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좋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위협과 분단으로 인한 고통 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통일은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공적인 통일 앞에 놓인 장애물은 엄청나게 거대합니다. 이중에 하나라도 해소에 실패한다면 통일은 바로 재앙이 될겁니다.
1.비용
세상이란게 원래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비용이 발생하는 법인데, 통일에 있어서 얼마나 큰 비용이 발생할지는 상상조차 어려운 지경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계산해보자면 대한민국의 국민소득 3만불, 북한의 국민소득이 2000불이고 북한 인구가 2500만명이니 북한을 지금의 대한민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면 28000*2500만=7000억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참고로 1년당 필요한 금액입니다) 거기에 인프라구축 비용과 각종 사회적 비용은 아예 고려도 안했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총 GDP가 1조 8500만불 정도 됩니다.
비용 이야기만 하면 꼭 나오는게 자원이랑 시베리아 철도 연결인데, 일단 시베리아 철도는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니 뭐 그런 셈 치겠습니다.
하지만 자원 운운은 정말이지 콧방귀밖에 안나오는 말입니다. 언제부터 북한이 하는 말을 그렇게 찰떡같이 믿었던 겁니까? 중동 산유국들은 매장량으로 구라치는게 일상입니다. 하물며 북한이 정직하게 자신들의 자원실정을 홍보하리라고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사실 북한은 자원 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능력이 안되니까요. 기껏 통일되서 열심히 지질조사를 거쳤더니 채산성은 쥐꼬리만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광물의 순도가 일정 수준이 안된다면 당연히 캐봤자 적자입니다). 기껏 있는 자원도 중국이 빨대를 꽃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이것 또한 상당한 악재입니다.
요약하자면 '매장량 신뢰도 바닥+채산성 미지수=????'정도 되겠습니다.
게다가 광산채굴은 무지막지한 환경파괴를 유발한다는 정도는 알고 넘어갑시다(광산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기본적으로 중금속이 듬뿍이고 채굴 및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사회적 갈등
일단 남한인과 북한인의 갈등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같은 민족이요? 같은 민족이래도 분단된지가 70년이 다 되어 가고 세대로 치면 3세대에 접어듭니다. 분단이 10~20년 내로 종결됐다면 또 모를까 지금의 남북은 타 민족보다 나을 게 없습니다.
그나마 그냥 분단만 됐으면 또 모르겠으나 저 북한의 체제는 남한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교육받은 2500만명의 새로운 구성원의 유입이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습니다. 아직도 '빨갱이'라는 말이 욕설로 쓰이는 사회와 스탈린주의 사회의 결합입니다. 비유하자면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화합시키는 꼴입니다.
진짜로 염려되는건 대한민국 국민의 관용이 정말이지 끔찍할 수준으로 낮다는 점입니다.(애초에 북한인에겐 기대도 않습니다.)
보시다시피 대한민국 국민의 관용지수는 OECD 최하위권입니다.(옆에 일본은 아직도 자이니치와 부라쿠민에 대한 사회적인 계급차별이 실존하는 나라입니다. 그런 나라랑 동급 취급 받고 있는겁니다.) 덤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가 심각하게 모자란 사회이기도 하지요. 이런 사회가 통일을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앞으로 최소 10년간은 어림없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미뤄질수록 남북의 동질감은 더욱 희미해져 갈테니 딜레마도 이런 딜레마가 없습니다.
남-북갈등만 문제냐? 천만에 말씀. 북-북갈등 또한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광복 이후 친일파 문제를 생각해보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될텐데, (만에 하나 북한 주도로 통일이 되지 않는 이상) 북한인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갈등이 생깁니다. 무려 신분제도(핵심계층-동요계층-적대계층)가 존재하는 북한사회의 막장스러운 실태를 감안하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될게 뻔합니다. 그러나 진짜로 북한이 붕괴한다면 죽창을 맞게 될 김씨 일가 및 그 측근들은 해외로 망명하거나 그들의 정보 및 영향력을 살려 플리바게닝 내지 사면을 기도할 겁니다.(실제로 북한에서 대학을 나온 엘리트는 전부 핵심계층입니다. 따지자면 억업하던 쪽인데 과연 이들을 죄다 배제할 수 있을런지?) 어느쪽이든 북한 주민(여기서는 동요계층과 적대계층)들에게 만족스러운 결말이 못됩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총구를 겨누던 자와 겨눠지던 자가 화해하기가 쉬울까요?
내전이나 안 일어나면 다행입니다. 내전이 안 일어나더라도 국토 여기저기가 슬럼화되어 뒷세계 조직들이 날뛰는 꼴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국제정세는?
남북이 통일되면 누가 좋아할까요? 미국은 약간 좋아할 지도 모릅니다(핵무기가 사라질테니). 그러나 다른 주변국가들에게 있어서 통일이 좋은 일이 될런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미국과 잠재적 적대관계인 러시아와 중국이 큰 문제입니다. 위키리크스 문건을 보면 중국은 북한에게 특별한 애착은 없는것 같긴 하지만(북한에 대한 여론이 나쁘기도 하고) 그렇다고 우리한테 떠먹여줄 리가 있습니까? 이것저것 이권을 많이 뜯어내기를 원할겁니다. 이 이권경쟁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끼리 싸울 가능성도 있고, 통일 이후에도 우리에게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있겠네요.
사실 큰 문제지만 난이도 자체는 별로 높은 미션이 아닙니다.(중국이 압록강을 건너면서까지 북한을 도울 가능성은 낮습니다.'순수하게 북한을 돕기'위해서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적 역량이 어떻습니까? 주변 국가들의 의견을 조율할 능력이 될지 안될지.... 적어도 현재의 대한민국에게는 무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 핵무기를 우리가 인수하니 뭐니 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망하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십니까?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를 합치면 대략 3000발(배치된 것만 계산)인데, 옛날엔 합쳐서 20000발씩 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중국도 180발 정도 갖고 있는데 북한은 몇발? 호의적으로 봐줘도 10발도 안되요. 게다가 미국은 타국의 핵무장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만약에 통일한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인수한다면 문제는 누구한테 두들겨 맞느냐가 될겁니다.(미국?중국?)
다시 말하지만 이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 안되면 통일은 재앙이 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통일은 대박"이니 뭐니 지껄이는 꼴을 감안했을때(유감스럽게도 저게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적 수준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현재로서 통일은 안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던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라는 연재물이 좋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읽어보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