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본, 外人과 차별?…미국은 ‘당당한 권리’
가까운 일본 프로야구도 별도로 선수 경조사에 대한 공식적인 휴가는 없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문화가 개인보다는 집단이 우선이어서인지, 시즌 중 선수가 팀을 이탈하는 행위는 이례적인 일이나, 튀는 행동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특히 일본에서는 감독부터 팀의 중심을 잡느라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열혈남아’ 호시노 센이치 전 라쿠텐 골든이글스 감독은 어머니의 장례식을 건너뛴 것은 물론 부인상도 알리지 않았다. 2003년 한신 타이거즈 사령탑에 맡았을 때는 팀에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에야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외부에 알렸다. 팀의 우승이 먼저라는 생각에 장례식도 불참했다. 호시노 감독은 주니치 드래곤스 사령탑이던 1997년에도 암으로 타계한 부인의 사망 소식을 숨긴 채 팀을 지휘하기도 했다. 세계의 홈런왕으로 불리는 오 사다하루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도 1980년대 초반 부친상을 당하고도 장례식장은커녕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이들을 두고 일본 언론과 팬들은 “남자답다”는 찬사를 보냈다.
메이저리그는 출산 및 가족상 등에 대한 공식적인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출산휴가는 2011년 선수노조와 사무국의 단체교섭을 통해 예외없이 3일 간 쓸 수 있도록 도입했다. 구단들은 출산 휴가를 위해 자리를 비운 선수의 로스터 자리를 짧게는 24시간부터 길게는 72시간까지 다른 선수로 메울 수 있다. 롯데 이대호(35) 역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던 지난해 시범경기 기간에 아무런 부담 없이 출산휴가를 떠났다. 2003년 도입된 장례휴가는 가족이 세상을 떠났거나 위독한 상태일 때 선수가 팀을 떠나 상주가 되고, 조문을 하거나 위문을 할 수 있다. 3일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역시 이 기간 동안 임시적인 로스터 변동을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야구선수 이전에, 아빠로서 또는 아들로서 가족의 도리를 다할 수 있는 ‘당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수들의 ‘당당한 권리’는 항상 화두다. 언제까지 구단의 배려(?)에만 의존해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정은 우리 사회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다. 많은 선수에게, 가족의 존재 자체가 바로 야구를 계속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가족의 경조사조차도 챙기지 못하고 오직 팀을 위한 희생을 강요받는 선수에게, 과연 야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특히 선수들 스스로도 FA(자유계약선수) 경력 인정 문제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과거 선수들의 경조사에 따른 공식적인 휴가 인정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며 “현재 국가대표에 한해 소집기간을 FA일수에 포함시키지만,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경조사에 따른 휴가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FA일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부터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보편적 인권보장이 시대의 흐름이 됐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에게도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는 정작 국내 선수들이 누리지 못하는 현실 모순도 고쳐야 할 점이다. 한 전문가는 “‘선수가 무슨 출산휴가며, 경조사냐? 야구만 잘하면 되지’라는 인식자체가 그릇됐다. 야구만 잘해서 지금 야구계 전반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바뀔 건 바뀌어야 한다”며 “선수도 선수 이전에 사람이다. 가족의 경조사에 관해서는 적어도 선수의 입장과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그릇된 풍토가 관행으로 방치된다면, 이게 적폐가 아니고 뭔가”라고 강조했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7090700036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