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조작의 대가가 아닌 '개인의 갈취'라고 판단했다."두산의 한 관계자가 4년 전 전직 심판 A씨의 은행 계좌에 현금 3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돈을 보낸 시기가 하필이면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둔 새벽이라 더 논란이 커졌다. 두산은 KBO 자진 신고 기간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KBO는 두산에 공개적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돈을 보내게 된 상황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두산 관계자는 그날 새벽 갑자기 A씨의 전화를 받았다. A씨는 "술을 많이 마시다 사고가 나 합의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이 돈을 내지 못하면 앞으로 심판 일도 하지 못하게 생겼다. 지금 300만원만 보내 달라"고 했다. A씨는 두산의 전신인 OB 선수 출신이다. 이 관계자와 오랫동안 알아 온 사이다. 두산 관계자는 결국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 300만원을 A씨 계좌로 송금했다.그러나 그 돈은 결과적으로 사고 합의금이 아닌 도박 자금으로 쓰였다. 양해영 KBO 사무 총장은 2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나중에 알고 보니 도박판에서 도박을 하다 돈을 다 잃어서 급히 자금이 필요했다고 하더라"며 "두산 관계자 외에 다른 야구 관계자나 선후배 야구인들에게도 그날 연락해 돈을 빌린 정황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A씨는 야구계에 잘 알려진 도박 중독자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이들이 야구계에 적지 않다. 그러나 나중에 그 돈을 도박으로 날렸다는 것을 알고도 행여나 경기 때 불이익을 받을까 봐 돌려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며 "결국 A 심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심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했다.개인과 개인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KBO도 처음엔 몰랐다. 그러나 지난해 중순 A씨가 구단들로부터 도박 자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KBO는 곧바로 각 구단에 공문을 보내 자진 신고를 촉구했다. 그 과정에서 A씨도 KBO 운영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들었다. 승부 조작과는 연관 짓지 말아 달라. 개인적인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것"이라며 "오히려 나로 인해 괜한 오해를 받은 야구 선후배들과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두산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KBO에 자진 신고했다. 곧바로 재정위원회가 열렸다. 양 총장은 "일단 구단 관계자가 심판에게 돈을 줬다는 점에서 규약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재정을 했다"고 했다. 두산 관계자를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어 A씨를 추가 조사하기 위해 다시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미 잠적한 뒤였다.
양 총장은 "A씨와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주위에 친분이 있던 다른 심판이나 관계자들에게도 수소문했다. 그러나 다들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며 "추가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찜질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휴대전화도 요금을 내지 못해 끊겼을 것"이라고 했다.
A씨가 나타나지 않으니 더 이상 재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KBO는 돈을 빌려준 구단 관계자에게 경고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일단락했다. 양 총장은 "돈을 건넨 시기가 미묘했다 하더라도, A씨가 해당 구단 출신인 데다 빌려준 돈이 구단 돈이 아닌 개인 돈이라는 점을 참작했다"며 "개인과 구단에 일단 경고 조치를 취했다. 특별한 징계를 내렸다면 공개를 했겠지만, 징계가 없었기에 따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