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투수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7, 28일 이틀동안 10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6점이 쏟아졌다. 사직에서 격돌한 LG와 롯데는 이틀연속 연장 12회 혈투를 펼쳤고 KIA는 광주에서 삼성에 24점을 거둬 들였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완화될 것처럼 보이던 타고투저 현상이 들불처럼 다시 일어나고 있다.각 팀 사령탑은 “경기 수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은다. 10개구단 체제로 전환되면서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29일 현재 팀 방어율 4.82, 팀 타율 0.282가 리그 평균 수치다. 각 팀이 한 경기에 평균 5점씩은 준다는 의미다.아마추어 현실을 배제하고, 프로에서 투수들의 성장이 더딘 이유가 늘어난 경기 수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KIA를 비롯해 롯데, LG, 삼성 등 대부분의 팀이 불펜난을 호소하고 있다. NC와 넥센은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데도 버거워 보인다. 타력이 뒷받침되는 팀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팀 감독은 “일본프로야구는 평균 팀 방어율이 3점대, 팀 타율이 0.250~0.260대더라. 메이저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타격 30위 중에 29명이 3할 타자(28일 현재)다. 투수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팀 감독은 “NC가 리그에 참가한 뒤 사흘 휴식을 취할 때 잠깐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됐다. 구단별로 돌아가며 휴식을 취할 때 투수들도 함께 쉬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듬해 타자들이 휴식에 맞는 훈련법을 익히면서 타고투저 현상이 강해졌지만 기본적으로 투수들은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3년은 팀 방어율 4.32, 팀 타율 0.268로 타고투저 현상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3점대 팀 방어율로 시즌을 마친 팀도 네 팀이나 있었다.
베이징올림픽으로 리그를 중단한 2008년에도 마운드 강세가 돋보였다. 당시 팀 방어율은 4.11, 타율은 0.267에 그쳐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에는 윤석민, 양현종(이상 KIA), 김광현(SK), 류현진(LA 다저스) 등 젊은 투수들이 대거 등장해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은 시기이기도 했다. 선수 선순환과 올림픽으로 인한 휴식 등이 겹쳐 투수들이 고개를 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타고투저로 난타전이 펼쳐지면 야구를 잘 모르는 이들을 팬으로 끌어 당기기 쉽다. 그러나 리그 전체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하고 국제경쟁력도 떨어진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메이저리그처럼 40인 로스터를 도입해 그 안에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25명을 매일 선정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경기 수를 축소해 리그의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