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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발자의 소소한 사이다
게시물ID : soda_2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줍게눈팅만
추천 : 21
조회수 : 4275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2/05 12:31:22
결혼해서 용돈이 없으므로 엄슴체.. 

첫 사이다 글이라 탄산 비율이 잘 표현될지 모르겠으나 시작하겠음

본인은 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팀이었음, 회사는 대기업이고 팀원수는 대략 10명 정도...(지원팀 까지하면 14명?)

저런 상황에서 개발자 한분이 우리팀으로 가을 쯤에 우리팀으로 옮

우리팀에 배치 이유는 앞서 같은 회사 내 다른 팀 2개에서 RPG 게임을 만들었는데 결과가 안좋아서 팀이 모두 사라진 이유였음
매일 야근 철야 반복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지만, 게임이 흥행에 실패 했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 받으면서 우리팀으로 왔음

흥행 실패의 이유는 뭐 다들 아시다시피 돈되는 게임 만들기 위해 다른 게임에서 돈 잘벌고 있는 시스템 그대로 가져다가
장착하다가 독창성을 잃어버려서 였음
(게엄업계 병맛 이 되어 가는 이유는 지금 쓰면 한트럭을 쓸수 있으므로 더 이상 자제...)

암튼 그렇게 죄인 취급 받은 개발자분은 그래도 게임 만드는게 적성에 맞고 재밌어서 우리팀에서 적응하려 노력하고 계셨음
그렇게 한, 두달이 지나서 해가 넘기고 우리팀 상사에 평가를 받음



우선 이 상사에 대한 이해를 위해 잠시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을...

사실, 나도 우리팀에서 1년동안 일했지만, 우리팀의 상사가 그렇게 좋은 리더가 아니었음
닭 수준의 기억력 + 무한긍정 + 결정장애 + 착한아이컴플렉스와 맞물려 업무에 있어서는 지옥의 문을 활짝 열어재낀 장본인이었음
(사실 남자 박x혜라 해도 무방함... 쓰다보니 소름...)


사례1)
예를 들면, 사장과 미팅후 우리는 GTA5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갤s2 에서 작동 가능하게 만들라고 함
이유가 더 가관인게, 출시는 6개월 뒤 이므로 그때까지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 할 수 있으니 일단 PC 에서 만들고 있자라고 설득함

천재적인 개발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꼴랑 10명으로 GTA5 급의 게임을 6개월안에!! 그것도 갤S2 에 올리자는 상사의 말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었음
(사실 그 개발자가 온 이유도 사람 부족하다고 하니깐 게임 망한 팀에서 남는 인원 1명 붙여준거임.. GTA 만들자면서... )


사례2)
그 개발자는 일정에 없었지만, 상사왈 사장이 반드시 만들어 달라는 UI 가 있어서 주말 출근, 야근으로 제작을 해줌
하지만 몇 일 있다가 이 UI 왜 만들었냐고 물어봄, 사장님이 요청하셨다면서요? 라고 되 물으니 그랬나요? 하고 기억을 못함
그리곤 컨텐츠 삭제 지시

사장 들먹이면 순순히 제작해준다는걸 알고 지시했지만 본인이 까먹음 --;;


사례3)
업무시간에 사장 안보이게 모니터 등지고 몰래 디xx로 하느라 팀 돌아가는 상황을 등한시 함
한번은 정책이 정해지지 않아서 업무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자분과 기획자 분이 다툼이 생기게 되었음

기획자분은 일정이 급박하지만 정책이 정해져야 하니 대강 틀만 잡힌 걸로 제작 하자고 하고
개발자분은 이미 틀만 잡힌채로 만들어온게 많아서 더 이상은 무리니 세부 기획서 달라고 하자는 상황이었음

사실 상사가 결정만 내려주면 되는 상황이지만, 그 상사는 본인한테 그런 결정 요구하면 자신에게 일을 떠넘긴다고 생각함
본인이 중간에서 보는 입장에서 정책 결정해서 중재좀 내려달라하니 그 상사는 본인이 나서면 싸움이 더 커져서 중재를 안한다는 소리를 함...
(아.. 사례는 한트럭 쓸수 있지만 내가 암걸릴 것 같아서 이제 그만.. ..)

이런 상사 였음



암튼 이 상사 덕에 출시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결과는 내야 하니 자연스럽게 야근, 주출이 필수인 팀이 되버림
일은 처내도 처내도 끝이 없으며, 상사는 사업부, 사장이 술자리에서 그냥 한마디 던진 아이디어 컷도 안하고 다 만들어준다고 약속하고 들고옴
덕분에 참신한 병맛 기획이 어우러져 만드는 사람들도 도대체 무슨 게임 만들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버림

우리도 그렇고 개발자 분도 그렇고 정신적으로 한계 상황이 왔지만, 물리적 한계가 허용하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함
이직할까봐도 생각했지만, 고생했으니 결과보고 가자고 아래사람끼리 의기투합하면서 버텼음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고 어느새 연말이 지나 그 상사에 평가를 받았음
평가는 연봉 인상 폭과 승진을 결정하는 요소 이므로 매우 중요했음

하지만, 그 개발자 분은 별점 2/5를 받았음
2점이면 연봉 인상률도 2% 미만으로 책정되서 동기부여는 커녕 1년 여의 노력이 허사가 되버리는 엿같은 상황이 되버림
(나도 그렇고 팀 내 중간 관리자 제외하고 실제 개발 인원은 모두 별점이 낮게 나옴)

상사는 사장한테 잘보이니 평가가 5점 나왔다며 자랑하고 다님
다들 부글 부글 끓었지만, 조금만 있음 출시 한다고 참자 참자 하면서 다님


이 상황에서  개발자분이 연봉 협상 자리(사실상 통보)에 갔음
뭐 이래 저래 말은 많았지만 요약하면 

"실력이 부족해서 결과가 안좋아" 

소리를 들었음 누구덕에 게임이 병맛됐는지는 생각도 안하고 남탓 스킬 시전해서 폭발해버림
좋은 소리 해도 모자랄 판에 저 소리 들으니 정말 꼭지 돌 지경이었다고 함
그 상황에서 상사는 이렇게 질문함

"어떻게 하면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는지 아나?"

라고 하자 그 개발자가 이때다 싶었는지

"이직이요"

하고 질르고 노려봄... 

상사는 말문이 막히고 당황했는지 갑자기 기침하고 물찾고 난리났음

기침하는 상사를 뒤로 문을 박차고 나와 가방싸고 집으로 감
포스트 잇으로 "안녕" 이란 쓴 메모를 모니터에 붙인채...

결국 이 개발자는 몇달 쉬다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직을 했음
이분을 필두로 따르던 개발자와 기획자가 몇명이 이직을 함(나도 이직 성공 ㅋ)

그리고 상사가 있던 팀은 결국 게임 출시 못해서 잘림 ㅋ
(나중에 아직 회사에 있는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본인이 잘못한거 없다고 징징대었다함.. 아.. 발암)

후에 개발자분 만나서 이야기 해보면 본인이 원래 바라던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개발팀 가서 좋다고.. 
행복하다고 함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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