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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목격, 사이다 따서 드린 일
게시물ID : soda_27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랑대왕마마
추천 : 21
조회수 : 3856회
댓글수 : 78개
등록시간 : 2016/01/28 23:09:30
 
 
내가 마신 사이다는 아니지만, 사이다를 따 손에 쥐어 준 일이 있었습니다.
 
교통사고라지만 꽝하고 부딪힌 인명사고는 아니고, 차 대 차. 사건은 미미하나 일이 커졌던.
 
몇년 전 가난한 자취생인 나의 집은 산 꼭대기였고, 지하철에 내려서 20분을 걸어 올라가야 했습니다.
 
언덕의 구배는 강약약중간약의 반대로 약중간약약강으로 가장 가파른 언덕 입구(강의 진입로)는 새 발자국 모양의 사거리였습니다.
 
시계로 보면 6시방향에서 진입 할 경우 10시 12시 2시 방향으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10시 방향의 길과 12시 방향의 길은 이어져 있고 그 정점에 나의 집(월세내고 사는 집)이 있고
 
2시 방향으로 가면 대단지 아파트가 나옵니다.
 
2시 방향 길 오른쪽에는 고깃집이 있구요. (적지 않은 가격에 5년을 살며 한번도 못 가 봄 ㅠ_ㅠ)
 
여튼 사건이 일어난 그 날은 비가 왔고
 
그 사거리에 서서 10시 방향으로 갈까 12시 방향으로 갈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10시 방향은 그나마 완만하지만 좀 멀고 12시 방향은 45도 이상의 경사를 자랑하지만 빠른길.
 
그때 택시 한대가 6시 방향에서 2시 방향의 길로 들어 서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며 고깃집 앞에 주차된 차를 긁고 지나 갔죠.
 
택시는 잠시 멈추더니 그냥 출발했습니다.
 
손님이 타고 있었던 걸로 봐서 일단 손님을 내려주고 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 차 번호만 외워 뒀습니다.
 
역시 2시 방향으로 들어간 택시는 손님을 내려두고 다시 돌아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10시 방향으로 올라가 12시 방향으로 내려 오더군요?
 
내가 차가 긁힐 때 부터 서 있었던 것을 본 택시 기사는 내려서 내게 물어 보더군요.
 
기사 : "여기서 뭐하세요?"
 
나 : "친구 기다려요." (뻥) 
 
저는 그 순간까지 택시 기사가 긁힌 차에 대한 조취를 취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냥 택시에 올라타더군요.
 
그래서 저는
 
나 : "아까 저 차 긁는 거 봤습니다. 주인 찾아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택시 기사는
 
기사 : "저런거는 별일 아니다. 그냥 지나쳐도 될 일이다. 운전하다보면 비일비재하다. 아가씨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라고 하셨죠.
 
그건 차 주인이 정할 일 아닌가요? 아마 우리 아빠차나 내차를 긁었다면 그냥 넘어 갔을 겁니다.
 
둘 다 차는 잘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 하거든요. (근데 나 차 없음. 장롱 면허)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손수 세차에 왁스칠까지 하는 우리 작은 아버지 같은 분도 많다는 걸 압니다.
 
아마 내 루이비똥 가방 만큼 소중한 보물일테니까요. (루이비똥 가방 같은 거 없음 ㅠ_ㅠ)
 
나는 다시 한번 택시 기사를 회유해 봤습니다.
 
나 : "아마 저 고깃집 손님 차 같은데 고깃집에 문의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사거리에는 상점이라곤 딱 그 고깃집 하나이고 넓은 주차장이 딸린 교회만 있었습니다.
 
나머지 건물은 가정집이었구요.
 
그러나 그 아저씨는 "고깃집 손님 차 아니다."를 남기고 그냥 갔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고?
 
10분을 더 기다렸습니다. 혹시 가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돌아 올 지 모르니까요.
 
안 오더군요.
 
고깃집에 들어가 긁힌 차 번호를 대며 차 주인을 찾았습니다.
 
가족들과 외식 중인 젊은 애기 아빠가 나왔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수첩에 아이라이너로 쓴 택시 차 번호를 건네 주었습니다.
 
택시가 손님을 내려주러 갔을 때 내 머리를 믿지 못해 썼습니다. 펜이 없어 아이라이너로.
 
스마트 폰(아이폰)이 손에 있었지만 사람이 스마트 하지 못해서...
 
서로 폰 번호를 교환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같이 사는 친구에게 이런일이 있었다고 얘기 해 주고 혹시 내가 별일 아닌 일에 오지랖을 벌인게 아닐까 하고 물어 봤습니다.
 
친구는 잘했다라고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늦은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서라고 하더군요.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사실 내 말을 무시한 것에 괴심함이 들어 나는 몇번을 회유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틀 후 차주분께서 전화가왔습니다.
 
덕분에 일이 잘 해결 됐다고 사례를 하고싶다고 했습니다.
 
나는 됐다고 올 해 우리 LG, 가을에 야구 할 수 있게 응원 열심히 해 달라고했습니다.
 
번호를 저장하고 카톡에 들어가 보니 LG 유니폼(응원복)을 입고 있더군요.
 
차주분은 호탕하게 "아하하하하하. 네"하고 그 사건은 끝났습니다.
 
이 정도면 사이다 쥐어준 거 맞죠?
 
그리고 그 해 LG는 가을에 야구했습니다!!!!!
 
비록 하기만 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우승을 기원해 달라고 할걸. 나는 너무 소박한 꿈을 꾸었어요.
 
2013년의 오던 여름.... 그리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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