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290년간 업무일지 군영등록에 기록.. 당대 생활상-하멜 관련 사연도 등장
“남소문 안쪽 빈 땅을 집 없는 병사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라.”
1679년 6월 23일 즉위 5년을 맞은 숙종이 내린 전교다. 직업군인인 훈련도감 병사들 중에는 지방 출신이 적지 않아 식구와 함께 남의 집 행랑채 등을 빌려 사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폐쇄됐던 남소문(서울 중구 국립극장 인근)이 개방되자 남소문 안쪽의 너른 빈 땅을 일부 양반이 차지하려고 했다. 이에 병조판서 정유악이 집 없는 군인들에게 이 땅을 주자는 의견을 내자 숙종이 따랐던 것. 현대의 ‘군인 아파트’와 같은 주거복지 정책이었던 셈이다.
조선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벨테브레이(박연)의 훈련도감 근무기록이 적힌 훈국등록.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 같은 기록은 훈련도감의 업무일지인 훈국등록(訓局謄錄)에 나온다. ‘기록의 나라’ 조선은 병영일지도 꼼꼼하게 남겼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은 훈국등록을 비롯해 어영청 총융청 수어청 금위영 등의 업무일지인 군영등록(軍營謄錄)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이배용 한중연 원장은 “지난해 국내 후보 선정 심사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이만한 분량의 원본 병영일지는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밝혔다.
군영등록은 1593∼1882년 290년간 군영의 일일 업무를 기록한 것으로 한중연과 서울대 규장각이 모두 689책을 보유하고 있다. 조선의 주요 장수와 관련된 내용은 조선왕조실록 등 다른 사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병사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는 군영등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