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 와이프가 내 겨울 외투를 입고다녔고
오랜만에 그 외투를 챙겨입은 나는 지인을 만나러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빈자리를 발견했지만 난 신체 건강한 서른한살 남성이기에 얌전히 서있었고
이윽고 뒤따라오던 이십대 초반 뽀얀 피부 귀여운 얼굴의 여성이 내가 서있는 곳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그래.. 너를 처음 만난 그 시절, 내 앞에 앉아있는 이 소녀의 나이정도였고,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너였지..
아련한 미소를 짓곤 사랑하는 집사람을 떠올렸고
무의식 중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나는 뭔가 손에 잡히자 확인차 꺼내들었을 뿐이고
내 손에 들린 그것은 낱개포장된 생리대 두개였을 뿐이고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내 앞의 소녀가 있었을 뿐이고
생리대를 보고 1흠칫, 내 얼굴을 보고 2흠칫, 도합 3흠칫한 소녀는
이 세상 가장 혐오스런 무엇인가를 본 표정을 지었을 뿐이고
에라이 씨발 세상아...
그 순간 작게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아 뭐야 씨발.. 남자야...??"
평소 머리가 길어 운전할때도 간혹 실루엣을 보고는 여자운전자인줄 알고 시비털려는 남자들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러한 상황인것으로 판단, 소녀가 얼핏 날 보고 여잔줄 알았으나
이윽고 발견한 수염에 흠칫 놀란것으로 사료되며,
이런 상황에 당황하여 어떠한 변명도 하지 못하고 바로 다음 정류장에서 뛰어내린 내가 원망스럽고
다음 버스를 탔으나 같은 노선 버스는 환승이 안된다는 사실에 화가 난 하루였다..
유부남분들, 외출하기 전 항상 주머니 속 생리대를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