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전풍 신임 사장이 취임 인사를 사과로 대신했다. 지난 3일 사임한 김승영 전 사장이 지난 2013년 10월 한국야구위원회(KBO) A 심판원에게 현금 300만 원을 빌려줬다가 심판매수 논란에 휩싸이자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전날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전 사장은 4일 첫 출근해 직원들과 상견례를 한 뒤 잠실 kt전에 앞서 마운드 앞에 나가 팬에게 사과했다. 그는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흔한 표현 대신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클린 베이스볼’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직원들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 정상 업무를 수행했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 2일 과거의 문제가 표면화된 뒤 김 전 사장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내가 깊게 생각하지 못한 탓에 문제가 불거졌으니 책임지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다만 ‘심판 매수 등의 의도는 전혀 없이 친분이 있던 후배가 곤경에 처했다는 생각에 선의로 돈을 빌려줬는데 마치 대가를 바라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는 반기는 목소리였다. 한 관계자는 “정식으로 수사가 이뤄지면 오히려 구단이 쓸 수 있는 오명을 벗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단의 동요를 경계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흘려 낸 성적이 한 순간에 범죄행위에 연루된 대가로 비쳐지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전직 심판 한 명의 일탈이 야구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해당 심판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KBO에서 퇴출시킨 것 아니겠는가. 오히려 KBO가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바람에 파장이 더 커졌다”고 일침했다.
선수단은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구단 수장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교체됐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팀이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말 한 마디가 조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마이클 보우덴이 자기 공을 던지는지 지켜보는 게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선수들도 “따로 미팅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최근 경기력이 떨어지다보니 서로 ‘집중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분위기를 반등시켜서 ‘검은 거래’가 아닌 ‘실력’으로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을 증명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관중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외야는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관중만 찾았고 1루 응원석 주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빈자리였다. 관중 수 급감이 최근 불거진 문제와 두산의 부진이 겹친 것인지,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씨 탓인지 알 수 없지만 평소의 절반도 안되는 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아 관계자들을 한숨 짓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