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똥게에 올라오는 잔인한 이야기들을 베오베에서만 접해왔다.
지금 이 똥글을 쓰려고 똥게 아이콘을 찾느라 한참이나 헤멨다.
그 정도로 내게 똥게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혹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 결국 사단이 나버렸다.
오늘 아침 9시 30분, 한여름으로 접어드는 7월이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아침이 꽤나 상쾌했다. 그 일이 발생하기 전까진 말이다...
나는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은행에 가는 길이었다.
내 오른손에 달린 큰 비닐봉투에는 동전들이 가득했다.
어제 나는 저금통을 봉인해제했고, 일일이 분류한 후 봉투에 옮겨담았다. 그리고 오늘 은행에 지폐로 환전하러 가는 길이었다.
잠깐 요 앞에 은행에 갔다오는 일이었지만, 혹시나 추레한 모습으로 잔돈 바꾸러가면 참 할일없는 놈으로 보일까봐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상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
상쾌한 아침, 새것 느낌 가득 나는 반바지, 곧 생길 따끈따끈한 지폐들, 정말 그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기분!
그렇게 룰루랄라 하며 걷다가 문득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개똥이었다.
개똥을 보며 속으로 나는 '어렸을땐 아침에 개똥보면 재수없다는 미신이 있었지, 후후'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개똥이 사건의 복선이자 경고였을 줄이야.
그렇게 은행이 있는 블록에 건너가기 위한 횡단보도에 다다랗을때, 엉덩이에서 신호가 왔다.
묵직한, 무형의 gas가 내 안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그 신호를 분석해보니 소리가 심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과 하지만 냄새는 심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거리는 한적했으니, 나는 과감히 그 탈출을 허락해주었다.
슈스읍-
녀석이 빠져나온 순간, 나는 녀석에게 배신 당했음을 알아차렸다.
교활한 녀석이 술수를 쓴 것이었다.
녀석은.. 녀석 혼자만 빠져나온 것이 아니었다.
녀석은 건더기와 물을 함께...데리고 탈출을 감행한 것이었다...
그 사이 횡단보도를 건넌 나는
'아, 아닐꺼야, 설마...'하며
통로가 있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내 손이 닿은 그 곳엔 녀석이 탈출한 흔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팬티에만 조금 지렸겠거니, 은행 화장실가서 뒷처리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태는 매우 심각했다.
손을 보니 녀석의 갈색 흔적이 뭍어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더이상 은행에 갈 수 없었다.
다시 집에 가야 했다.
그 순간부터 더이상 상쾌한 아침 날씨가 아니었다.
햇살이 화살처럼 온 몸에 박히는듯한 찌는 날씨가 되었다.
새로 산 내 신상 반바지는 더이상...더이상...신상 반바지가 되지못...크흡...
정말 다행히 내게는 커다란 비닐봉투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서 뒷짐을 쥔 것처럼 봉투로 엉덩이를 가리고
집으로 걸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지를 벗고...팬티를 벗고...세탁을 했다...
혼자 있고, 혼자만 아는 일이지만
온몸 가득 느껴지는 수치심...
결론 : 여러분, 물방귀 조심하세요...똥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