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혁명을 꿈꾸었던 적도 없고, 사랑도 몰랐다. 지금까지 이 세상 어른들은 이 혁명과 사랑,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흉측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주입시켜, 전쟁 전이나 전시에나 우리는 배운 대로만 알고 있었는데, 패전 후, 우리는 이 세상 어른들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뭐든 그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는 반대로 하는 것이 진정 살 길이라 여기게 되어서,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고 맛난 것이고, 그러니까 좋은 일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못된 심보로 우리에게 설익은 포도라 이르며 거짓말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살아온 것이다.
- 『사양』, 다자이 오사무, p.246
- 굵은 글씨의 강조는 책에 나와있는대로 입니다..
- 글의 배경은 1946년의 일본으로, 표현되는 '전쟁'이란 것은 태평양전쟁을 의미합니다.
출처 |
『인간실격, 사양』, 다자이 오사무, <문예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