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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은거 같아 죄송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서
전에 언급한대로 같은 직장 형님의 이야기를 풀겠습니다.
저보다 5년 먼저 입사한 이 형은 음...강한남자의 상징...정도로 느껴지는 형입니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술도 호탕하게 마시고 놀때 놀고 일할땐 되게 엄하고.
하여튼 같이 있는것 자체로도 왠지 든든해지는,
그런 그 형이 우리나라에 몇군데씩 있다는 전시 기름저장고의 경비부대를 하던시절이야기입니다.
말이 경비부대지 웬만한 전방 안부러울정도의 보안을 가지고있다는군요.
장소는 경남의 어느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다시 이전글처럼 "저"로 바꾸어서 풀겠습니다.)
저는 01년 군번으로 어느 전방부대 부럽지 않을정도로 군기가 쌔고.
구타,가혹행위.각종 군법에 회부될만한 그런 문제들이 가득있는
경남의 모 정유 저장고 경비대 출신입니다.
이곳의 특징은 알게모르게 만들어져있어서 동네에 소문은 자자하지만 누구도
그 위치를 모른다는것입니다. 저희또한 휴가나 외출시 위치를 발설하여서는 안되구요.
하지만 놀라울정도로 마을과 가까이 붙어있어서 이곳이 정말 숨겨진 장소일까?
하는 그런 의문도 들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그런 이상한 공간속에서 1개 중대가 몇개월 단위로 번갈아가면서
그곳을 지켰고 제가 일병을 달고 다시 들어갈준비를 할때 즈음해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남자들만 잔뜩있는 그런 땀내나는 공간에 틀어박혀서
사람구경 못하고 지내다보면 자연히 이성에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욕망이 꿈틀거리게됩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나 인데. 보통 그런 욕구를 운동이나 짤막한 심야연등
으로나마 풀수있게 해주어서 그럭저럭 지낼만은 한것이지요.
하지만 군대라는곳은 여러성격의 인간들이 모이는곳이고
그런 집단에는 어김없이 돌발행동을 하는 녀석들도 많이 있기마련입니다.
제가 그곳에 투입준비를 할때쯤. 저희와 교대하게될 중대에서 사고가 하나생깁니다.
네...군인으로서 부끄럽지만 그중대의 어느 병장이 자신의 그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사람으로써 해서는 안될짓을 해버린것이지요.
그 문제의 병장은 현행범으로잡혀서 민법+군법의 적용으로 옥살이를하러가게되고.
(군인이 민간인에게 상해를 가하면 실제로 사회법+군법으로 가중처벌됩니다)
몹쓸일은 겪은 그20대 중반의 여성은 동네에 소문이나는 바람에 혼사도 막히고
집에서도 쫒겨났다고하더군요.
이 일로 인하여 투입하게될 저희중대는 정신교육이라는 미명하에
고된 얼차려와 휴식없이 이어지는 작업.정신교육으로 그 병장에대한 악만쌓여갈뿐.
피해를 입은 여성분에대해서는 잊어버리게됩니다.
그리고 저희가 투입되던 그날...철수를하는 그 중대의 행렬을 보고 깜짝놀랐었죠...
그도 그럴것이 몇십키로나되는 군장을 지고 또 그 위에 일인당 굳어버린 시멘트
한푸대씩을 추가로 짊어지고 일종의 "속죄의행군"을 하는 그들을...
우리는 그저 중대해체 안된걸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야유를 보내며 그들을 보내었습니다.
그때 그들의 눈에있는 두려움을 읽었어야했는데...
근무투입후 일주일은 어느정도 적응기이기에 작업량도.근무도 힘들어
그누구도 이상한 징후를 보이지는않았습니다.
그리고 약 2주째가 되어가던 그날...그날부터 모든것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질녘의 어느날. 위병소에서 상황실로 짤막한 무전이 들어옵니다.
