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거짓말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KBO가 말하는 클린베이스볼은 이제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공정과 신뢰가 아닌 그저 뒷수습에 급급한 불공정하고 비신뢰적인 리그다.
사건을 간단히 언급하면 지난 2013년 10월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전날, 최규순 심판(퇴직)은 두산 김승영 사장에게 300만원을 요구해 송금을 받았다.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28일 KBO는 상벌위원회을 열어 김승영 사장에게 엄중 경고를 내렸다. 물론 비공개였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비밀이었다.
금전이 오고 간 것은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제1항(리그 관계자들 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다.
최규순 심판과 김승영 사장은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최규순 심판이 비슷한 수법으로 여러 구단에 돈을 요구했었다는 전력이 알려지자 KBO는 고민했다.
KBO는 비공개 상벌위원회에 대해 구단 관계자도 피해자일 수 있으니 각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법적인 절차와 해석을 거쳐 엄중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가 열리기 바로 직전, 심판과 구단 고위 관계자의 금전거래는 누가 봐도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했다.
KBO는 여전히 판정 조작 개연성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사건을 바라보는 팬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데 정작 KBO는 사건을 덮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보기에 따라서는 KBO가 KBO를 감시하고 스스로를 용서한 느낌이다.
누가 봐도 단순한 '엄중 경고'로 끝날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KBO는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모두 파악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음주운전은 물론이고 승부조작 등 대형 악재가 이어졌을 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관성이 리그 전체의 뿌리와 근간을 뒤흔드는 구단과 심판의 불공정한 거래를 파악하고도 또다시 외면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사실이 밝혀지면 파장이 커지니 빨리 무마하는데만 급급했다. 이것이 KBO의 명예와 신뢰를 더욱더 추락시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던 `양치기 소년'의 모습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 KBO의 처신을 보면 안타 맞지 않으려고 승부를 계속 피하고 볼넷만 남발하다가 결국 만루홈런 맞는 장면이 떠오른다.
물론 입장문을 발표했다. 간단히 말하면 정중하게 사죄 드리고, 심판진에 윤리강령 서약서도 받았으니 향후 이런 일이 생기면 조사해서 무겁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틀에 박힌 사과는 이제 야구 팬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착각이다.
리그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 진짜 '클린베이스볼'을 위해서라면 말로만 하는 책임이 아니라 보여주는 책임, 그리고 건강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설령 외부의 감시자이든, 다른 어떤 방안이든 마찬가지다.
시대는 달라졌다. 스포츠,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라고 해서 적당히, 그리고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스포츠로 인해 나라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 바로 최근이다.
KBO의 권위는 지금 당장의 인기 하락이 두려워서 피하는 볼넷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리그의 올바른 전진을 위해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해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7041205058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