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은 유명한 '아침이슬' 을 부른 가수 김민기씨가 연출한 음악과 함께
유신정권 말기 1978년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의 후원으로
송창식의 녹음실에서 비밀리에 (창문을 담요로 가린 채) 제작되었고
약 2,000여개로 복사된 이 테이프는 대학가로, 공단으로 비밀리에 퍼졌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기적적으로 오늘까지 남아 우리에게 있네요.
당연히 밝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어, 영상을 보는 내내 우울함과 그로테스크함을 동시에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이런 암울한 시대를 버틴 사람이 존재할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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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시퍼런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한 개에 오만 원씩 이십만 원을
술 퍼먹고 돌아오니 빈털터리래
울고 짜고 해봐야 소용 있나요?
막노동판에라도 나가봐야죠.
불쌍한 언니는 어떡하나요?
오늘도 철야 명단 올렸겠지요......
돈 벌어 대는 것도 좋긴 하지만
무슨 통뼈 깡다구로 맨날 철야유?
"누구든 하고 싶어 하느냐"면서
힘없이 하는 말이 폐병 삼기래
남 좋은 일 해 봐야 헛거지
고생하는 사람들만 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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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특별한 경우겠죠
병 걸려 있으니까 그런 거죠
-- 삼 년만 지내보면 알게 될 거다!
귀머거리 폐병쟁이 누구 누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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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으면 관두래지
뭣하러 공순이는 되었남
-- 누구는 좋아서 되었나
가난한 집에서 난 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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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야 순전히 댁 사정이죠
공연히 남들 핑계 대지 말아요
묵묵히 참으면서 일만 하세요
윗분들이 잘 알아서 해줄 거예요
-- 사장님네 강아지는 감기 걸려서
포니 타고 병원까지 가신다는데
우리들은 타이밍 약 사다 먹고
시다 신세 면할 날만 기다리누나
월급 봉투 누런 봉투 빈 봉투
구멍가게 지나갈 땐 돌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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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면 될 테지요
조져 조져
- 조지면 된단 말이지?
조져 조져
-아 조지면 된다니까요!
- 노조가 결성되면?
-노조? 노조?
-그 짓도 끝장이죠
- 안되지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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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 불평밖에 할 줄 모르는 천치들아-
너희들이 뭘 안다구 그래-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될 것 아냐!
노조는 무슨 놈의 얼어죽을 노조야
-- 이 옷을 만들며는 누가 입나요
사장님 사모님이 사서 입나요
코쟁이 노랑머리 사서 입나요
우리들은 작업복만 어울린대요
만들어 입어봐도 못 입네
***
웃기지 마-
막 밀고 나온다면
강제로 해산시켜!
질서는 그 애들이 애당초 흐렸으니
회사가 살아야지
***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평등과 평화 넘치는 자유의 바닷가
큰 물결 물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분홍빛 고운 꿈나라 행복만 가득한 나라
하늘빛 자동차 타고 나는 화사한 옷 입고
잘 생긴 머슴애가 손짓하는 꿈의 나라
이 세상 아무데도 없어요 정말 없어요
살며시 두 눈 떠 봐요 밤하늘 바라봐요
어두운 넓은 세상 반짝이는 작은 별
이 밤을 지키는 우리 힘겨운 공장의 밤
고운 꿈 깨어 나면 아쉬운 마음뿐
하지만 이제 깨어요 온 세상이
파도와 같이 큰 물결 몰아쳐 온다
너무도 가련한 우리
손에 손 놓치지 말고 파도와 맞서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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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의 삶은
확실히 질적으로 30년 전보다 훨 나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노래에서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의 바닷가는
아직도 멀어 보이기만 한 것이
참 씁슬하네요.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P_DQzVyKlv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