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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책과는 다른 그리스 정보. - 대중교통편
게시물ID : travel_165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살이다
추천 : 12
조회수 : 1610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6/01/24 09: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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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보들이지만, 문득 생각났을 때 정리해두는게 좋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전 그리스에서 약 2년 정도 살았습니다.

그다지 오래 거주한 것도 아니고, 아테네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지방의 중소도시에 사는데다 그리스어는 2세 유아들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워낙 여행을 좋아하고, 그리스엔 여행지가 너무나도 많아서 가능한 한 많은 곳을 여행하다보니 쌓인 실전 지식을 좀 나눠볼까 합니다.

IMG_2752.JPG

제가 사는 요아니나는 이런 시골입니다.


지난 여름 구제금융 사태로 그리스 여행을 취소하는 지인도 보았고, 한국 분들에게 그리스는 그다지 인기있는 목적지가 아닌 듯 합니다만

그래도 간혹 있을지 모를 그리스를 맛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실전 정보를 드려볼까 합니다.


그리스의 교통수단

그리스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통 수단은 버스입니다.

유레일 패스에 그리스의 국철인 OSE ('오세'라고 읽습니다.)가 포함되어 있는 바람에 그리스에서 철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를 간혹 보았는데,

그리스의 철도는 우리나라처럼 전국에 뻗어있는 것이 아니라 빠뜨라-아테네-테살로니키를 잇는 하나의 라인 밖에는 없습니다.

물론 이 메인 라인을 중심으로 마이너한 라인들이 있긴 하지만 (ex. 펠로폰네소스 반도), 그리스인들은 도시와 도시를 오갈 때 대부분 버스를 이용합니다.

File:Greek railway network.svg

그리스의 철도 노선. 못가는 곳이 참 많죠?


그리스의 버스 KTEL

그럼 이제 버스에 대해 책에 나오지 않거나 책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리스의 시외버스는 KTEL이라고 하며 '크텔'이라고 읽습니다. 케이텔이라고 하면 아무도 못알아듣습니다.

아테네나 테살로니키 같이 큰 도시는 한개 이상, 지도에 있는 요아니나(제가 사는 곳입니다.), 빠뜨라, 라리사 같은 중소도시는 한개의 크텔 터미널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 터미널을 부르는 이름도 역시 '크텔'입니다.

그리스어의 특징 중, 같은 단어를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점이 있거든요.


아테네의 메인 터미널, 크텔 키피소스


우리 나라의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처럼 모바일 웹 같은 건 없고, 인터넷 예매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리스의 시외버스는 무조건 '현장구매'입니다. (간혹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봤는데, 하지 않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이는 뭘 의미하냐면,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행 버스 시간이 언제인지 미리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대부분의 주요 '크텔'들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영어 페이지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곳에 들어가서 버스 시간표를 어렵지 않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버스 시간표 자체는 그리스어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엔 구글의 힘을 빌려 각자 도생하시길 권합니다.


어찌어찌 해서 차 시간도 알았고, 이제 시간에 맞추어 크텔에 찾아가야겠군요.

돈이 많다면 택시를 타고 택시 기사에게 '크텔 빠라깔로!'(영: KTEL please, 한: 크텔 가주세요)를 외치면 '밀라떼 엘리니까!'(영: You speak greek, 한: 너 그리스말 할 줄 아는구나)라면서 매우 기뻐하며 목적지에 데려다줄 겁니다.

택시 운전기사가 난데 없이 'my friend'라고 부르더라도 당황하지 마세요.

그리스 사람들은 한번만 보면 다 친구입니다. 초면이라도 지금 봤으니까 당신은 친구입니다. 당신은 그저 지금 막 그리스 친구가 생긴겁니다.

만약 내가 돈이 없는 가난한 여행자다, 그렇다면 버스를 타고 가야겠죠.

시내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아스띠꼬 크텔' (astiko KTEL, αστικό ΚΤΕΛ)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만약 아테네나 테살로니키에 있다면 인터넷으로 버스 노선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 있다면, 일단 나가서 사람들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스에서 누군가에게 뭘 물어봐야 할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대학생을 찾으세요.

우리나라처럼, 그리스인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합니다. 대학생이라면 높은 확률로 영어로 대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만에 하라라도, 길을 묻기 위해 경찰에게 말을 걸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업무(길거리에서 노가리 까기)를 방해받았다며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기 전에 반드시 목적지로 가는지 물어보고 타시길 권합니다. '빠스 스또 크텔?' 이라고 물으면 되지만, 그냥 '크텔?'이라고만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리스의 시내버스는 간혹 번호가 같아도 노선이 약간씩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버스표는 길거리에 널린 kiosk에서 사거나 버스에 올라탄 이후 버스기사에게 직접 사는 방법이 있는데, 물론 버스에서 사면 더 비싸니 되도록 버스를 타기 전에 사시길 권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생긴 곳에 가서 '이스띠리아'(ticket의 그리스어)라고 말하면서 필요한 갯수를 손가락으로 보여주면 되겠습니다. (하나를 살 때는 단수형으로 '이스띠리오'라고 합니다.)


