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권하는데 그걸 거부하는 것은, 그때까지 살아온 내 인생에서 그 순간이 유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의 불행은 거부하는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남이 권하는 데 거부하면, 상대에게나 내게도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틈이 생기는 것 같은 공포에 위협받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렇게 반미치광이가 되서 찾아다니던 모르핀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부한 겁니다. 요시코의 그 '천사 같은 무지'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던 걸까요. 나는 그 순간 이미 중독에서 벗어나게 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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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엘 가보니 인간실격의 번역본이 꽤나 많더라구요.
첫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문예출판사본을 업어왔는데, 다 읽고 검색하다보니 민음사 번역본을 더 많이들 추천하시더군요..
그래도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별로 같은 문장만 비교해보니 미묘한듯 뉘앙스가 차이가 있어 재미있네요..
<문예출판사>
-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 인간 실격. 이제, 난,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됐습니다.
<민음사>
-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북로드>
- 몹시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 인간 실격. 저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실격과 관련해서는 '이 소설을 읽고나면 많이 불편한가요?'라는 질문의 글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론 함께 묶여있는 '사양斜陽' 쪽이 뭔가 와닿는 게 있었습니다.
출처 |
『인간실격, 사양』, 다자이 오사무, <문예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