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이 있습니다.
한사람은 수십년간, 딱히 살을 빼야겠다-라는 생각을 해본적없는 적당히 날씬한 몸을 가진채 살아왔고 또 살고있구요.
또 한사람은 초등학생 이후 수십년간 통통~퉁퉁사이로 쭉 살아오다 최근 살을 뺐습니다.적당히 평범정도로요.
두사람의 식성은 비슷합니다.
간간히 치맥을 즐기기 좋아하고 식사후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것도 좋아하죠.
입이 심심해지면 군것질을 하는것도 거리낌이 없어요. 라면이나 떡볶이를 그냥 먹는것보다 치즈나 햄등을 추가해 먹는걸 더 좋아하는것도 같아요.
수십년간 슬림해온 사람은 여전히 치맥이 생각나면 술자리를 갖고, 시럽뿌린 달달한 커피를 거리낌없이 마시죠.
하지만 수십년간 통통했다가 최근 일년여에 걸쳐 평범해진 사람은 이젠 치맥을 먹을때도 조금 신경이 쓰이고 되도록이면 블랙커피를 주문하게됐고 군것질은 자제하죠.
이런 두사람이 사정이생겨 일주일간 고열량의 음식을 다량으로 먹게됐고 활동량은 줄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연히 두사람 모두 살이 붙었어요. 자연의섭리죠.
하지만 원래 생활로 돌아가자 슬림한 사람은 살이 금새 빠졌지만 최근 살뺀 사람은 관리되고 절제된 생활로 한.참.을 살고나서야 살이 빠졌어요.
무슨 차이일까요.
슬림한 체형으로 수십년을 살아온 사람이 원래 생활로 돌아갔다곤 하지만 그 사람의 원래 생활은 딱히 감량과 관계없는 삶이예요. 기름진것도,달콤한것도, 군것질도 가리지않죠.
살이 특별히 안찌는 그런체질도 아니고요.
운동을 좋아하는편도 아니고, 근육이 많아서 기초대사량이 높은것도 아니예요.
여기서 문득 언젠가 티비에서 봤던게 생각났어요.
비만을 한번이라도 겪었던 사람은 지방세포의 숫자가 훨씬 많다던가...? 하는 내용.
살을 빼면 부피는 줄지만 세포수 자체는 줄지않고 그대로여서 무절제한 생활이 되면 금새 원래 부피로 돌아가려고하고, 숫자도 많기때문에 살이 더 쉽게 찐다고요.부피가 컸던 기억의 각인이 강해서 금새 돌아가려 한다고요.
수십년을 슬림하게 살아온 사람은 비만이었던 적이 없기때문에 지방세포수도 적고, 따라서 잠시 무절제해져도 크게 늘지않고 원래 상태로 금새 돌아가는걸까요?
...
일년넘게 걸쳐 살을 뺀 후자의 사람이 바로 접니다.초딩이후 늘 통통,퉁퉁이다가 두어번 다이어트를 했지만 심한 절식으로 폭풍요요를 직격타로 맞았죠.
그러다 이번엔 약 일년 이개월? 삼개월? 동안 천천히 13kg 정도를 감량했어요. 한달에 1kg꼴이니 엄청 느리죠.
살을 빼보겠다고 시작한건아니고 허겁지겁 먹는 습관, 과식하는 습관, 배가 쫄쫄 고플때까지 참다가 들이키는습관, 먹고 안움직이는 습관등등 안좋은 습관을 고쳐보자 싶어서 시작했고 운동을 곁들였더니 살은 알아서 빠지더라고요.
물론 너무너무 먹고싶을땐 치킨이건 피자건 탄산음료건 빵이건.. 참지않고 먹었어요.
대신 천천히. 적당히.
내가 적당량을 먹고 있는지,
필요 이상으로 먹은건 없는지,
때로는 너무 적게 먹는건 아닌지,
무언가 땡기면 진짜로 그게 먹고싶은건지 아닌지,
계속 체크하고 생각하는게 어쩔땐 즐거웠어요.
마치 늘씬한 사람들이 몸매 관리하는거 같아서요.
진짜 날씬한 사람이 몸매유지하려고 관리하는것같이 생활하니까 조급해하지 않아도 살은 알아서 빠졌어요.
근데 요즘 좀 지쳐요.
힘들다,가 아니라 지쳐요.
하나하나 신경쓰는게요.
뭔가 먹고플때 정말로 그게 먹고싶은지 한박자씩 되돌아보는거.