왠 여자가 아이를 품에안고 애아빠를 만나러왔다면서 들여보내달라고 울부짖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상황실에서 근무중이던 간부는 위병소로갔고.
그 울고있는 여자에게서 남편이 이 부대에 있는지와 이름. 이 장소를 어떻게알았는지에
대하여 물어본뒤 여자를 일단 위병소에서 기다리게하고 상황실에 무전을날려
인적사항등을 알려준뒤 확인해보라합니다.
이윽고 상황실에서 위병소로 무전이 날아오고.
보고를 받던 간부는 쓰디쓴 표정을지으며 지금온 이 여자가
전 중대의 병장놈이 몹쓸짓을 한 그 여자라는걸 알게되고.
천천히 타일러서 보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는 울고불고 매달리면서
애아빠를 찾아와달라고 사정하고.간부는 말리고 그런 실랑이를 얼마나 하였을까.
갑자기 외마디 비명이 들리고 당시 비번을 받고 쉬고있던 모든 부대원은 위병소로 출동이라는 상황실의 방송을듣고 부랴부랴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보았습니다. 해질녘의 그 노을속에서 쓰러져 신음소리를 흘려가며
숨이 멈추어가는 그여자를.
멍하니있던 십여명의 인원들.....아니.그저 멍하니 있을수밖에없었던
저를 포함한 그날의 그 십여명...
잠시뒤 제일먼저 정신을 차린 위생병이 그 여자에게 갔을때 그 여자는 그 피투성이의
작고 하얀손으로 아기를 감싸안으며 싸늘한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그를 찾을때까지...언제라도 다시 찾아오겠다는 그말을....
그 말을 끝으로 그 여자는 숨을 거두고 저희는 방침에 따라 시신을 그자리에 방치한상태로.
상급부대에 보고함과 동시에 그 여자의 가족도 호출하였습니다...
그날밤 유가족에게 그 여자분의 시신과 사고의 경위를 설명하자.
그 여자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은 "이미 내딸이 아니니 우리가 신경쓸것없다" 며
시신의 처리를 우리에게 맡기며 일체의 돈을 주고는 떠나버렸고.
결국 우리는 그 여자의 시신(시신을 치우고보니 피가 흥건한 그자리에 회칼이 있더군요)
을 부대안에서 가장 서늘한곳에 두었다가 다음날 정오쯤에야 입관시키고
오후쯤 되어서 인근 절의 스님을 모신 자리에서 간단한 의식과함께 화장을하고
보급관이 뼛가루를 바다에 뿌렸습니다.
물론 일체의 모든일은 철저히 함구하라는 지시와함께...
그리고 동시에 병행한 위병소앞의 핏자국등등을 지우는작업을 하였지만.
약간 붉으죽죽한 색과 비릭한 내음은 한동안 저희를 괴롭게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들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갈때쯤 된 한달후의 어느날.
본격적으로 우리를 공포에 떨게만들고 누군가의 자식을 불귀의 객으로만들고.
종국에는 부대해체까지 가게 되어버린 제 젊은날의 가장끔찍했던 일들이 일어나게됩니다.
당시 우리중대로 신병들이 들어왔었는데 유난히 눈에띄는 한명이있었습니다.
성격도 좋고 싹싹하고 모르는게 있으면 잠자는 고참 깨워서 두들겨맞으면서도
배울려고하던 녀석이라 당시 우리는 그녀석을 "A급" 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근데 그녀석이 저와 함께 위병소에 새벽근무시간대로 투입되었을때입니다.
사수인 저는 어느사수와 다를것없이 꾸벅꾸벅 졸고있었고
부사수인 그 A급은 전방만 멍하니 쳐다보고있을때.
갑자기 이녀석이 다급한 목소리로 "정지!! 민간인 정지!!" 를 외치고는
저에게 보고하지도 않은채로 위병소앞 서치라이트를키고는 앞으로 달려가는것입니다.
