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Explore The Earth -2
게시물ID : readers_237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핀
추천 : 0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27 21:09:54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점심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흘러 나왔다. 매일 바뀌는 이 특이한 취향의 음악이 도대체 누구의 선곡인지 들을 때 마다 궁금했지만, 한번도 누구에게 물어본 적은 없었다. 피아노와 색소폰 베이스 드럼만으로 이루어진 선율은 악기의 조합에서 나오는 재즈풍한 느낌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 경쾌한 소리였다. ‘이런 음악들을 매일 어디에서 찾아낼까?’ 하는 매일 같은 생각이 다시 들들 때쯤 헤더가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 소리쳤다.

박사님! 오늘은 햄버거 먹으러 가요! 햄버거 먹은 지 너무 오래되지 않았어요?”

하하 그거 신기하네요, 지난 금요일에 주임님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이랑 햄버거 먹었었는데, 그거 주임님 아니었어요?”

지난 금요일이면 벌써 3일 전이라고요! 게다가 월요일엔 더블 패티! 이런걸 놓치는 건 햄버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하하 그래요 가시죠, 거의 매일 먹는 햄버거지만 어디 오늘은 저한테도 그 각별한 애정이 생기는지 확인 해봐야겠네요.”

헤더는 탄탄한 몸매에서 넘쳐 나오는 건강미와는 주로 반대되는 이미지의 음식을 좋아했다. 탄산음료나 피자 혹은 치킨 같은 고 칼로리 음식 위주로 먹는 것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햄버거는 그야말로 찬양하는 수준 이었다. 거의 매일 이런 식단으로 음식을 먹는데도 그녀 몸에 변화가 없는 것을 그녀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 표현하곤 했고 그 선물을 죽기 전에 최대한 써야 한다고 했다. 그리섬도 마른 체격에 살이 찌지는 않는 체질이었지만 그녀의 식습관에 비교해 신체조건이 지나치게 우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그녀에게 과학자로써 그녀 몸을 연구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곤 했다.

잠깐만요, 오늘은 오후 업무는 공원이나 걸으면서 하죠?”

그리섬은 아침에 헤더에게 받은 데이터 시트를 주머니에 챙겨 넣으며 말했다. 그리섬에게는 특별히 정해진 근무 시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처음 BS사에서 입사제의가 왔을 때 회사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혜택 중 하나였다. 사실 제의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아직 나사에 근무를 하고 있는 중에도 그에게는 여러 기업에서 끊임없이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고, 나사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그의 능력은 우주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던 기업들에게는 눈독을 들일 수 밖에 없는 것 이었다. 애초에 경제적 풍요로움 보다는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 놓고 하는 것이 더 중요했던 그리섬이었지만, 국가 기관이 갖는 특유의 딱딱한 색채가 점점 강해지고 있던 나사는 그에게 애초 그가 기대했던 것들과는 점점 거리가 먼 연구들 위주로 요구하고 있었고 마침내 그는 나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가 나온 후 기업들은 마치 대형 스포츠 선수를 영입하듯 일대 스카우트 전쟁을 벌였었다. 그러나 그리섬이 다른 회사들을 제치고 BS사를 선택한 이유는, 회사가 의뢰하는 단 한 건의 Project를 맡아 정기적으로 Reporting 하는 조건으로 회사의 모든 기자재들을 제한 없이 사용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회사가 의뢰한다는 그 Project마저 지구-화성 왕복선의 비행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을 찾는 것으로 그리섬도 평소 관심이 있었던 것이었기에 결국 BS 사를 선택 했다. 그래서 다른 조건들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그리섬은 사실 자신이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다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자신이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만한 수준이었고 때때로 보여지는 세심한 배려들에는 감동을 받을 때도 있었다. 정해진 근무 시간이 없다는 것은 공원이나 해변을 걸으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던 그리섬에게는 참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리섬은 헤더를 만나게 된 것이 참 행운 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껏 그가 보아왔던 누구보다 똑똑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결과론적 이긴 하지만 자신이 하는 연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로 BS사는 그리섬에게는 최상의 선택이었다.

회사의 구내 식당이 아닌 헤더와 밖에서 먹는 점심은 아직까지 완전히 익숙해 지지 않았다. 밖에서의 점심은 연구실의 하얀 가운이 주는 신분의 통일성에 가려지던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가운을 벗고 헤더와 밖에 나가면 무덤덤한 성격의 그리섬조차 강하게 느껴지는 주변의 시선이 처음에는 단순히 헤더의 뛰어난 외모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횟수가 잦아지면서 사실 그 시선들은 헤더가 아닌 그리섬 자신에게 보내지는 어떤 의아함 혹은 신기함 같은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섬은 그런 시선들에 학창시절부터 익숙해 있었지만 어떤 때는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이 있어 헤더가 불편해 할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다행인 것은 헤더가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아했고, 오히려 그런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쓰는 그리섬이 더 신기한 것 아니냐고 되묻곤 했었다.

걸어서 10분거리에 있는 이 레스토랑의 햄버거는 헤더가 항상 지구 최고의 맛이라고 그리섬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 곳으로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식사 시간이 아닐 때도 늘 사람이 많은 그런 곳이었다. 출입문 바로 옆에는 길에서도 주방 안을 볼 수 있게 길거리 쪽 벽의 윗부분 반을 터서 유리로 만들어 놓았었다. 단골 손님인 헤더가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다 유리 안으로 한참 그릴 위의 햄버거 패티를 뒤집던 주방장과 눈이 마주치자 둘은 서로 손을 들어 인사했다. 정문을 지나 홀로 들어서자 주방장이 먼저 나와 아는 척을 했다.

어서 와 헤더, 월요일인데 네가 안 올 수 없지, 특별히 신경 쓴 패티 두 장 빼놨어! 별일 없지? 그리섬! 어서 와!”

남아프리카 출신의 주방장인 리치는 보디빌더 같이 단단한 근육질의 흑인이었지만, 섬세하게 만들어내는 그의 요리 솜씨는 원래 햄버거를 그리 자주 먹지 않던 그리섬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한번 확인해 보려고요, 햄버거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뜬금 없는 내 말에 리치는 헤더를 한번 쳐다보고는 무슨 상황인지 바로 눈치 채고는 대답했다.

그럼 오늘은 특별히 더 신경 써서 내보내야지!”

헤더와 리치는 서로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며 헤더가 그리섬에게 물었다.

정말 그게 혈액이 아닌 다른 것일 가능성이 있는 거에요? 내 생각엔 그럴 가능성은 제로라고 보는데, 따로 염두에 두고 있는 변수 같은 거라도 있어요?”

질문의 내용과는 달리 가벼운 말투의 헤더의 말에 그리섬이 대답했다.

혈액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진짜 혈액이면 그땐 어떻게 해야 될까요? 과학자로써 이 후 생길 무한한 물음표를 다른 사람한테 넘길 수 있겠어요? 어찌되었건 아직 우리는 회사에 소속되어 보수를 받으며 진행해야 하는 일이 있잖아요. 더구나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어찌 보면 그 곳을 관광지로 만드는 일인데, 이게 정말 그 어떠한 생명체의 혈액이라면 아무 고민 없이 지금 하는 일에 매진 할 수 있을까요?”

그리섬 역시 내용과는 무관하게 가볍게 지나치는 말투의 이 대답을 듣던 헤더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한숨을 쉬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