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눈을 떴다.
바닥에 빈대떡을 부치는 취미는 없었기에 곧바로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뛰어갔다.
화장실은 분명 내 방에도 있었지만 나는 아직 익숙치 않았기 때문에 거실을 가로질렀다.
꾸르륵 꾸웩.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속에 들어있던 것들을 게워낸다.
문뜩 거울을 바라본다.
그곳엔 분명 내가 있다.
나는 평소 하던대로 출근 준비를 하는중이다.
우선 바닥에 깔려있는 각종 잡지와 만화책들을 한곳에 몰아넣었다.
갑갑한 넥타이는 매지 않고 캐주얼 한 셔츠와 양복 상하의를 주섬주섬 챙겨입고 난후
집을 나와 건너편 아파트로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나올때 챙겨뒀던 망원경을 들고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
손가락끝에 차가운 감촉이 감돈다.
빨간 불이 들어온 13층 버튼. 내가 살고있는 층과 똑같은 층이다.
천문대에 도착했다. 망원경을 들고 계단을 한층 올라간다.
아니,정확히는 반층이다. 집과 집 사이에 있는 창문을 열고 망원경을 들어 초점을 맞춘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아침식사를 하고있는 남자와 별이 보인다.
나도 덩달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데굴 데굴 데구르르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음? 착각이였다.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쨌거나 시선을 민지에 고정했다.
민지가 누구냐고? 아까 말하지 않았던가?
나만의 별.
너무 좋아서 하나가 되길 원하는 상대다.
남자가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선다.
신이나서 망원경을 접고,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간다.
어느덧 나는 내 옆집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똑똑.
"여보 미안, 깜빡하고 놓고간게 있어서 다시왔어."
"아이 당신도 참,애들 가르치면서 본인 정신은 어디에 두고 다니는거람?
어라, 내가 애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였던가? 상관없다.
사랑스런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질인다. 아...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문이 열렸다.
"그새를 못참고 내가 보고 싶어진거야?"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안았다.
"풋 잠깐 잠깐 잠깐 간지럽다구!"
뭐지?
거친 반항과 불안한 눈빛을 예상했건만... 이렇게 쉬운 여자 였던가?
분명 그녀와 하나가 되고 싶다는 단순한 신념 하나로 이곳 까지 왔지만
막상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이니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상관없다.
그녀는 다른 누구도, 특히 그놈은 더더욱 아닌, 내 것이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전화가 울린다.
"기다려봐~ 전화 왔잖아~~ 여보세요? 하지말래두! 아 죄송합니다 여보세요? 아 당신이야? 오늘 회식 있다구? 그래도 일찍...... 잠깐만요, 누구시라구요?
여보라뇨? 그럴리가 없는데.....그야 그이는 바로 제 앞에 있는데....요?"
어라 그녀가 갑자기 반응이 없다.
식어가는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가슴을 만진다. 엉덩이를 주무른다.
"잠깐 당신! 오늘따라 왜이래? 놓고간게 있다면서 뭐하는거야 지금? 아침부터 발정난거야? 지나치잖아!!"
지도 맘껏 즐겨놓고선 이제와서 한발짝 뒤로 빼는건가?
밀당하는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이 년이 미쳤나?
화가 난다.
분명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엄격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컥.. 켁.. 당.. 당ㄷ.. 당신 왜그래 컥"
아름답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친.
아까보다 몇배는 더 맛있어보인다.
그녀의 숨통을 조였던 손을 놓고 옷을 벗었다.
"하아 하아 당신 미쳤어? 왜 그러는데 도대체!!!!!"
"왜긴...니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그러지."
그녀가 뭐라고 말을 했던것 같았지만 내 귀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자, 이제 그녀를 천천히 음미하자.
먼저 시작은 발가락부터.
그녀는 비명에 가까운 괴성을 질렀다.
아마 그놈은 이런 애무를 해주지 않았나보다.
이기적인놈.
그렇게 한참 맛을 보다가 문뜩 시선을 그녀의 얼굴로 돌렸다.
공포에 사로잡혀 바들바들 떨리는 입술...
아니,착각이였다. 떨리진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아 저 탐스러운 입술이란!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갠뒤 깨물었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까지 전부 맛봤다.
그제서야 어디론가 떠나갔던 내 정신이 돌아왔다.
고개를 숙여 사랑스런 그녀를 바라봤다.
어라 어디갔지?
그녀가 없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가 있었던 자리에는 고깃덩어리가 가득한 피웅덩이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맞다.
내가 먹었지 참.
잠깐만, 분명 그녀를 원했던건 맞다. 하지만 이건 뭐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상황인가?
먹었다? 내가? 그녀를?
머리가 깨질듯 아파온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때마다 피비린내가 난다.
속이 울렁거린다. 오바이트가 하고싶다.
아마 그녀는 나와 하나가 되고 싶지 않나보다.
흘러나오는 그녀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화장실로 내달린다.
변기 뚜껑을 연다.
문뜩 그녀를 내보내려던 찰나, 수면에 내 얼굴이 일렁인다.
응?
내 얼굴?
몸이 달아올랐다.
구토감은 멎었다.
시선을 불안정한 수면에서 돌려 거울을 바라본다.
분명 내가 있어야할 그 곳에 그 놈이 서 있다.
그 놈이 내게 복수를 하러 찾아왔나 싶어 먼저 주먹을 날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정말 그 놈이 찾아왔으면 하는 내 기대감은 거울과 동시에 깨져버렸다.
아무리 봐도 그녀석이다.
사실은 내가 그녀의 남편이였고 정신이 나가서 이런 짓을 벌였던가?
그럴리가 없다.
웃음이 나온다.
내 머리로는 이해할수없는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지자 정말 웃음밖에 안나온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재끼다가 문뜩 깨달았다.
그녀의 느슨했던 반응도 이해가 갔다.
나는 연극에 너무 심취했던 것이다.
이 녀석의 욕망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헛구역질을 유발했던 피냄새가 달콤해졌다.
후...
...
...
........
아아.. 벌써부터 그이가 보고 싶다.
오늘은 회식하고 온다던데...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