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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남편과 남편 친구들의 단체 카톡방 대화가 신경쓰여요
게시물ID : gomin_15896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ydeee
추천 : 10
조회수 : 3627회
댓글수 : 226개
등록시간 : 2016/02/11 10: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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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답답해서 어디 털어놓을데도 없고, 그냥 글로나마 털어놓아보려고 합니다
꽤나 긴글이 될것같아 제목에 (긴글주의) 적었으니,
긴글이 부담되시면 뒤로가기 하셔도 되어요
 
먼저 한가지 밝힐 것은 제 아이디와 비번을 남편이 알기에
염려되는 마음에 새로 가입해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어요
혹시라도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밑에 적을 내용들을 친한친구에게 고민상담 식으로 이야기 해보았는데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그 친구가 저에게 해주었던 말들은
멘붕게에 적어야 될 법한 말들이라서 혼자서는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사설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단체 카톡방의 인원은
남편, 남편의 매제 (여동생 남편), 이 매제의 친구들 서너명 정도 입니다
남편과 매제와 친구들은 모두 31살 동갑입니다
(매제는 다른 고등학교를 나왔고,
남편과 매제의 친구들은 이름과 얼굴정도만 알았던 고등학교 동창인 사이입니다)
 
남편 여동생의 결혼식때, 서로 마주친것이 인연(?)이 되어
매제를 징검다리 삼아 연락을 몇번 주고 받고 하다가 단체 카톡방이 생겼더라구요
처음 얼마간의 대화 내용들은 웃긴 사진, 유머, 옷 세일 정보 공유, 자동차 이야기 등
제가 신경이 쓰일 만한 내용은 전혀 없었어요
(저희는 카톡이나 문자등 다 오픈하는 성격이라 서로의 폰을 보는것이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말쯤에 남편 폰에서 제 폰으로 사진을 옮기던 중
그 단체 카톡방의 알림이 파바박 떠서 터치가 되어가지고
그동안 방이 있었는지도 까먹었던 카톡방을 구경(?)하게 되었어요
 
그 카톡방에 있는 매제의 친구들 중 한명이 곧 결혼을 한다는 대화들이 오고 갔고
결혼한다는 그 친구가 어느날 뜬금없이 여자 사진을 띄웠어요
저는 예비신부의 사진인가 하고 그냥 슥 넘겼는데
 
'어제 따먹은 년이다 어때'
'다음에 ㅇㅇ(지역 이름이라 땡땡으로 할게요) 가면 한번 더 먹을려고 번호 따놨다'
'아 여자친구랑 같이 있는데 계속 연락온다 신경쓰이게'
'한번 더 먹고 버릴랬는데 자꾸 앵겨붙는게 짜증나 죽겠네'
 
(사투리라서 말이 좀 헷갈리실까봐 조금 바꿨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눈을 의심할 정도의 충격적인 말들이 주루룩 있어서 너무 놀랐어요
저걸 글로 제 손으로 쓰자니 정말 역겹고 불쾌하네요
 
 
보자마자 바로 남편한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이유가
남편의 매제가 너무 열심히 대화에 참여를 하고 있더라구요
말을 최대한 순화해 '너무 열심히 대화에 참여' 라고 썼지만
사실 그때 제가 느낀 솔직한 감정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아주 지랄들을하고 자빠졌네' 였습니다...
 
남편의 매제는 '그치 그 지역 물이 좋아, ㅇㅇㅇㅇ(클럽인지 나이트인지 이름) 물이 제일 좋아'
'룸 잡고 놀았냐? 맥주로 뽕을 뽑아야 되는데' 등등
지금 제가 기억해내려고 해도 잘 기억이 안나서 못 적겠는게
도대체가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을 하더라구요
근데 감으로 '아 이건 저질 대화다' 라고 느껴지는거 있잖아요 왜...
 
의미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저런 대화들을 끝도없이 낄낄거리며 하고 있길래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만 보고, 그냥 혼자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그때의 저의 혼란스러움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남편한테 이야기를 해보긴 해봐야할거 같다, 아니 이야기해도 되는건가?
매제 이 사람 왜 이래, 아니 매제가 저렇게 말하는걸 남편은 왜 보고만 있어?
아니 도대체가 저런 대화를 주고받는게 흔한, 평범한, 보통의 대화인건가?
내 친오빠도 친구들이랑 저런 대화를 주고받나?
내가 너무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건가? 내가 혼자 오바하나?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냥 말로만 저렇게 막 지어내는건가? 일종의 허세인가?
너무 충격적이고 말문이 막혀서 멍한데, 이렇게 받아들이는 내가 이상한건가?
 
뭐 이런 생각들이 휙휙휙 머리에 떠오르면서
너무 답답하고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렇게 내 생각이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다가는 괜히 서로 마음 상할까 싶어서
한동안 혼자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애써봤는데... 정리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위에 적었듯 친한친구를 만나서 털어놓았는데
친구가 제게 했던 말들을 최대한 줄이고 줄여 적어보겠습니다
 
'다른 사람들 다 그래. 애인이 있든 없든 결혼을 했든 다들 그래.
내 동창 친구도, 전에 다니던 회사 과장도, 친한 선배도 다들 그래.
내 주변에만 유별난 사람들이 있는거 같아?
아니 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고 다녀. 니가 몰랐던거야.
니가 몰랐던 이유는, 니가 너무 보수적이고 너무 순진해서
너한테 말 하면 니가 지금처럼 충격받을까봐
니가 싫어할까봐 너한테는 말을 안해서 몰랐던거야.
근데 그러던가 말던가 니가 무슨 상관이야?
니 남편이 그런것도 아니고, 너랑 상관 없는 사람이잖아?
너 그 사람이랑 결혼할 여자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냐? 오지랖이야 그거.
남편 매제는 말하는게 좀 깨긴 하는데, 뭐 문제될 말들은 아닌데?
문제가 안되니까 남편도 가만히 있는거라고는 생각이 안들어?
친구끼리 허세부리려고 없는 일을 지어내서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냥 웃자고 농담하는거 일 수도 있는건데 니가 왜 다른 사람 일에 신경을 써?
막말로 누가 여기저기 원나잇하고 돌아다녀서 성병에 걸리든 말든
너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뭐 어때?
그러든가 말든가 신경끄고, 니 남편이 안 그러고 다니면 된거 아니야?
너 니가 이거 받아들이지 못하면, 남편이랑도 이야기 제대로 못 해보고 싸울걸?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아직도 그렇게 보수적으로 꽉 막혀있냐 답답하다 너'
 
 
저...... 너무 혼란스러워요.
친구가 말 할때, 중간중간 너무 답답하고 너무 충격적이어서 아팠어요
펑 펑 펑 연타로 얻어터지는 것 같아서 멘탈이 부서질것 같았어요
제가 보수적으로 꽉 막혀있어서, 그 단체 카톡방의 대화가 신경쓰였던 걸까요?
전 정말 제가 여태까지 살아온 29년 동안의 가치관이며 생각이며 기준이며
그 모든것들이 다 와장창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아니, 지금도 그때와 같은 기분이예요
 
친구를 만나 이야기했던것도 한달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저는 혼자서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먹기까지도 일주일정도 고민했어요
많은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자꾸만... 친구의 말들이 떠올라 쉽사리 글쓰기를 못 누르겠더라구요...
 
그래도 용기내어 이렇게 적어보니,
혼란스러운건 매한가지지만
'어딘가에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라는 후련함은 있어 좀 낫네요
 
 
 
너무나도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출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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