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만 나온 사진이 아니라 과하게 덧칠을 ㅎㅎ
저는 로마에 산지 이제 삼년째 되는 남징어입니다.
로마에 놀러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로마 3대 젤라또를 가야한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심지어 가이드북들에도 그렇게 쓰여있더라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로마에는 3대 젤라또 가게가 없습니다.
로마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 꺼에요.
누가 먼저 만든 말인지 모르겠는데, 그 말은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만 쓰는 말인 거 같아요.
Giolitti, Fassi, Old bridge라는 세 가게를 3대 젤라또라고 하는데, 세 곳 모두 먹어본 결과..
다만 죨리띠는 그나마 먹을 만 했고, 파씨와 올드 브릿지는 ㅠㅠ
정말 맛있는 이태리 젤라또는 먹고 나도 입에 기분 나쁜 단기운이 남지 않거든요.
엊그제 바티칸 옆을 지나다가 올드 브릿지 가게 앞에 우리말로 '로마 3대 젤라또 한국 진출'이라고 쓴 걸 보고 쓴 웃음이 났어요.
그 팻말에 이태리어로는 그렇게 안 써놨더라구요.
만약 그렇게 썼다면 정말 지나가는 이태리 사람들마다 '3대 젤라또라니 무슨 말이냐'라고 가게에 와서 무슨 소리냐고 물어봤을 꺼에요.
이태리 여행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태리는 관광지 바가지가 거의 없는 나라에요. (이웃나라 프랑스와 비교하면 더더욱)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라도 가게 주인은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장인정신으로 식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바가지를 씌우거나 형편없는 품질의 음식이 나오는 일이 거의 없어요.
진심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과 종업원들이 자기 가게가 로마에서 제일 맛있는 가게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기 살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여유가 없는 명성 중심, 승자 독식 사회인지 자주 느낍니다.
굳이 전국 5대 치킨, 전국 3대 중국집 이런 타이틀을 만들어야 안심하고 먹고, 뒤쳐지지 않았다고 위로하게 되는 사회인 거 같아요.
적어도 로마에는 3대 파스타집, 5대 젤라토집 이런 게 없습니다.
혹시 로마에 오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실체가 없는 3대 젤라또 집을 찾아다니지 마시고,
아무 젤라또 가게나 레스토랑도 좋으니 들어가셔서 주인과 이야기도 나눠보시고, 젤라또 만드는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을 물어봐보세요.
정말 자랑스럽게 설명하면서, 계획에도 없던 서비스까지 줄지도 모릅니다.
혹시 언어가 어려우시다면, 그냥 엄지손가락을 들고 미소만 지어도 좋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은..ㅎㅎ)
정말 돈을 안 받을 수도 있습니다.
*2줄 요약
로마엔 3대 젤라또 그런 거 없다.
어느 젤라또집에 가든 그 집의 사연과 맛을 느끼는 것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