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흥미로운 현상이 눈에 띠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여 '비주류의 역습'. 영화, 음반, 도서, 미술, 예능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소위 '비주류' 또는 'B급'으로 분류되던 존재들이 '메이저' 보다 더 큰 관심을 받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서歷史書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듣고 보고 배운 기존의 세계사를 뒤집는 새로운 해석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타밈 안사리가 저술한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인의 눈으로 세계사를 재해석한 타밈 안사리, 그가 들려주는 세계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어떻게 다를까요.
서구의 입맛대로 써내려 간 세계사
중동이라는 표현은 서유럽에서 보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페르시아의 고원 지대에 서 있다면 이른바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중서가 된다. 그러므로 나는 인더스 강에서 이스탄불까지 이르는 전체 영역을 중간 세계라고 부르는 편을 선호하는데, 그 영역이 지중해권 세계와 중국의 세계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타밈 안사리가 역사를 이해하는 태도를 잘 나타내는 구절입니다. '중동'이란 표현은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탄생한 것이니 '중간세계'란 표현이 더 옳다는 그의 주장은 꽤나 설득력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유럽사와 기타 등등'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유럽 중심적이죠. 그 속에서는 동아시아도, 남북아메리카도, 아프리카도, '중간세계'도 그저 변방의 역사일 뿐입니다. 타밈 안사리는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역사상 최초로 세계를 정복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세계사 좀 안다는 사람이라면'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타밈 안사리의 대답은 다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역으로 쳐들어와 페르시아와 전쟁을 벌였다. 가끔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했다는 말이 들리지만, 그가 실제로 정복한 것은 페르시아였으며 그때는 이미 페르시아가 '세계'를 정복한 뒤였다.
그는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한 최초의 '인물'이 아닌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대제국을 건설하고 헬레니즘 문화를 이룩한 그의 업적까지 재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죠. 단지 지나치게 서구의 입맛대로 쓰여진 비대칭적인 역사를 바로 잡고 역사적 균형감각을 회복하자는 것이 그의 논지입니다.
이슬람의 눈으로 바라본 십자군 전쟁
타밈 안사리는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우리는 십자군 전쟁을 '종교 해방 전쟁'이라고 교육 받았습니다. 하지만 타밈 안사리는 여기에 태클을 겁니다. 당시 유럽에는 귀족과 기사 계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귀족과 기사는 노동을 일체 하지 않았기에 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더불어 내란이 일어날 잠재적 위험 또한 높아졌습니다. 이 문제들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전쟁이었습니다. 이에 '예루살렘 해방'을 명분으로 셀주크투르크와 전쟁을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십자군 전쟁이었습니다.
우리가 배운 세계사에서는 십자군 전쟁을 꽤나 비중 있게 다룹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이슬람 문화권, 즉 당시의 셀주크투르크에서는 십자군 전쟁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공격을 당하는 지역에서는 물론 프랑코를 두려워했지만, 그렇다해도 이런 공격이 그들의 생각이나 믿음에 대한 지적인 도전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또한 십자군은 지중해 동부 해안에 사는 무슬림들에게 분명 심각한 사안이었지만 무슬림 세계로 깊이 침투하지는 않았다. (중략) 십자군은 바그다드를 포위하거나 유서 깊은 페르시아를 침략한 적도 없었다. 호라산, 박트리아, 인더스 계곡 사람들은 프랑코의 침입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으며 대개는 아예 모르고 지나갔다.
실제로 십자군 원정대는 셀주크투르크 제국의 중심부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으며 단지 예루살렘 등 일부 지역을 점령했을 뿐이었습니다. 당시 셀주크투르크 입장에서는 십자군 전쟁이 제국 변방에서 일어난 일련의 약탈행위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타밈 안사리는 십자군 전쟁을 통해서도 비대칭적인 역사 인식을 꼬집습니다.
건강한 역사 인식을 기르는 기회
흔히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와 'B급'이 사랑 받는 현상은 박수 받을 일입니다. 여러 각도의 인식을 지녔을 때는 비평이 가능하지만 한두 가지 좁은 시선으로는 비평이 아닌 비난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잘 새겨야 합니다. 주류 세계사에서 비껴나 이채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써내려 간 타밈 안사리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풍성한 역사인식을 기를 기회를 선사하는 책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07716 서평입니다
참고해 보시면 좋을듯한 내용이군요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되고 정설로 받아 들여 진 것이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