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타이거즈 좌완 최초 100승, 뿌듯하고 뭉클하다.”
원래 불펜 등판으로 예정됐는데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고 들었다.
불펜에서 던지면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이닝을 적게 소화하더라도 차라리 선발로 등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6회까지 80구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예정된 이닝과 투구 수였나.
벤치에선 5이닝 정도를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투구 수도 예상보다 적고, 점수 차도 있어서 6회까지 던져보자고 하셨다. 날씨가 더웠지만,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아줘서 힘이 났다.
5월 말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3연패에 빠지는 부진을 겪었다. 어떻게 극복했나.
한창 안 좋을 때 이대진 코치님과 얘기를 많이 하면서 부진 탈출을 위해 노력했다. 그 뒤로 다시 연승하고 있다. 욕심을 많이 안 부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즌 초반 7연승을 할 땐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욕심이 많았다. 부진을 겪은 뒤 조금씩 버틴다는 느낌으로 이닝을 소화했다. 욕심부리지 않은 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
통산 100승이 올 시즌 목표였는데 실제로 달성하니 느낌이 어떤가.
100승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달성할 줄은 예상 못 했다. 감회가 새롭다. 아직 얼떨떨하고 꿈같은 느낌이다.
(양현종의 통산 100승은 KBO리그 역대 28번째 기록이자 좌완 투수로선 5번째 기록(송진우·장원삼·김광현·장원준)이다. 타이거즈 투수 역대로는 5번째 기록(선동열·이강철·조계현·이대진)이다)
타이거즈 좌완 투수로선 최초의 100승이다. 남다른 의미가 있을 텐데.
(고갤 끄덕이며) 맞다. 타이거즈 좌완 투수로서 최초 기록이지 않나. 이런 걸 생각할 때마다 뭉클하고 뿌듯하다. 어떤 성적이든 내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면 자부심이 느껴진다. 타이거즈 야구만 보면서 자랐기에 이 팀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긴다는 건 정말 영광이다.
100승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의 순간이 있나.
음. 2010년 첫 완봉승(2010년 6월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지난해 7월 3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완투승도 떠오른다. 한 점 차 승부라 크게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많은 원정 팬분들이 열심히 응원해주신 것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양현종의 다음 목표는 두 번째 KS 우승
올 시즌 개인 목표였던 93승과 100승을 전반기 안에 달성했다. 또 다른 개인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올 시즌 개인적인 숫자 목표(통산 93승·100승)는 다 이뤘다. 탈삼진왕 타이틀을 따고 싶지만, 욕심을 부리면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걸 느꼈다. 개인 성적에 더 욕심은 없다. 선발 로테이션을 건강하게 계속 지키는 게 목표다.
팀이 전반기를 압도적인 1위로 마쳤다. 우승을 향한 열망도 강할 듯싶다.
다시 한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고 싶다. 물론 2009년 우승 때도 좋았지만, 그땐 마냥 어렸을 때라 느낌이 다를 것 같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던 기억도 있고, 이번엔 팀의 주축으로서 후배를 잘 다독여주면서 선배의 뒷바라지를 잘해야 하지 않나. 팀의 중간 위치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100승을 달성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스승은 누군가.
모든 분께 다 감사드리지만, 먼저 나에게 기회를 많이 주신 조범현 감독님이 떠오른다. 또 평범한 선수에서 선발 투수로 만들어주신 칸베 토시오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만약 칸베 코치님을 못 만났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이강철 감독님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신 분이다. 물론 항상 신경써주시는 김기태 감독님에게도 정말 감사드린다.
가족들의 힘도 컸을 것 같다.
한 팀에만 11년을 있으면서 부모님이 뒷바라지를 정말 잘해주셨다.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뒤에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성적이 더 좋아지고 있다. 너무 잘해줘서 항상 좋은 상태로 선발 마운드에 오른다. 아내에게도 정말 고맙다.
앞으로 타이거즈 투수 최다승(152승·이강철) 기록에 도전해볼 만하다.
글쎄. 앞으로 야구할 날이 많이 남았다. 차근차근 1승씩 하다 보면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타이거즈 최다승 기록이라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 역사에도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