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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한 예비후보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궈 놨다. 경기도 화성을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젊은 여성이 화제였다. 조은비 예비후보가 그 주인공. 만 25세의 나이로 이번 총선 최연소 여성 후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조은비 예비후보는 지난달 2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한 청년으로서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꿈을,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라면 우리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청년으로서의 대표성도 그 나름대로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위 명함 이미지 속 사진이었다. 홍보용 명함에 담긴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얼짱' 예비후보, 그것도 '최연소 얼짱' 예비후보로 불리게 된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의 연령은 상당히 높았다. 19대 국회 지역구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무려 54.5세이고 최연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으로, 그마저도 35세의 나이다. 지역구 의원 246명 가운데 30대 의원은 고작 3명이며 40대가 66명, 50대가 118명, 60대 이상이 59명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정치인이 젊은 정치인을 배척하면서 나타났다. 19대 총선에 출마한 902명의 후보 중 20대 후보는 12명에 불과했다. 정당들은 20~40대 공천을 줄이고 그 몫을 50대 이상에게 배분했고 그 결과 19대 국회와 같은 초고령 국회가 탄생하고 만 것이다.
때문에 새누리당 조은비 예비후보의 등장은 기존 정치권에 신물을 느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아니라 청년이 청년을 대표하고 청년을 위한 법안을 만들겠다는 생각. 거기에 '얼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조은비 예비후보의 이미지는 완벽해졌다.
그러나 이미지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무릇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슈가 되는 정책이나 법안에 대한 입장 정도는 가지고 있고 또 밝힐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난 4일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은 본인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 영상은 일요서울 정대웅 기자가 촬영하여 유튜브에 게시한 것이다. 영상에는 그녀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활동 이력, 예비후보 등록 계기, 청년 문제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1분 33초 경 가장 시급한 청년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청년 실업 문제라고 답한다. (이후 '청년 실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로 이어지는 말실수가 나오지만, 이 정도는 눈감아 주자. 더 큰 폭탄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런데 조은비 예비후보는 해당 질문 직후 이어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노동법에 대한 생각이 어떻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관계자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바라본다. 이내 "입장을 유보를 하라"는 제3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조은비 예비후보가 듣지 못한 듯 재차 확인하자 다시 한 번 꽤 큰 소리로 "그 입장을 유보를 하라고."라고 대답해 준다. 이내 조은비 예비후보는 "아직 예비후보기 때문에……."라며 답변을 허술하게 갈음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래서는 안된다. 예비후보이기 때문에 쟁점법안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없다는 답변은 다분히 비합리적이며, 답변 이전에 그녀가 보여준, 관계자에게 지시를 받는 행동은 그녀에 대한 관심이 순전히 이미지만으로 세워진 것임을 반증했다. 적어도 본인 입으로 '청년 실업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면, 그것도 그렇게 말한 직후라면 청년 실업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노동법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든 내놓아야 했다.
물론 조은비 예비후보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저렇게 말하기도 곤란한 처지였을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악법이라며 비판받는 노동개혁을 따라서 비판하기는 새누리당에 터를 잡은 처지에서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며, 그렇다고 노동개혁을 옹호하자니 청년들뿐만 아니라 실업 문제에 고통받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떠나갈 테니 그 또한 어려웠을 테다. (혹은 아예 노동개혁이 무엇인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
벌써 조은비 예비후보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기에는 소양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보를 포장한 이미지만으로 그를 당선시켜 줄 정도로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멍청하지 않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 그대로라면 조은비 예비후보는 내세울 것이라곤 '최연소'와 '얼짱' 타이틀뿐인 실속 없는 정치인이 될 게 뻔하다. 물론 당선된다는 가정 하에. 과연 화성시민들이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투표소에서 조은비라는 이름을 찍어 주려 할까?
출처 | http://writingsforyou.tistory.com/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