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패배는,
이미 집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집값을 잡으려 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근데 부동산은 이제 더이상 건든다고 표가 돌아오지 않아요.
정부의 규제가 성과를 내어서 집값을 하락 시킨다는 것은
서울 전체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최소 47.5% 이상의 가구원들에겐
손해를 입히는 것이거든요. 서울 유권자수의 거의 절반입니다.
갭투자자가 씨가 말랐다? 전세자를 찾기 힘들다?
미쳤던 집값 상승세가 어느정도 멈췄다?
최근 시장에 이런 신호가 있었는데,
이건 서울에 사는 절반에 가까운 주택보유자들과 가구원에게
정부가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고 있다는 강한 시그널을 준 것입니다.
이익보다 손해에 민감한 인간 심리의 특성 상
집값이 떨어질 지 모른단 공포감은
평소 투표를 안하던 이들조차 정치고관여층으로 만들어
투표장으로 불러오게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당연히 생존이 걸렸으니 투표율이 높아지고 선거결과는 지는 겁니다.
이번에 특이하게 강남의 상황이 서울 전지역구로 확장되며
전지역구 패배가 발생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손실회피 심리. 투표동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죠.
근데 그렇다고 정부가 규제를 안하고 시장을 그대로 놔둔다면?
이번엔 반대로 정부가 제대로 된 규제 없이 손을 놓고 있다며
언론이 프레임을 짜며 무주택자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에
나머지 절반의 무주택자들이 정부에 강한 불만을 갖게 됩니다.
그렇다고 뒤늦게 규제를 강화하길 반복한다면?
이번엔 집값 상승을 막아 손해를 입힌다며 주택소유자의 분노를 자극하죠.
분노만 자극할까요?
뒤늦게 대출끼고 구매한 사람은 손실회피심리(loss aversion)를 넘어
두려움까지 느끼고 투표장에 가야한다는 강한 동기를 얻게 됩니다.
즉 부동산 문제를 더이상 건드는 것은
애초에 어느 방향이라도 살아 나올 수가 없게 세팅된 외통수라는 겁니다.
이런 덫을 보수당이 집권할 때는 피할 수 있는 까닭은
보수당 집권시엔 언론이 집값 상승의 책임을 정부에 묻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중 자금의 유동성, 투자성향의 변화 등 시장에 원인을 돌리죠.
실제론 현재 세계적으로 대도시 집값 상승률은 서울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각종 코인류들이 사상 최대치의 수익률을 찍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마냥 시중의 유동자금으로 인해,
규제가 있든 없든 부동산 폭등또한 시기적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타국 언론들과 현재 한국 언론의 논조를 비교해보면
똑같이 대도시집값 상승 현상이 벌어지는 타국 언론들은
이를 세계 경제 흐름 상 필연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며
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하는데 치중하지만
반대로 한국 언론은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며
타국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숫자의 보도를 매일같이 쏟아내며
무주택자의 박탈감을 자극합니다.
따라서 무주택자의 표도 우수수 떨어지고,
반대로 그걸 의식해서 규제를 강화하면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 주택보유 가구원들의 표도 우수수 떨어지는
사면초가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애초에 막을 기회는 딱 한번 뿐이었습니다.
정권 초기부터 현재 수준의 강한 규제를 도입해서 집값상승을
초장부터 원천 차단하는 것.
집값 상승을 애초에 경험조차 못하게 만들어서 손실회피심리가 발생할
원천적인 요인자체를 소거시키는 것.
그러나 세계 경제의 흐름 상 타국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상승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고
또한 인간 역사 상,
대동법처럼 강한 제도가 도입될 때는 반대급부로
그만한 크기의 명분과 동인이 있어야만
개혁에 대한 반발을 이겨내는게 가능합니다.
즉 강한 폭등만이 강한 규제를 만들수 있기 때문에
폭등이 일어나기 전 미리 강한 규제를 한다는 것은
그저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선거패배의 원인에 도달하는 질문은 이겁니다.
강남의 유권자들이 집값 폭등을 멈춰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국민의힘 후보를 뽑을까요?
갭투자자들이 국민의힘을 뽑을까요 아니면 민주당을 뽑을까요?
당연히 규제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주는,
그리고 집값을 올려줄 거라 기대하는 국민의힘을 뽑습니다.
그러한 동기로 선택한다는 걸 타지역구 서울 사람들이 정말 모를까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선거와 달라진 점이 그것입니다.
과거엔 이겼고 지금은 진 이유는,
서울 모든 지역구의 주택 자가보유자와 그 구성원들은
이번 집값 폭등을 통해 커다란 자산 증가를 맛 봤으며
이들 중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강남의 유권자들과 공통점이 생기게 된 거죠. 이들이 투표장에 간 겁니다.
따라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뒤늦게나마 막고 갭투자자를 소멸시키는게
실제 효과를 내더라도
서울 유권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자가주택 보유자들이 느끼기엔
자신들에게 이득을 준 게 아니라 손해를 입힌 것이었던 거고
반대로 무주택자들은 오른 집값이 아직 그대로이니
정책의 효과가 자신들의 이득으로 돌아온 적이 없는 것입니다.
후보들의 투기 혐의가 선거결과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않은 원인도
근본적으로 그 이슈 자체가
유권자들의 욕망과 일치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규제를 하지 않았어야 했는가?
그건 아니죠.
갭투자가 유행을 탄 이상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규제를 해야 했습니다.
규제를 하면 다수의 주택보유자를 적으로 돌리면서 선거에 진다는 진퇴양난의 외통수.
결국엔 죽을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 수밖엔 없는 전장이 있는 것이죠.
결론.
따라서 정부가 집값을 하락시키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맞지 않습니다.
세계 대도시 추세와 마찬가지로 어차피 상승될 수밖에 없던게 집값이고
인간의 손실회피 심리가 얼마나 강력한지 이해한다면,
상승이나 하락 없이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갭투자를 막는데는 성공했으므로 더이상의 규제책은 불필요하고
다른 현안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유권자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받고자 한다면
더이상 지난 1년간처럼 174석이란 의석이 무색하게
질질 끌며 끌려다니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보단
의석수를 최대한 활용해 일사분란하고 강력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꾸준히 보이며
시민들의 직접적으로 생활에 체감할 수 있을만한 정책들을 통과시켜 나가야 합니다.
정말 강하고 추진력있는 사람이 당대표로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