부대를 통하는 길은 하나인데, 한쪽은 바위산이 버티고있고 한쪽은 구르면 적어도
전치2~3주는 나올법한 낭떠러지인데 그놈이 그곳으로 황급히 달려가는겁니다.
저 역시 그 돌발상황에 깜짝놀라 보고도.서치라이트도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무작정 낭떠러지로 달려가는 그 신병놈을 잡기위해 위병소 밖으로 뛰쳐나갔고.
얼마안가 그놈을 뒷덜미를 잡고 그대로 길가로 패대기치고
뭔일이냐고 다그쳤습니다.
그러자 그놈이 한다는 소리가
"안00일병님 방금 달려가는 여자민간인 못보셨슴까?"
이러는겁니다. 그말에 화가나고 어이가없어진 저는 그대로 그녀석을 군홧발로 까면서
이새끼가 근무 안서고 자다가 헛것봤냐면서 호통을치고
그녀석이 말할틈도 주지 않은채로 위병소로복귀. 서치라이트를 끄고
시끄럽게 울리던 무전기에 상황보고를 한 후 우선 남은 근무를 섰습니다.
이왕 된통 깨지게 생긴거. 이녀석 뭐라 다그쳐봐야 득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 진정하면서 후임놈이 봤다는 여자이야기가 생각나자.
한달전 끔찍했던 그 기억이 다시금 피어올라. 무섭기도하고해서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까 왜그런거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근무투입후 얼마안되어서
위병소에서 조금 떨어진곳에서 사람의 인영같은것이 보였답니다.
처음에 그녀석은 자기가 너무 한곳만 집중해서 헛것을보는줄알고
(실제 야간근무때 어두운상태에서 한곳만을 계속보게되면 나뭇가지나 돌이 사람처럼
보일때가 있어 야간근무중에는 수시로 주변을보라고 배웁니다)
시선을 조금 먼곳으로돌리고 약10초정도를 새었답니다.
그후 그쪽을다시봤는데 이번에는 조금더 가까워진 상태로 어슬렁거렸다는것입니다.
그때 이녀석이 저에게 보고를 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저를 깨울려는찰나.
그 사람의 형체가 육안으로 식별할수있는 지근거리까지왔고.
한술더떠서 마치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무작정 낭떠러지쪽으로 달렸다는것입니다.
일이 갑자기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놈, 절 깨우고자시고 할 틈도없이 냅다
서치라이트를 켜고는 그곳으로 소리치며 달려간것이었습니다.
A급이 불쌍하다. 근무 열심히 한것 뿐인데 군홧발로 밟히다니.
근무 열심히했는데 골로간 허병장생각이...
거기까지 말한 그녀석의 이야기에 한달전의 그일이 자꾸 연관되어
꺼림찍한 기분이 들었지만 우선 내색하지 않고 다음부터는 무조건 절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근무철수후 상황실로 복귀하고난 후에 전 따로 불려가서 되게얻어맞았죠...
다음날 간만에 비번이고 해서 오후에 옆소대 고참이랑 냉동이나 먹을까~~하는생각에
옆소대건물로가는데 (저희는 각소대생활관이 약간씩 떨어져있었습니다)
저희소대 흡연실 앞에서 왕고가 다른 신병을 까고있더군요.
평소 왕고랑은 근무철수후 같이 몰래 술도마실정도로 친했고
또 애들을 그렇게까는스타일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일단 달려가서 말렸습니다.
흙밭에서 신병을 발로 까면서 굴리던 왕고를 말리고 담배한대 물려주면서
이야기를하니 가관이더군요.
숨좀 돌린 왕고가 하는말이. 오후근무를 신병과 들어가서
같이 노가리도좀 까고 장난도치고 그러다 눈을 붙였는데 갑자기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신병이 위병소 문을 박차고는 부대 도로앞으로 달려나가더랍니다.
화들짝 놀란 왕고가 뛰쳐나와서 "야 새꺄 너 뭐해!" 라고 소리치며 다그치자
이 신병이 (윗글에 썼듯이 신병이 몇명 온 상태) 한다는소리가
방금까지 이 앞에 웬 여자가 엎어져서 비틀거리고 있었다는겁니다.
