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전에 이런 1인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오유에도 게시물이 올라와서 베오베에서 봤던것 같네요 (그 때 응원해주신 분들 뒤늦게나마 감사드립니다 ^_^)
뱀발로, 가장 많이 받은 악플이 '얼굴이 빻았다'나 '스타일이 구리다' 였는데, 추운 날씨에 1인시위 하는데 누가 스타일에 신경쓰고 입고 가는지 의문은 제쳐두고라도, 일단 저 당시 머리가 빙구같이 잘려서 못생김 묻은건 제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거나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 1인시위를 계획하고 욕을 먹을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만큼 먹을줄은 몰랐습니다. 본진 일베/메갈에서는 '홍어같이 생겼다'등등 외모비하, 메갈에서는 '보빨도 못할새끼'등등의 성희롱, 건너 듣기로 여시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악플이 달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국 고소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혐오에 반대한다'는 운동 취지에 맞추어, 나에 대해 행해진 혐오에 대해 그에 맞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지요.
-
혜화경찰서에 여덟건의 고소를 했습니다만, 그 8건중 제가 가장 신경썼던 한 건이 바로 아래 사건이었습니다.
메갤문학은 초창기부터 메갈리아를 트위터상에서 추동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만큼의 트위터 유명인사가 내 얼굴사진을 그대로 게시한 채로, 명백한 모욕성 발언('역겨운 새끼들')을 하였으니 피고소인 특정만 되면 이 사건은 무조건 기소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트위터는 영장청구에 쉽게 응하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특정이 힘들 수 있었으나 결국 특정에 성공하여 사건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이뤄진 검찰 처분이 놀랍게도 '불기소(혐의없음-증거불충분)'입니다.
액티브엑스와의 힘겨운 사투 끝에 불기소이유고지를 받아보고는 충격을 먹었습니다.
'역겨운 새끼들'이 메갈리아를 반대하는 사람을 통칭하여 표현한 것이지 고소인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메갈에 반대하는) 내 사진을 올려놓고 메갈에 반대하는 사람을 통칭하여 역겨운 새끼라고 하였는데 그것이 나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니.
기분같아서는 저 의견 송치한 수사관을 찾아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대한민국 경찰수사관을 싸잡아 모욕하고 싶은 기분이 들더군요...
-
모욕의 성립에 대해서 현재 진행형인 마인드C 웹툰작가님의 사건을 예로 들고 싶습니다.
그 당시 메갈리안들은 닉네임을 마인드씨 등으로 바꿔놓고 '내가 마인드씨니까 맘놓고 내 욕 해라'라고 하던가, 혹은 '마인드씨발'이라고 적어놓고 ":마인드가 씨발같은 사람을 말한것이지 마인드씨를 지칭한것이 아니다"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죠.
물론 씨알도 안먹히는 얘깁니다. 맥락상 누구(마인드C)를 모욕하는게 누가 봐도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제 경우, 제 사진을 올려놓고는 '역겨운 새끼들'이라고 하였음에도, 그것이 나에대한 모욕이 아니라는 겁니다.
-
그런데 한가지 재밌는 것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위의 한건을 제외한 7건은 전부 페이스북에서 행해진 모욕이었는데, 똑같은 게시물에 달린 댓글 7개를 모욕죄로 고소했던 것입니다.
그중 2건은 신원파악 불가로 불상처리, 2건은 사과받고 소취하, 2건은 불기소의견 송치 후 검찰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오직 단 한 건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되어, 현재 조정위원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기소와 불기소된 사건의 차이를 몇가지 짚어보자면, 첫째로 저 한건은 피고소인이 인천사람이라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이관된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혜화경찰서의 한 수사관이 맡은 사건은 모조리 불기소 처분 된 것입니다. 똑같은 게시물에 달린 댓글임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소인은 사과를 한 데에 비해, 불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소인은 '자신은 저사람을 지칭해 모욕하지 않았다'고 뻐튕겼다는 것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사법정의인가 싶습니다.
