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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명언108-네메시스/요 네스뵈<요 네스뵈 추리소설의 정점>
게시물ID : readers_23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9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11 05:26:46

출판일 14.02.27
읽은날 16.02.10

46p.
"자기가 여기 있으면 좋을 텐데. 올레그도 자길 그리워해."
"그렇게 말했어?"
"그럴 리가 있어? 속마음을 표현 안 한다는 점에서 당신과 아주 비슷한 애잖아."
"내가? 방금 세 번이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것도 이웃사람이 보는 앞에서. 남자에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라켈이 웃음을 터트렸다. 해리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처음 들은 순간부터. 저 소리를 자주 들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기왕이면 매일 듣고 싶은 웃음소리였다.
...
"그럼 날 사랑한다는 건 어떻게 알아?" 라켈이 감미롭게 속삭였다. 더는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내 몸 안의 거기가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거길 뭐라고 하더라......?"
"심장?"
"아니. 심장보다 조금 뒤에 있으면서 더 아래쪽이야. 콩팥? 간? 비장? 맞아, 그거다. 내 비장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니까."

126p.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사람의 자살 원인을 조사해왔다네. 그들이 찾아낸 가장 공통적인 이유가 뭔지 아나?"
"오늘 박사님께 듣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땅딸막한 정신과 의사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해리는 좁은 보도에서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야만 했다.
"더는 살고 싶지 않아서였다네." 에우네가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걸 알아내시다니 노벨상감이네요."

128p.
"이 여자는 총으로 머리를 쐈습니다."
"그렇다면 남성적인 자살이로군."
"남성적?"
"남자들의 자살이 더 성공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여자들보다 더 공격적이고 치명적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지. 여자들처럼 손목을 긋거나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방법 말고, 총을 쏘거나 고층 빌딩에서 떨어진다네. 여자가 총으로 자살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

134p.
해리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꺼내, 연기가 피어올라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멕시코 벌판에서 한 농부가 담배 씨앗을 뿌리며 시작된 과정의 끝. 씨앗은 넉 달 만에 사람 키만큼 자라서 담배가 된다. 두 달 후면 농부들은 그 담배를 수확하고, 흔들고, 말리고, 등급을 나누고, 포장해 플로리다나 텍사스의 RJ 레이놀즈 공장으로 보낸다. 거기서 만들어진 필터 담배는 진공 포장한 노란색 카멜 담뱃갑 속으로 들어가 유럽으로 수송된다. 멕시코의 햇살 아래서 초록색 발아 식물의 잎이 된 지 여덟 달 후, 그것은 주정뱅이의 코트 안주머니에 들어 있던 담뱃갑에서 쏙 빠져버린다. 주정뱅이가 계단 혹은 택시에서 내리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혹은 코트를 담요 삼아 덮고 자다가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 침대 밑에 우글거리는 괴물이 무서워서 침실 문을 열 수가, 혹은 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마침내 주머니 속 보풀을 뒤집어쓴 채 구겨진 담배를 찾아낸 주정뱅이는 담배의 한쪽 끝을 악취가 나는 자신의 집에 넣고, 다른 쪽 끝에 불을 붙인다. 볕에 말려 가늘게 잘린 담뱃잎은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잠시 그의 몸속에 머물렀다가 밖으로 뿜어져 나와 마침내 자유가 된다. 마음껏 흩어져 무로 변하게 된다. 마음껏 잊히게 된다.

158p.
대담의 주제는 복수였다.
"미국 같은 나라, 그러니까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어떤 가치를 상징하는 나라는 자국 내에서 당한 공격에 대해 복수해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곧 그들이 대표하는 가치를 공격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니까요. 보복을 원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와 같은 연약한 시스템을 보호하는 길입니다." 한 쪽이 주장했다.
"만약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가치 그 자체가 희생된다면요?" 상대방이 반박했다. "국제법에 의해 다른 나라의 권리가 침범당한다면요? 가해자를 쫓는 과정에서 죄 없는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하고도 어떤 가치를 수호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른 쪽 뺨도 대라는 도덕적 가치는 그냥 버리는 겁니까?"
"문제는 우리에게 뺨이 두 개뿐이라는 겁니다." 상대방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안 그런가요?"

211p.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공간은 짧게는 50센티미터, 길게는 1~3미터예요. 그게 서로가 유지해야 할 거리죠. 버스를 기다리거나 화장실 앞에 서 있을 때처럼 상황이 허락하지 않을 때는 예외고요. 도쿄에서는 사람들 간이 거리가 더 가까운데도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 문화의 변수는 비교적 적은 편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여자에게서 1미터 이상 떨어질 수가 없었잖아. 여자에게 말을 전달해야 하니까. 안 그래?"
"그렇죠. 하지만 개인 공간을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말을 전할 수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45센티미터에서 1미터까지가 낯선 사람, 그리고 소위 지인이라는 사람들과 우리가 유지하는 거리죠.. 그런데 보다시피, 도살자와 스티네 그레테는 이 경계를 깼어요. 제가 거리를 재봤는데 20센티미터였죠. 이건 그들이 친밀 공간 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이예요. 이 공간 안에서는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상대의 얼굴에 계속 초점을 맞출 수가 없어요. 상대의 체온과 향기를 피할 수도 없고요. 연인이나 가까운 가족만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죠."