왕고도 그 일은 알고있으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저처럼 내색하지않고
뭘봤냐고하니까 와서 그랬다더군요.
왠 여자가 엎어져있는데 왕고를보고 손가락질을 하고있었다고.
아직 해가 완전히 진것도 아니고 해질녘에 헛것을 본다니...
왕고는 그냥 니가 헛것을 본거라고 다그치고는 근무 잘서고
철수후에 다른 부대원한테는 아무말도 하지말라고 당부했는데
이 얼빠진 신병놈이 철수후에 근무중 특이사항이 있었냐는 중대장의 그저 그런 질문에
근무중에 있었던 그 이야기를 해버린겁니다...
가뜩이나 그 문제로 어쩌면 진급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고 또 상부의 함구령도 있었던터라
상당히 예민해져있던 중대장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버리니...
중대장은 왕고가 근무중에 심심해서 신병에게 그 이야기를 해준것이라 의심하고.
따로 왕고를 불러 (그 일을목격한 사람중엔 중대장과 왕고도 있었습니다)
군홧발로 정강이를차면서 (일명 쪼인트깐다) 남은 군생활 꼬이고싶어서 환장했냐고.
군기교육대 가고싶냐며 왕고를 몰아붙인것이죠...
이에 왕고...뭐...힘이있겠습니까...아무리 왕고라도 남은 군생활 버티다 나갈려면
별다른 변명도 못한다는걸 아니까 참으면서 까이다가 돌아와
이 신병놈을 갈구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날부터 중대장은 최초 목격자였던 간부와 저희를 불러서 한번더 이런일이
새어나가면 너희는 무조건 군기교육대 보내버린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그 일 이후 저희는 무언의 압박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는데
이번엔 옆소대에서 일이생깁니다.
그것도 조금 큰일이요...
부대근무 특성상 중요시설 근처엔 벙커가 있고 거기에서 근무를 하게됩니다.
물론 중요시설이니만큼 부대약간 위쪽 절벽쪽에있고 해안감시벙커.대공초소.
전방감시벙커. 이렇게 나뉘어져있지요.
그중 해안감시벙커는 해안에서 접근하는 괴선박이나 절벽감시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절벽이 높이는 있으나 훈련받은 청년정도면 쉽게오를수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제의 그날밤... 상황실에 다급한 무전이 들어옵니다.
무전과함께 희미하게들리던 비명...
상황실에서는 즉각 5대기 비상을 걸었고 5대기인원인 우리소대는 실탄과 포승줄 및 장비를 챙긴후,그 해안감시벙커로 갑니다.
(저희부대는 위치상으로는 후방이지만 중요시설 및 해안감시목적으로 실탄지급이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했을때 우리는 무전기를 손에 쥔채, 코피를 흘리며 떨고있는 부사수를 보았고.
사수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에 중대장이 현장경계를 시키고 2개분대는 사라진 사수를 수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저희분대와 중대장은 그 떨고있는 부사수를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대략 이런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해안감시벙커나 대공초소처럼 부대와 약간 떨어진곳에있는 근무지는 구타와 가혹행위의
본고장같은 곳입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몇차례의 군기확인용 질문이 이어졌고 답을 못하자 신나게 두들겨맞고
갈굼을 당하고있는데 갑자기 신나게 날아오던 주먹과 발의 합주가 사라져서
고개를 들어 사수를보니 사수가 벙커입구를 보면서 덜덜떨더랍니다.
얼마를 그렇게 떨까.. 갑자기 사수가 자신을 보고 빨리 상황실에 무전을 날리라고 말한 후
총을 파지하고 벙커를 뛰쳐나가더랍니다. 이게 뭔일인가 싶어 일단 초소에 무전을날리는데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고 혼자 어두운곳에 남아있던 부사수는 저희가 올때까지 떨고있었
던 것입니다.