-
저는 형사소송 절차를 뒤져, 이 상태에서 고소인이 할 수 있는 행위가 '검찰항고'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불기소 처분은 지방검찰청에서 내린 처분이니, 여기에 불복할 경우 상위검찰청(이 경우 서울고등검찰청)에게 항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쯤 해서 비싼 상담료를 내고 변호사 사무실에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았습니다.
되돌아온 답변엔 희망이 없더군요. 검찰 항고는 이미 이뤄진 처분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의 요행을 바라야 할 것이라 하시더군요.
빽이 없으면 고소도 못하는 사회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그 법의 존재 가치 여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이 형법으로 정해져 있는 이상 저는 친고죄인 모욕죄로 고소함에 따라 나를 모욕한 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부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고소를 몇건 해보고 나니 깨닫게 된게, 이게 결코 그렇지 않더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형사 고소, 특히 인터넷 관련 고소 사건이 진행되는 절차에 있습니다.
--------------- 경찰청 ------------
1. 수사관은 고소장을 접수하고 고소인(친고죄이기 때문에 고소인이 곧 피해자)을 조사합니다.
2. 수사관은 피의자를 조사합니다. 만일 다른 지역일 경우 해당 지역에 사건을 이전하고, 이전된 지역의 경찰청에서 피의자를 조사합니다.
3. 경찰청은 두 조사 내용을 종합하여 기소/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청에 송치합니다.
--------------- 검찰청 ------------
4. 해당 사건은 검사에게 배당됩니다.
5. 기본적으로 검사는 고소장과 조서, 경찰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소/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기소의견일 경우 구형을 하여 법원에 넘깁니다.
6. 그러나 인터넷상 명훼/모욕의 경우 (그 사건의 건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효율성을 위해 대부분 경찰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7. 혹 기소의견의 경우에도 가벼운 사건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조정위원회를 열어서 해결하게 유도합니다.
결국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1. 기소/불기소 청구는 최종적으로 검찰이 하지만, 사실상 경찰 선에서 결정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2. 그러나 고소인은 고소장 접수, 진술한 후, 불기소에 불복하여 검찰항고 외에는 사건의 진행에 개입할 수가 없음.
3. 그러나 검찰항고는 거의 요행을 바라는 확률.
결국 사건의 불기소 결정권은 일개 수사관이 쥐고 있는 것입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 중간에 뒤집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측에서는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에 담당할 수사관과 미리 컨택을 한다."
-
결국 모욕죄 고소가 성공하려면
1. 첫번째로 수사관을 잘만나야 합니다.
2. 두번째로 돈이 있으면 됩니다. 로펌에 맡기면 확실하니까요. (그런데 금수저가 아니면 누가 벌금 200짜리 모욕죄에 550만원짜리 변호사를 선임하겠습니까?)
3. 세번째로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면 해결됩니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세간을 시끄럽게 한 사건이면 다시 한 번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러한 소위 '빽'이 없으면, 결국 내 사건은 일개 수사관의 손끝에 달리게 됩니다. 결론은 운 싸움이죠. 어느 수사관이 걸리는지.
이렇게 '내 사진을 올리고 나를 모욕한 사건'도, 수사관이 불기소 처리해버리면 그걸로 끝이 납니다.
그러나 똑같은 글에 달린 더 약한 댓글도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어 조사되면 기소처리가 됩니다. 엿장수.. 아니 수사관 맘대로죠.
-
그래도 요행이나마 바라보자고 검찰항고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준비하면 할수록 나오는건 한숨뿐이요, 고소장을 계속 다시 보다보니 스트레스만 더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렇게 올린 넋두리라도 많은분들이 공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기대해볼 수 있을 '빽'은 이제 '이슈화' 뿐이기도 하구요.
이 글이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최근 xx글이 화제..." 제목으로라도 뉴스기사 한 줄 뜨면 검찰항고라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