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운데이션을 사게 된 계기는 정말 별 거 없었습니다.. 로라메르시에 써보고싶다.. > 하지만 파데가 이렇게나 많은걸.. > 그러고 보니 크림파운데이션은 없네? > ~
의식의 흐름~ > 얼라리 왜.. 이게.. 내 손에...
로라메르시에 크림스무드. 지우개 파운데이션으로 유명하죠. 피부결점을 지우개처럼 삭삭 지워준다! 뭐 그런 걸로 유명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제 손에 들어온 이상 가루가 되도록 깔테니까요. 그래도 처음부터 까버리면 미안하니까 장점부터 시작하죠.
롯데본점 로라메르시에 누나의 말에 따르면 크림보다는 밤 타입에 가까운 이 파운데이션은 체온으로 충분히 녹여 블렌딩 한 다음에 사용하지 않으면 발림성이 나쁘고 펴바르더라도 두껍게 못생기게 발려서 진가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하셨어요. 제가 남자인 걸 보고 첫 파운데이션이라고 판단하셨는지 초심자에게는 약간 까다롭게 느껴지는 파운데이션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손등에서 녹인 다음에도 얼굴 위에서 부드럽게 굴려 흡수시켜준다는 생각으로 정성들여 발라야 예쁘게 최상의 느낌으로 발린다고 해주셨고 실제로 얼굴에 테스트도 그렇게 정성들여 해 주셨구요.
일단 저는 핑크베이스 덕후이기 때문에.. 블러쉬 아이보리를 골랐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엄청 분홍기가 돌지는 않아요. 약간 화사한 정도? 처음 뚜껑을 여시면 보통 되직한 느낌의 파운데이션들보다 훨씬 되직한.. 그야말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밤 타입이라고 보는게 더 알맞을 것 같은 단단한 크림치즈같은 느낌의 내용물이 들어있을거에요. 스패출러로 떠서 손등 위에서 살살 녹이면서도 굉장히 단단하고 되직한 제형이라는게 느껴지지만 생각외로 다른 파운데이션과 섞을때 잘 섞이면서 어우러지구요. 체온이 필요하기 때문에 메이크업 믹싱 팔레트를 사용하는건 추천드리지 않아요.
잘 녹여서 얼굴 위에서 정성껏 굴려발라주면 스며들듯이 촉촉하면서 광이 나는듯 안 나는듯 하게 발립니다. 새미매트하다기에는 촉촉하고 광이 난다고 하기에는 약간 매트한 느낌이 있는 아리송한 느낌으로 발리지만 곧 본연의 기름과 섞여서 촉촉한 광이 흘러요. 건성이시라면 이렇지 않겠지마는.. 그리고 이 아리송한 마무리감에 비해서 크림파운데이션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게 보습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산뜻한 척 하면서 유분이며 영양감도 굉장히 풍성한 편이구요.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지우개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버력은 좋은 편입니다만 이 커버력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소 두껍게 발리는 것을 감수하셔야 합니다. 얇게 예쁘게 펴바르려고 하면 무슨 파운데이션이건간에 좋은 커버력을 기대하기 힘든 것처럼요. 일단 작정하고 커버하려고 바르기 시작하면 화장이 두꺼워지기야 하겠지만 컨실러 없이도 어지간한 잡티를 커버하거나 심지어 모공도 빡빡하게 채우면서 메꿔주는 놀라운 커버력을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이러면 피부표현이 인위적이고 예쁘지 못하겠죠 ㅇㅅㅠ?
가지고 있는 유분에 비해 지속력은 제법 좋은 편입니다. 이런 계열의 파운데이션들이 저 같은 수분부족지성 피부 위에 올라가면 넘치는 기름에 떠내려가버리는 비극이 발생하는데 이놈은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들질 않더군요 ㅎㅁㅎ! 물론 파우더의 도움 없이는 떠내려가는건 매한가지지만 아주 예쁘게 무너지는 편은 아니어도 그럭저럭 깔끔하게 무너지는 편에 속하구요.
자 칭찬은 이만 하면 된것 같으니 까기 시작해야겠죠? 난 뭐든 깔 때가 제일 좋더라 ㅎㅅㅎ!
이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습력이 뛰어날 뿐이지 자체적으로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냥 촉촉한 파운데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기초를 부실히 하고 발랐다가는 속당김(...)이 옵니다. 기왕에 있는 수분을 붙잡아주는 능력이 뛰어난 파운데이션이지 수분을 공급해주는 파운데이션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 그냥 잘 녹여 바르면 되겠지. 하고 기초 부실하게 하고 얼굴에 올렸다가 피부 안쪽이 뻣뻣해서 얼굴이 속에서부터 갈라지는 줄 알았어요 8ㅁ8...
그리고 지우개 파운데이션이라는 명칭이 약간 아까운 감이 있습니다. 여러겹 얇게 레이어링하면 커버력은 올라가지만 레이어링 해도 커버력이 올라가지 않는 파운데이션이 있던가요? (있음, 메이크업포에버 페이스앤바디) 저는 지우개 파운데이션이라길래 촉촉하면서 더블웨어급의 커버력을 가진 요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너무 많이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하게 되더라구요 시무룩..
뭐 사소한 걸 끌고 오자면 단지형이라서 위생이 걱정된다는 점하고 저같이 덤벙대는 사람은 스패츌러가 따로놀아서 보관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겠네요.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엔 다른 파운데이션으로 또 만나요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