는 그런 존재이다.
설날,추석의 다음날엔 가슴이 먹먹해져 펑펑 우는것도 이젠 신기하지도 않을 따름이다.
늘 그렇듯 자기인생을 한탄하던 그는 갑작스러운 조카의 물음에 깜짝놀란다.
"삼촌!"
"??!! 어.. 왜?"
"이거..뭐야?"
순간 입밖으로 '씨발'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뻔했다. 조카놈이 결국 그의 치부를 건드린것이다.
"그거... 약이야 약."
"어디쓰는 약?"
".....머리에 바르는거야"
결국 조카가 집안 대화의 주제를 나의 힘든삶으로 설정하는데 성공했다.
어르신들은 그때부터 "저나이에 일자리 안구하고 뭐하느냐", "용돈받아쓰는건 좀 구차하지 않느냐"등등 나에대한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젠장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말았으면 한다 .
"엄마! 저 나갔다올께요!"
그는 제빨리 지옥같은 집안을 빠져나온다.
"담배 한갑주세요"
그런데 담배가 탈모에 악영향을 끼치던가? 그와중에도 자신의 모발을 걱정하는 그였다.
그는 아무런 생각없이 공원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공원벤치에 앉은 그는 할것도 없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왜지?
그의 핸드폰 액정에 물이 떨어진다.
한방울, 두방울, 투두두둑
하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는다.
매번 그래 왔으니까.
그리고 모발은 유한하지만 눈물은 무한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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