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저는 동경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4학년인지라 학교 안가는 날엔 거의 매일 알바를 다닙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케이블카 영업소에요.
요즘 들어 태국 손님과 중국 손님이 거의 일본국내손님보다 3-4배 오고 있는지라, 영어 대응이 대부분입니다.
이제 9개월차라 꽤 일에도 익숙해졌고 직원들도 편하게 친구처럼 대해줘서 재밌게 일 하고 있었습니다만, 접객업의 무서움을 제가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주 춘절(중국의 설날)을 맞아 안그래도 많은 중국손님이 3-4배로 불어난 덕분에, 직원도 알바도 엄청나게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었을 때였습니다.
어제가 그 춘절연휴 마지막날이었죠. 케이블카 종점역 교대를 가서, 상황을 보니 홈에 왠 캐리어 3개랑 큰 선물 봉지 3개가 일렬로 주욱 놓여져 있더라구요. 교대 전 알바에게 물어봐도 갑자기 저기 놓여져 있었다 하더라구요.
저도 별 생각 안하고 바쁘니까 그냥 냅뒀는데 그 짐의 주인들 (중국인 3인가족)이 케이블카를 타려고 플랫폼 계단까지 내려가서는 곤돌라 안에 사람이 많으니 다음걸 기다리겠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알겠다고 하고 홈으로 올라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왠걸, 플랫폼 계단에 그 큰 짐 6개를 놓고선 몸만 올라가는겁니다. 그래서 쏘리, 디스이스 데인져, 캐리 댐 플리즈 그랬더니 막 노발대발 화를 내는겁니다. 중국어로요. 당근 저는 중국어는 니하오밖에 할줄 모릅니다ㅠㅠ..
그래서 여기에 두면 다음 오는 손님들이 불편하고, 곤돌라 운행에 방해가 되니 위로 가지고 올라가서 기다려달라고 3분간 이해시키려고 했으나 이미 제 말을 들어줄 생각은 전혀 하질 않더군요.
애처롭게 운전실에 있는 직원을 쳐다봤지만 직원은 창문을 열고는 신호 왔으니 빨리 출발안시키고 뭐하냐고 저한테 화를 내더군요.
에휴. 알바가 까라면 까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오케이 쏘리 하고 그 편은 출발시키고 다음 편까지 플랫폼 계단에 덩그러이 그 6개의 큰 짐이 남겨져 있었더랬습니다.
다음 편에 탄 그 중국인 가족은 갑자기 출발 직전 안쪽에서 카메라로 제 얼굴을 미친듯이 찍어대는게 아니겠습니까.. 너무 화가 났죠. 안전이 제일인 이 일에 지네들이 안전을 안지켜 놓고 내 대응이 마음에 안들었다고 도촬까지 하다니요.
꿀꿀한 기분을 삼키며 집에가서 소주에 스시나 한점 하자 하고 일을 끝마치고 아래 역으로 내려가니 매니저가 노발대발하면서 넌 도데체 고객대응을 어떻게 하길래 클레임이 이렇게 오냐며 한번만 더 이런 일 있으면 짜르겠다고 저한테 쏘아대는겁니다.
에휴... 그래서 매니저가 쏟아내는 말 다 듣고, 원래는 이렇게이렇게 됐다. 내 딴에는 안전이 고객 만족보단 위여서 플랫폼에 저렇게 놧다가 밑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지금 몇백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엄청난 민폐 아니겠냐.. 조근조근 설명을 했더니, 니가 잘못한게 아닌건 알겠는데, 고객 대응이 부족했다며 다음부터 이런 일 있으면 자를수 있다는거 명심하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저기서 더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거지.. 안전운행을 위해서 짐을 조금만 들고 올라가달라고 부탁한게 그렇게 잘못한 짓인가.. 그때 자신은 이미 온 편을 출발시켜야 해서 홈으로 올라갈순 없는 상황이었고, 중국인들은 왠 원숭이로 변신한듯 알수없는 중국어로 절 욕하고 있는 상황에서 뭘 더 하라는거죠...
너무 꿀꿀해서 제일 싼 보드카 한병에 삼겹살 사서 혼자서 훌쩍거리면서 다 마시고 잤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네요 ㅜㅠ.... 위로해줄 사람도 없고.. 남의 돈으로 살아가는거 참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