거기까지의 내용을 들은 중대장은 우선 부사수와 함깨 부대로 돌아가고 남은저희는
벙커는버려두고 사라진 사수를 찾아오라는지시를내립니다.
그렇게 먼저 수색중이던 2개분대와 합류한 저희는 두어시간의 수색끝에 사수를찾아냅니다.
절벽앞 해송(바다소나무)에 앉은상태로 숨이 끊어져있는 사수를요...
그렇게 사수를 찾았는데 숨이 끊어져있다는 무전을 날리고 중대장과 의무병이 올때까지
현장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을받습니다. 중대장이 이쪽으로 올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한시간... 그 시간동안 우리 소대는 평생 지워지지않을 광경을 목격합니다.
시신을 중심으로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경시목을 치고 거기서 약간 떨어진곳에서
경계겸 "이게 뭔일이다냐...간첩온거아니냐...시신에 왜 상처가없나..." 등등을
이야기할때 뭔가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산짐승인가 싶어 신경을 안쓰고 저도 그냥 담배를찾아 입에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다시 들리는소리...근데 그소리가 우리가있는쪽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들리는 말소리...
....찾아주세요......
우리는 일제히 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일개소대 30여명이
정말 말도안되는 그런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여자....한달전의 그 여자였습니다....그날의 옷...아이를 안고있는 가녀린 흰팔...
하지만 풀려버린 눈동자...비틀비틀 걸어오는 발걸음...
그리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며하는말....
애아빠를......찾아주세요.........
우리는 일제히 그 여자를 향해 "정지~! 민간인 정지!!" 를외치고
공포심을 억누르기위해 "정지하지않으면 발포한다" 라는 위협까지했으나
무용지물...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점점 커지는 말소리...점점 미쳐가는 우리들...
그러다가 결국 겁에질린 신병이 발포를함과 동시에 남은 29명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전쟁영화를 보면 수십명이 일제사격하는거 극장에서 듣고 이야~사운드죽인다.
라고 생각한적이있었는데 이 일 이후 그것이 개뻥이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멍~해져서 아무것도 안들리는귀. 총성과 공포로인한 공황...토나올정도로진한
화약냄새...
결국 시야가 어두워짐과 동시에 저를 포함한 몇몇은 그대로 토악질을 해버리고
총성에 달려온 중대장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탄피(25발X30명)들과
구토를하는 몇몇 그리고 총구를 전방에 고정한채로 선 상태 그대로 오줌을 지리고있는
인원. 땅이 완전 뒤집혀버린 피탄장소들을 번갈아보다가
"야이 개새끼들아 왜 발포했어! 이런 미친년똥구멍에서 콩나물빼먹을 새끼들이!!"
라는 말과함께 우리 소대원들에게 발길질을해대고.
그렇게 얼마간의 얼차려끝에 우리는 마치 패잔병처럼 널부러지게됩니다.
그 장소에서 그대로 대기하고있던 중대장과 우리들은 ㄱXX대 와 상급부대에서 조사단이
온다는 무전을 들은 후에야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시작했고.
얼마 후 수십명의 조사단이 와서 현장을 살피고 우리들에게 전후사정을 물을때.
우리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들은 믿지않고
소정의 절차를 밟아 징계가 내려질것이라는 말만을 남긴채 뒤늦게 도착하여 오열하는
유가족을 다독거리다가 저녁쯤 돌아가고.
저희는 하루종일 굶은상태에서 또다시 연병장에서 뺑뺑이를 돌게됩니다.
그 일 이후 우리중대의 분위기는 정말 좋지않았습니다.
공공연히 중대가 해체될거라는 말들이 나돌았고 선임들은 뻑하면 주먹을 날리기일쑤였죠.
그래도 받은 임무는 있으니 다들 무섭고 싫어도 하는수없이 근무는 섰습니다.
그리고 결국 중대장도 목격하게되죠...