너무 적게 먹은듯 싶으면 좀더 챙겨먹으려고 노력하는거.
운동량체크 하는거.
이런 모든것들이 다 지쳐요, 요즘은.
사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은 뭔가 먹고플때 진짜로 진짜로 지이이이인짜로 그게 먹고싶은지 재차 확인 또 확인 또 확인을 하고나서 먹는거 아니잖아요?
그냥 '아, 아스크림먹고싶다' 생각만 스쳐도 가볍게 사먹죠.
.. 어쩔 수 없나요.
원래 몸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평범한 사람보나 강한 몸뚱아리니.
더 신경쓰고 관리하는게 맞는거겠죠.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전 여전히 운동이 싫다는거예요.
먹은만큼 더 운동하면되잖아? 싶지만,
전 그 '더' 가 싫어요.
그나마 요령못피우는 고지식한 성격이라 숙제처럼 여지껏 나자신과 약속한 만큼은 꼬박꼬박 안빼먹고 해왔어요.
근데 그 이상은 하기싫어요.
일년넘게 해왔는데도 운동하고는 친해지질 않네요.재미나지가 않아요.
늘 시작전엔 한숨나오고 힘들기만해요.
(이런데도 일년넘게 안빼먹고 해온 나자신. 궁디팡팡. )
그냥..
요즘 맴이 좀 그러네요. 지쳐요. 지칩니다ㅜㅜ
캬라멜마끼아또랑 프레즐을 덥썩 받아가는 처자를 보고있자니 급울컥했나봐요.
저 처자는 이거먹었으니 더 움직여야지, 더 운동해야지, 낼은 좀더 심플하게 먹어야지, 그런 신경 안쓸테니까...
물론 그 처자도 평소에 빡시게 관리하다 하루 풀어진걸 수도 있지만요.
하지만 울적한 제 눈엔 그렇게는 안보일뿐이고....!!!!
물론 저도 먹고싶으면 먹어요.안참아요.
다만. 위에 말한것처럼 진짜 절실히 먹고싶은지 재차 확인을하죠.
이런것들이 일년넘게 계속 반복되니,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쌓였나봅니다.
얼마나 더하면 절제하는 이 생활이 의식하지 않고도 그냥 숨쉬듯 삶의 한부분이 될까요.
살이 빠지고 이리저리 옷도 입고픈 대로 입어보고 하다보니 욕심도 생기고 겁도 생기네요.
사람이 잃을게 생기면 겁쟁이가 된다더니.딱 그짝이예요.
한창 통통할땐 알게뭐야,느긋하게 느긋하게~ 맘이 여유로웠는데 이젠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버리니 새삼 모든게 스트레스네요.
휴. 질문글인지 넋두린지 모르게됐슴다. 죄송해요.
아. 맞아요. 그냥..
일곱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오후 일곱시에 일마치고 부랴부랴 돌아와 밥먹고 한시간후 운동시작하고 씻고 머리말리고하면 자정이 넘고 딴거 할틈도없이 잠들고. 주6일씩 쳇바퀴돌듯 반복되는생활. 취미생활이든 뭐든 일끝나고 하고싶은게 있는 사람들은 그시간을 바라보며 일이 힘들어도 버티든데, 하다못해 친구는 일끝나고 집에가서 맥주한캔에 간단한 안주 늘어놓고 먹는게 소소한 즐거움이어서 그거생각하면 실실 쪼개게 된다는데.
저는 힘든 일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또 여전히 힘들기만하고 하기싫은 운동을 바락바락 해야하고. 시간도 빠듯해서 퇴근길에 어디 잠깐 들리는것도 부담스럽고..
하루종일 힘들고 즐거운거 하나없는..
끊임없이 내가 잘먹고있나, 잘하고있나 신경쓰고 요즘은 달달한 케잌이나 도넛은 왜자꾸 땡기고.. 진짜 먹고싶으면 먹긴하는데 갈수록 계획외에 먹은 쓸데없는 에너지원들은 다 소비시켜야 한다는 강박 비스무리한게 생기고.
허리 무릎 다 안좋아서 버피,스쿼트같은 좀 고강도로 해볼만한건 전혀 못하고.
할수있는 운동들로만 어떻게든 빡세게 돌려보려고 나름 루틴도 고민해보는데 걍 다 고만고만하고.땀은 나지만 뭔가 성취감도없고.
으아으아으아아.
... 죄송함다. 질문이 질문이 아니게되고 당췌 그래서 무슨 얘기가 하고싶은건지 모르게 되버렸네요. 근데 너무 답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