그리스의 kiosk.


아테네의 시내버스, 아스띠꼬 크텔 아씨논


이제 크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리스 크텔에는 목적지마다 매표소가 따로 있습니다.

여러 매표소 중 내가 원하는 목적지를 찾고(물론 그리스어로 적혀있습니다.) 표를 사시면 됩니다.

버스표는 무조건 현금으로만 살 수 있습니다. 그리스에선 대체로 카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현금이 없다면 대부분 매표소 근방에 ATM기가 있으니 당황하지 마세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빠뜨라 행 버스표를 사고 있습니다. 오른쪽엔 테살로니키 행 매표소네요.


그리스의 크텔은 대체로 정시에 운행합니다만 간혹 예고 없이 시간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현지인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니 팔자려니 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그리스의 국가 공휴일에는 특별한 공지가 없을 시엔 일요일 스케쥴로 운행합니다.

여행 일정 중에 그리스의 공휴일이 있는지 확인하시고 이동하시면 일정이 꼬이는 일은 없겠네요.

마지막으로, 그리스의 최대 명절인 부활절엔 버스 시간이 완전히 바뀝니다.

우리의 추석 명절 처럼 대부분의 버스는 단축 운행을 하며, 간혹 운행하지 않는 노선도 있습니다.

4월에 그리스 여행을 계획을 한다면 반드시 부활절기간 (빠스하, Πάσχα) 스케쥴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 부활절 휴가 때 로도스 여행중에 한국인 청년을 하나 만났는데 부활절 기간에 단축운행을 하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왔다가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아직도 버스 정류장에서 너덜너덜해진 가이드북을 쥐고 한숨을 쉬며 '책이랑 많이 다르네요'라고 탄식하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스의 페리

버스 다음으로 그리스에서 흔히 이용하는 교통 수단은 배입니다.

유레일 패스에서 일부 노선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동아시아 여행자의 로망 '산토리니'를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야 하지요.

그리스에는 매우 많은 여객 회사들이 여러 노선을 운항중인데요, www.gtp.gr 에서 쉽게 운항 스케쥴이나 금액을 찾아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greek travel guide의 페리 검색 화면


그리스의 페리 라인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뉩니다. 1. 에게해 2. 이오니아해 3. 스포라데스 제도

에게해 라인은 우리가 잘 아는 산토리니(씨라)를 포함한 키클라데스 제도를 비롯해 그리스 최대 섬인 크레타 및 아테네 인근의 섬들로 운항합니다.

허브 항구는 아테네 인근의 '삐레오스'(Piraeus)에 위치하며, 아테네 시내에서 지하철로 혹은 공항에서 급행 버스로 갈 수 있습니다.

이 에게해 라인 중 키클라데스 제도로 가는 페리는 삐레오스에서 출발해 여러개의 섬을 경유하는 형태로 운항하는데, 이 때문에 페리의 운항 시간이 매우 들쭉 날쭉합니다.

사람이 많은 여름 시즌의 경우 승/하선 하는데만 몇십분이 걸리기도 해서, 예정 시간보다 페리가 한시간 늦게 도착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니 감안해서 일정을 짜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키클라데스로 운항하는 페리는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만 운항합니다.

비성수기에 산토리니, 미꼬노스, 밀로스 같은 섬을 가고 싶다면 비행기로 가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오니아해 라인은 한국 사람들이게는 듣보잡이지만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부나 북유럽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히는 자킨토스나 케팔로니아, 코르푸로 운항합니다.

허브 항구는 요아니나에서 버스로 한시간 거리에 위치한 '이구메니짜'(Igoumenitsa)에 위치합니다.

이 중, 거리상 매우 가깝고 왕래가 잦은 이구메니차-코르푸 항로를 제외하고는 키클라데스 제도쪽과 마찬가지로 여름 성수기에만 운항 합니다.

참고로, 그리스 사람들은 대체로 에게해의 섬들보다 이오니아해의 섬들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아테네를 중심으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자킨토스나 케팔로니아는 아테네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간편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중부의 항구도시 '볼로스'(Volos)를 허브로 스포라데스 제도로 운항하는 스포라데스 라인은 영화 맘마 미아의 촬영지로 유명한 스키아토스와 스코뻴로스로 가는 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스키아토스, 스코뻴로스, 알로니소스와 그 주변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스포라제스 제도는 그리스의 해상 국립공원이 있어, 운이 매우 좋다면 바다거북이나 해달 같은 자연종을 볼 수도 있곘습니다.

물론, 아테네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스키아토스로 가는 비행기를 아테네에서 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스의 페리 루트. 에게안 라인의 위용을 보라.


