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가장 많이 먹는 약은 생리통으로 인한 진통제이다. 프론트의 내게 증상을 설명하며 참는 모습이 역력한 학생들에게 부담가지 않게 최대한 상냥히 대해 주려 노력하곤 했다. 병원과 약국이 먼 외지의 대학이기에 가장 많은 생리통 환자부터 피를 뚝뚝 흘리는 인근 공사현장의 응급환자까지 일단 우리 진료소로 방문했다.
나는 늦은 나이의 복무기간 중 1년간은 대학내 보건진료소에서 보냈는데 그 동안 보건진료소에 있는 총 60종의 약의 설명서를 다 읽고 성분을 검색하고 처방법을 비교해가며 여쭈어 이해한 후 정리하는 일을 자처했다.
앞으로 내 가족에게 필요한 상비약의 용도과 용법을 이해해서 필요할 때 적절히 판단해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인류가 지금껏 발견하고 발명한 약에 대해 찾아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웠고,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며 배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지식이었다.
서두에서처럼 가장 수요가 많은 생리통약을 보면, 당시 생리통약으로 우리가 보유한 약은 이부프로펜, 타이레놀, 우먼스 타이레놀, 펜잘큐, 이브퀵, 아스피린, 나프록센 등 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잘 듣던 약이 있으면 그걸 주고 없으면 문진을 통해 적절한 약을 찾아 주어야 했다.
예를 들어 우먼스타이레놀엔 붓기를 감소시키는 성분이 첨가되어 생리시 가슴이 뭉쳐 아픈 증상을 경감해주고, 생리통이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규칙적이면 아프기 하루 전부터 이부프로펜을 먹기 시작하는 등이다. 너무 아파할 때는 이부프로펜과 타에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모두 주고 1.5시간 후 차도가 없으면 다른 하나를 먹으라고 알려 준다.
연애를 하다보면 생리통이 심한 분을 만나기도 하는데, 때로는 심한 우울감과 짜증감을 동반한 경우도 있어서 특히 배려를 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그녀가 짜증을 내도 나는 그에 전혀 영향받지 않고 완전히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생리때에도 함께 있으며 간호해줄 수 있다.
생리통으로 신경이 곤두선 애인 옆을 지키는 것도 어느정도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인데, 방금 낸 짜증에 대해 급 소심하게 사과하거나 그녀의 간헐적인 감사 또는 사랑 표현은 나를 완전히 녹게 만든다. 난 바로 배터리 풀충되어 먹고 싶다는 걸 멀리가 사 오거나 필요한 집안일을 대신 해 놓고 마사지를 빙자한 스킨쉽을 시도하기도 한다.
30대 때에는 출산과 관련하여 생리통이 상당히 줄어든다고 한다. 이제 생리통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조금 덜 보게 되겠지만 여태껏 사랑하는 사람을 잘 간호하기 위한 노력과 경험들이 남은 생애에서도 소중히 사용될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남은 큰 일은 출산도 있고, 산후조리도 있고, 육아시 응급상황, 그리고 나이 들어서의 건강관리가 있을테니 말이다.
무심히 꾸준한 배려담은 간호야말로
가장 고요한 사랑 고백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