저희소대는 여전히 5대기라는 직책을 가지고있었고
(3개소대가 1주단위로 순환하는데 2개소대는 경계근무. 1개소대는 예비겸 5대기)
그렇게 몇일이 흐른 어느밤. 중대장은 이 일이 있은후 매일같이 야간근무자들을 감시하기위해 한시간 간격으로 순찰을 돌았고. 그날도 그렇게 중대장이 순찰을나가고 얼마후.
대공초소를 통하여 5대기 출동명령이 또다시 떨어지고. 우리는 다시름 헐레벌떡
대공으로가니 근무자 2명이 어쩔줄을 모르고 쩔쩔매고 있는겁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사수가말하길.
중대장이 순찰을 나와서 근무중 특이사항따위를 물어보고 근무 잘서라는 말과함께
뒤돌아 나갈려는데 갑자기 멈칫하더니 "야 저거 뭐야" 라고했답니다.
그래서 근무자들도 같이 뒤돌아서보는데...
또다시 그 여자가 나타난것입니다...중대장은 그 여자를보자마자
그때 그 여자인것을 인지하고 그여자를향해
"우리 말좀합시다~ 왜 자꾸 우리에게 이러는것입니까~" 라고 외치자
여자는 듣기싫다는듯 뒷걸음질을 치기시작했고.
중대장은 "거기 가만좀있어봐요~! 우리 이야기좀 합시다!" 라고외치다가
근무자들을 향해 빨리 상황실에 무전날려서 5대기 올려보내라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그 여자가 뒷걸음질치는쪽으로 달려나가고 얼마안되어 우리가 온것이라는겁니다.
우리는 "중대장마저 얼마전에 뒤진놈꼴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서둘러
2인1조로 중대장을 찾기시작했고. 얼마안가 중대장을 찾았는데.
왠 나무앞에 기대어서 다리를 부들거리고있더군요...
우리들이 달려가서 "중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라고하자.
이내 떨리는몸을 진정시키더니 자신의 총기에서 장전된 탄알 한발을 빼낸후
깊은 한숨과 함께 "철수하자" 라는 말을남기고 앞장서서가버립니다.
그렇게 철수한후 그때의 목격자들을 불러놓고 이야기를하시는데
솔직히 나도 전방근무하면서 도깨비불같은거도 보고.
이상하다면 이상한일도 겪어봤지만 대부분 별것아니라고 넘겨왔지만.
얼마전 그 여자의 자살 이후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은 도저히 보통일이 아닌거같다.
나도 그 일의 목격자고 너희들도 마찬가지일것이기에 물어보마.
몇일전 너희가 일제발포하던 그날 본것이 정확이 그여자가 맞냐?
"예...중대장님...사실 위병소앞에서 A급이랑 근무서던날 A급도 목격하고
길옆 낭떠러지로 달려가는걸 말렸었습니다..."
"몇일전에본 여자도 분명 그 여자였습니다...목소리도똑같았습니다...
근데...솔직히 말년짬밥인 저도 애아빠를 찾아달라는말에 미칠것같았습니다..."
이야기들이 전부 일치하자 중대장이 이야기를하더군요.
"나도 방금 보았다...솔직히 그 전까지는 너희들이 그일과 근무스트레스 때문에
자꾸 헛것을 봐서 그런거같아 화가나고해서 너희를그렇게 갈궜는데 그게아닌거같구나..
나에게도 나타나서 애아빠를 찾아달라고 하더군....근데 이상한데
사고사례에서는 분명히 강간이었다고했는데 어떻게 그런 아기가 생길수있는거지...
그리고 왜 자꾸 애아빠라고 하는것일까...솔직히 난 그점이 의문이다...
그래서 내일 육군 교도소에 연락해볼참이다..."
라고 하더군요...
다음날...중대장이 육군교도소에 문제의 그녀석에 관하여 몇몇 질문등을 하였고.
몇일뒤 팩스로 전문이 도착했는데....참...사고친 그녀석을 미워한 우리가.