293p.
"안나는 사랑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소. 사랑을 사랑했지. 아니, 숭배했소. 그게 올바른 단어요. 그녀는 사랑을 숭배했소. 그녀의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건 오직 사랑뿐이었지. 사랑과 미움. 중성자성이 뭔지 아시오?"
해리는 고개를 저었다. 알부는 담배를 들어 올렸다. "행성이오. 이 행성은 밀도와 표면 중력이 너무 높아서, 이런 담배 하나만 떨어뜨려도 원자폭탄에 맞먹는 폭발이 일어난다오. 안나도 그런 중성자성과 같았소. 사랑과 미움을 끌어들이는 그녀의 중력은 너무 강해서 둘 사이에서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할 수 없었소. 아주 작은 요소도 원자폭탄급 폭발을 일으켰지. 이해하겠소? 나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했소. 그녀는 목성과 같았소. 끊임없이 맴도는 유황 구름 뒤에 숨어 있는 목성. 거기에 유머와 관능미까지."
"금성."
"뭐라고 했소?"
"아닙니다."

303p.
"세 번째 여자는 모스크바에 있습니다. 그 여자는 죽지 않고 살아남을 거 같아요." 해리가 말했다.
"자네 여자인가?"
"그렇게까지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귀는 중이고?"
"네."
"여생을 함께 보낼 계획인가?"
"글쎄요. 우린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예요."
라스콜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여자들은 계획을 세운다네. 늘 그렇지."
"당신처럼 말입니까?"
라스콜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은행을 터는 계획밖에 세울 줄 몰라.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데 있어서 남자들은 모두 아마추어야. 우린 여자를 정복했다고 믿지. 요새를 점령한 장군처럼. 그러다가 뒤늦게야 우리가 속았다는 걸 깨달아. 죽을 때까지 모를 수도 있고. '손자'라는 이름을 들어봤나?"
해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의 장수이자 지략가죠. 손자병법을 썼고요."
"사람들 말에 의하면 그렇지. 하지만 난 손자병법을 쓴 사람이 여자라고 생각하네. 표면적으로는 손자병법이 전쟁터에서 전략을 세우는 법을 다루는 것 같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사실은 갈등에서 이기는 법을 말하고 있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소한의 대가로 원하는 것을 얻는 기술을 알려주지. 전쟁에서 이긴 사람이 꼭 승자는 아니라네. 많은 자들이 왕관을 썼지만 정작 자기 병사를 너무 많이 잃어서 오히려 표면상으로는 패배한 적군의 명령에 따라 통치해야만 했어. 권력에 관해서라면, 여자는 남자와 같은 허영심이 없어. 그래서 권력을 과시하지 않아. 그저 상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 그러니까 안도감, 음식, 즐거움, 복수, 평화를 얻어낼 수 있는 권력만 원할 뿐이지. 이성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면서 계획을 세우지. 싸우는 것 그 이상, 승리를 축하하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야. 또한 자신의 희생양에게서 약점을 찾아내는 타고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 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 언제 멈춰야 할지도. 이건 절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스피우니."

339p.
"죽는 과정은 태어나는 과정만큼이나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네. 그런 상황에 처할 때 사람이 본능적으로 숨고자 하는 이유는 단지 육체적으로 약하다고 느끼기 때문만은 아니야. 공개 처형과 같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죽는다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피해자의 겸손함을 모욕하는 일이지. 아무도 없는 감방에서 처형하는 것보다 공개적으로 처형하는 것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대중에게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어. 하지만 약간의 배려도 있기는 하지. 예를 들어, 사형집행인이 복면을 쓰는 것처럼 말일세.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건 사형집행인의 신분을 감춰주기 위해서가 아니야. 다들 그자가 동네 백정이라거나, 밧줄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 복면은 처형당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쓰는 거라네. 죽음의 순간에 이방인이 곁에 있다고 느끼지 않도록 말일세."

385p.
예전에 에우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은하계만 봐도 평범한 해변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수의 항성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어떻게 저 외계에 다른 생명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우리는 그 생명체와 접촉을 시도하는 모험이 과연 가치 있는지 따지기보다는, 그들이 평화를 사랑할 가능성이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564p.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지. 과연 바보처럼 행동하는 바보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벌줘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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