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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사장의 사퇴, KBO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게시물ID : baseball_1165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은연인
추천 : 0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04 11:27:27

두산 김승영 사장이 금전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하지만 KBO는 간단한 입장 표명 정도로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 하고 있다.

지난 2일 김승영 사장이 최규순 전 심판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폭로됐다.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을 단 하루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기에 파장은 컸다.

김승영 사장은 2일 오후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야구단 출신으로서 일찍부터 알고지냈던 사이였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서 돈을 빌려줬으며, 이후 같은 부탁이 들어왔을 때에는 합의금이 급하다는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KBO의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가감 없이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전 사장은 자신의 해명에도 논란이 확산되자 스스로 책임을 물어 사퇴를 결정했다. 그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돈을 빌려줬을 뿐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 의도는 절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대표로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고, 이로 인해 팬과 구단에 걱정을 끼친 사실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했다.

물론 김승영 사장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에도 팬들은 실망감을 거두지 않고 있지만 최소한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KBO는 2일 ‘전직 심판 금품수수 관련’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도자료로 배포했을 뿐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는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KBO는 “지난해 모 언론의 최초 보도 후 10개 구단에 KBO 소속 심판위원과 금전적 거래가 있었는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현직 심판위원 전원을 대상으로도 구단과 금전거래 등 이해관계 여부에 대한 일대일 면담을 실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김승영 사장과 최규순 심판의 금전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O는 해당 사건이 경기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 모니터링을 했지만 승부 개입에 대한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할 수 없었고, 승부에 대한 청탁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상벌위원회는 당사자들이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제 1항(리그 관계자들 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을 명백히 위반했지만 해당 구단 관계자 역시 그 일부의 피해자일 수 있어 개인의 입장을 고려한 후 법적인 해석을 거쳐 비공개 엄중경고 조치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백 번 양보해 김승영 사장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동시에 그는 규약 위반자였다. 야규규약 제155조를 위반한 것만큼은 엄연한 사실이다. 단순 개인 간의 금전거래였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의심받을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나 KBO는 엄중 경고라는 유명무실한 징계를 내렸을 뿐 아니라 사건을 내부에서 비공개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쉬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했음에도 리그 신뢰 회복을 위한 투명한 공개 대신 야구계에 몰아칠 파장을 우려해 사건 당사자들의 실체를 투명화하려 했다.

뒤늦게 모든 사실이 드러날 경우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KBO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KBO는 팬들을 만만히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박현준, 김성현의 승부조작이 알려진 2012년 KBO리그는 사상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지난해 다시 한 번 최악의 악재가 터졌을 때에도 역대 최다인 833만957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큰 실망에도 불구하고 야구 팬들이 재발방지를 약속한 KBO를 믿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KBO는 지난해 7월 “어떠한 고통과 희생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아픈 상처가 더 깊어지고 만연하기 전에 말끔히 소독하고 도려내 35년간 국민의 사랑으로 자라온 우리 프로야구가 앞으로 더욱 깨끗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노력을 다할 것이다”는 사과문과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

구본능 총재 역시 지난 2년 동안 신년사를 통해 클린베이스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정정당당하고 깨끗한 리그 확립’, ‘믿고 보는 야구, 찾고 싶은 야구장’을 외쳤다. 허울뿐인 말들을 늘어놓으면서 1000만 관중 시대에 대한 언급은 벌써 3년 째 되풀이 하고 있다.

KBO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친분을 차치하고서라도 KBO 소속 심판위원과 구단 관계자 간에 금전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야구관계자 및 팬들에게 정중하게 사죄드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판위원 전원으로부터 윤리강령 서약서를 제출 받았고, 향후 리그 관계자들간에 규약을 위반하는 이해관계가 발생할 경우 클린베이스볼센터를 통해 철저히 조사한 후 더욱 엄정하게 대처할 예정이다”는 틀에 박힌 입장을 되풀이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속아달라”는 속삭임처럼 들린다. KBO 스스로가 그런 인식을 심어줬다. 팬들은 “사죄드린다”는 영혼 없는 사과 대신 사태에 대해 확실히 책임지는 모습을 바라고 있다.

출처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704094506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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