답답한 서비스의 크텔과는 달리, 그리스의 페리는 모두 민영 회사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예매가 됩니다.

물론 이구메니짜나 볼로스 같은 항구에서는 예매하지 않고 현장에 가서 직접 표를 구매해도 되지만, 성수기 삐레오스에서는 표를 사기가 매우 힘드니 예매하시길 강권합니다.

한국에서 여행하시는 분들께서는 다른 항구를 이용할 일이 없으실 것 같으니 삐레오스의 경우를 예를 들겠습니다.

미리 표를 구매한 경우엔 예메 확인증과 여권을 들고 해당 회사의 부스로 가면 탑승권을 줍니다.

이 예매 발권 부스와 티켓 오피스는 서로 다르니 이 점 유의해서 잘 찾아가시길. 삐레오스 항구는 극심하게 복잡하고 커서 길찾기가 매우 힘습니다.

되도록 미리 도착해서 배를 놓치는 불상사를 방지하심이 좋겠습니다.


삐레오스 항구의 약도. 무지 넓습니다. ㅎㄷㄷ


대부분의 경우 그리스를 운항하는 페리는 자유석이니,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싶다면 최대한 빨리 타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 사람들은 대체로 무지하게 시끄럽습니다. 저같이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페리 내부의 소음이 견디기 힘들어 페리로 여행을 다니기 괴롭더군요.

역시 회사나 배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트렁크 처럼 부피가 큰 짐들은 배 한켠에 마련된 짐칸에 따로 비치합니다.

만약 내 짐이 사라질까 신경쓰이신다면 무시하고 그냥 객실로 짐을 들고 들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리스의 공중도덕은 개한테 준지 오랩니다.)

페리 내부에 매점이 있어서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 등을 사먹을 수 있는데, 무지 비쌉니다.

객실 내부에서 간단한 취식은 허용되니, 웬만하면 배를 타기 전에 먹을 것은 미리 사시길 권합니다.


페리 객실 한 켠에 위치한 짐칸.


이렇게 목적지에 도착하신 여러분은 사기꾼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있을 겁니다.

페리에서 막 내린 동양인 여행자들에게 웬 남자가 'my friend!'를 외치며 다가온다면 'no thanks'같은 말도 하지 마시로 그냥 무시하세요.

혹시 지도라도 하나 얻어볼까 따라갔다간 나도 모르게 내 숙소까지 가는 벤을 100유로에 타고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어차피 여행지의 항구에는 중심가는 물론 섬 내의 주요 마을로 가는 버스가 매우 자주 운행합니다. 버스비는 대체로 1유로에서 3유로, 많게는 5유로 내로 해결이 됩니다.

이런 여행지의 버스표는 따로 구매하는 곳이 없습니다. 그냥 버스에 올라타서 아무데나 자리잡고 앉으면 알아서 차장이 와서 목적지를 묻고는 표를 팝니다.

그리스 여행지의 바가지 유형과 사기꾼 대처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한번 중점적으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스의 비행기

어차피 비행기야 뭐 다 똑같은데 굳이 비행기 얘기를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그리스에서 국내선을 이용할 경우엔 몇 몇 곳을 제외하고는 에게안 항공이나 올림픽 에어를 이용해야 합니다.

원래는 국영이었던 올림픽 에어가 민영화 되면서 망했고, 그걸 에게안 항공이 인수해 지금은 한지붕 두가족으로 그리스 국내선 시장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현기차가 생각난다면 기분 탓입니다.

해서, 에게안 항공의 고객 서비스는 제가 경험해본 항공사 중 최악인데요.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이메일로는 문의를 할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소리냐 하시겠지만, 엄밀히는 고객센터 이메일 주소가 있고 홈페이지에도 떡하니 적어놓았지만 끔찍하게도 답장을 안합니다.

이는, 모든 일을 전화로 해결하는 그리스 사람들의 습성 때문인데요.

혹시나 에게안 항공의 항공권을 예매하고 문의해야 할 일이 있다면 국제전화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에게안 항공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한가지 더 있다면, 예약 변경에 관한 실질적 제약 문제인데요.

홈페이지의 예약 관리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변경사항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요금규정상으로는 날짜 변경은 물론 도착지나 출발지 변경도 가능한 항공권의 경우에도, 홈페이지에서는 날짜나 시간 외에는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엔 역시 전화를 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저처럼 그리스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국내 통화 요금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해외의 이용자가 사정상 예약을 변경해야 할 때는 애로사항이 꽃피우는 거죠.



원래는 여행지 바가지, 아테네의 우범지역, 식당 및 먹거리, 잘 안알려진 명소 같은 것들도 한 번에 적으려고 했는데 교통수단에 대해서 적다보니 길어져 버렸네요.

나눠서 올려야겠습니다.

뭔가 다 쓰고 나니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글인 것 같아 지울까 말까 하다가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올립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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