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유 시사게를 좋아합니다. 일단 뼛 속까지 반새누리인 제 성향에도 맞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예전과는 달리 생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일하게 접속하고 있는 정치 관련 커뮤니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이전에 활동했던 커뮤니티에서는 야권을 옹호하는 정도의 스탠스만 취해도 별반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그로를 끌려는 분탕종자들이 워낙 많은 사이트였던데다가 저와 대척점에 서 있던 극성맞은 안철수 지지자들이 활개를 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유 시사게에 오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극렬하게 맞섰던 안철수 지지자들은 사라졌고 의도적으로 분란을 유도하는 어그로들로부터의 시달림도 현저하게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사소한 차이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자에 비해 후자가 훨씬 더 극심한 피로감이 엄습합니다. 전자가 오히려 전투력을 극대화 시킨다면 후자는 오히려 반감시킵니다. 극도의 피로감과 더불어 회의감까지 밀려 듭니다. 흔한디 흔한 말로 야권은 분열로 망한다는 그 의미를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의지가 박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던지라 지금 이 상황이 사실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누리당으로 전향할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움이 가중되다 보면 자칫 제 안에 가지고 있던 작은 열정들마저 사그러들까 두렵습니다. 불현듯 이러다 방관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차라리 치열하게 아귀다툼을 하던 그 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잔 걸치고 나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서로 지치게 만드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한낱 정치인에 내 삶과 운명을 걸고 기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현실이 각박해지면 언제라도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고 항상 내가 세상을 바꾸는 주체라고 생각하면서 이 엄혹한 시절을 감내합니다. 메시아를 기다리는 신도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오만한 자세로 우리가 믿는 것이 상식이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로 상식과 정의가 우리가 신뢰하고 추종해야 할 묙표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전자와 후자는 많이 다릅니다. 전자를 따른다면 같은 이야기를 전해도 주류와 사소한 논쟁이 있었다는 이유로 맹목적인 반대가 이루어지게 되고 결국 여기에 살아 남는 이들은 항상 나와 같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 뿐일 겁니다. 소신대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고 주류의 의견에 편승해 안주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다릅니다. 커뮤니티를 지배하는 주류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상식과 정의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것이 존중되는 커뮤니티로 발전해야 합니다.
생각의 다름을 존중 받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오유 시사게에서 새삼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게를 믿습니다. 이 곳의 유저들이 시류에 편승해 그저 한 방향으로 맹목적으로 휩쓸려 가는 감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밀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사소한 차이도 서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것을 말입니다. 서로를 지치게 해서 떠나게 만드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소중한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지켜 나갈 수 있는 동지로 만들어가는 커뮤니티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