그 여자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못한 우리가...좀더 알려고하지못하고 무서워하기만한
우리가 그렇게 한심하고 쓰레기같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대략적인 전문내용은 그녀석이 자신의 상의를 찢어 목을 매었다는것.
그리고 유서를 남긴것인데.. 그 유서의 내용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유서의 내용입니다.)
우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싶어...정말 미안해...
처음 휴가를 나오던날 터미널에서 너를만났고. 4박5일동안 네생각만하며 지내느라
내가 뭘한건지도몰랐지...그리고 복귀할때 겨우받아낸 너의 전화번호...
그후 한동안 전화나 편지로 너와 이야기하고 일상을 공유한다는느낌이 그렇게 좋을수
없었어...정말 행복했었지...그리고 너와 내가 정식으로 사귀게된 첫외박...
세상이 내것이었어...고아라서 막 자란 나에게 넌 부모와도 같았고 여동생과도 같았으며
누나와도 같은 그런 나만의 여자였어...그래서 더욱 더 행복했지....
아무리 얻어맞아도,아무리 힘든일이 많아도 네 사진, 네 목소리면 그 모든것을 보상받을수
있었지...
그리고 나의 전역일이 가까워지던 어느 휴가날. 너의 임신사실을 알게되었었지...
그때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을거야.
가족의 온정이 무엇인지 모르던 나에게...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여겨져
정말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되었지...그 사실에 용기내서 복귀전날 찾아간
너의집...하지만 너의 아버지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셨지...
홀아비로 애지중지 키워온 당신의 둘째딸을 나같은 가진거라고는 쥐뿔도없는 놈에게
주기가 싫으셨던 것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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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아기가 보고싶어...처음 그 하룻밤에 생겨난 우리 아기가 보고싶어.....
나...정말 잘할수있었는데....좋은아빠. 좋은남편. 좋은 사위가 될수있었는데....
임신사실을 들켜서 쫒겨났다는 연락을 들었을때. 난 청원휴가를내어
이튿날 바로 네가있는 여관에 갔었고 우린 그날 밤새 서로 울었지....
그때 다짐했었어...비록 허락받지못한 결혼이라도 널 끝까지 행복하게해줄거라고.
태어날때가 다된 우리아기에게 부끄럽지않은 아빠가 될거라고...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일할수있도록 직장도 알아보았지...
그렇게 우리는 불행속에서나마 행복을 찾기위해 발버둥을 치고있었지....
하지만 그날아침...모든것이 무너지던 그날아침...너의아버지가 나를 경찰에 강간범으로 고발하면서부터 모든것이 무너졌지...난 현행범으로 헌병대에보내어지고.
전후사정을 다 설명해도 받아들여지지않았지...결국 난 이곳으로 오게되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가면 너를...그리고 우리 아이를 만날수 있을거라는 희망에 버티고있었
는데.....그 작디작은 소원 하나가 나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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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편지를 받았어...너의 아버지였어...나를 살인범이라고하더라...
그리고는 나때문에 딸이죽었다고....근데 왜 너는 뻔뻔하게 살아있냐고......
나...더이상 버티지 못할거같아...나도...너와 우리의 아이가있는곳으로 갈게....
그곳에 가서나마 너를 만날수있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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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읽은 중대장포함 우리들은...그저 할말을 잃은채 담배만 피워대기에 바빴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모든것이 설명이되었죠....
왜 죽어서까지 애아빠라고 불렀는지...어째서 없어야될 아이가있었는지...
그 중대원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웠는지.....
그들은 알고있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지못한 자신이....
거의 미쳐버린 그 여자가 위병소에서 억울하게 교도소에 가버린 남자를 애타게 찾는것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수 없었단 사실이....그때마다 그 여자를 찾아와 때리고 끌고가던
그 여자의 아버지를 보면서도 말릴수 없었단 사실에대한 죄책감과 공포로 얼룩져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우리는 그 유서를 부대앞 그여자가 목숨을 버렸던 그곳에 태우며
나직히 말하였습니다. 부디 좋은곳으로 가셔서 셋이서 행복하게살라고...
이제 그만 이승의 미련을 놓으시라고...그렇게 중대장을 포함한
그날의 목격자 십여명이서 한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종이가 다 타서 재만 되어 날릴때까지
계속....하지만 우리의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그 여자는 새벽이고 밤이고를 가리지않고 나타나서 더욱 매섭게 울기 시작하였고 그 여자가 나타날때마다 어김없이 사고의 연속으로 마감을 하기시작했습니다.
새벽에 부식을 손질중이던 취사병이 미친듯울부짖는 그 여자를 목격하고 깜짝놀라
식칼을 놓치는 바람에 발등에 칼이 박혔고.
야간근무자들은 허공에 총탄을 날리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야간근무때에는 실탄을 지급하지않는 특단의 조치까지 갔지만
결국 큰일이 한건 더 생기는 바람에 부대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됩니다.
그날 야간도 어김없이 상황실로 울음섞인 초소원의 무전이 들어오고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리와 악밖에 남지않은 중대장은 결국 5대기인 우리에게 실탄 장전을
명령하고 다시금 그 장소로 올라갑니다.
거기서 다시한번 미칠듯 울고있는 여자를 발견하게되고.
우린 이미 어쩔 힘도없이 그저 보고만있는데 중대장이 돌발행동을 하더군요.
중대장이 자신의 총을 장전하더니 매섭게 소리치더군요.
"야이 쌍년아. 왜 자꾸 우리에게 이러는거야 왜!! 우린 이미 어쩔수없을만큼 해줬단 말이다. 근데 왜 자꾸 우리애들한테 이러는거냐!! 그 중대가 아닌 우리에게 왜이러는것이냐고!
니 남편 죽은게 우리때문이냐 이 개같은년아!! 이리와! 이리와서 너죽고 나죽고 아주 담판을 지어보자 이 쌍년아!!" 라고 하면서 총을 겨누는데....우리는 깜짝놀라 그런 중대장을 말리기 시작했으나 이미 중대장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고. 총탄을 한발 발사하게 됩니다. 근데 하필이면 총을쏜곳이.. 아니 그 여자가 서있던곳이 저장탱크의 지상으로나온
파이프중 하나였고 그곳에 총탄이 박혀 기름이 새어버리는 일이 벌어진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글로 쓰는거야 간단해보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미치는줄알았습니다.
그 파이프에 총을 쐈다는건 재수없으면 그게 터져서 우리모두 자칫 죽을수도 있었던 상황이기에...결국 다음날 헌병대와 ㄱXX대가와서 중대장을 연행하고
우리에게서 자초지종을 듣고 더이상 안되겠다고 판단.
대대장및 기타간부는 전역.진급불가등의 딱지를 받고
얼마안가 부대는 해체시키고 우리는 뿔뿔이 흩어지는 신세가 되어 서로 다른부대에서
전역을 하게되었습니다....
지금와서도 생각하면 무서워지는 경험이고 사람의 한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 여파는 크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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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쓰는시간이 걸린것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서는 형이 옮겨적은걸 본건데 참...슬프기도하고...기분이 묘하더군요...
이래저래 사람이라는게 지독하고 무섭다는 느낌을 다시 받게 되었습니다.
전 조금쉬었다가 또 듣는 이야기가 있으면 다시 나타나 글을 쓰겠습니다.
제 인식코드는 항상 이름없음 ◆0aqPe//YPI 일테니 알기는 쉬우실듯...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기가 어떻게 되었는가에 대한 언급은 없네요.
귀신으로 나타났을때 아이를 안고있었다는걸로 봐선 아기도 같이 죽었을지도.
재밌게 읽은 이야기라 기억나서 가져와보았습니다.
출처 | http://threadic.com/occult/1304973342/l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