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수면신경과의원을 운영 중인 A원장. 한 환자에게 코골이 수술을 해준 그는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인데, 수술 받은 환자가 동생이니 수술비를 깎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거부한 원장은 찰나의 통화가 악몽 같은 현지조사의 서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마 뒤 심평원은 해당 의원에서 내원일 및 진료내역 허위청구 등 부당청구의 개연성이 있어 현지조사가 필요하고, 증거를 인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유로 긴급조사를 요청했다.
원장은 현지조사를 받는 내내 강하게 저항했다. 자신이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비급여진료는 왜 조사하는지 등에 대해 반복해 질문하거나 보복성 조사가 분명하다며 항의했다. 조사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녹음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A원장의 이 같은 태도가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한 것에 해당한다며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정지기간은 1년. 현행 처분기준에서 가장 무거운 내용이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는 최근 A원장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 처분취소 소송에서 복지부가 내린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원장이 현지조사를 방해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인정되지만, 정지기간 1년은 위반 내용에 비춰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기 위해 급여비용 청구 및 지급과 관련해 엄격한 통제 및 관리가 필요한 점은 인정되나, 위반행위의 동기·목적·정도 및 위반횟수 등을 고려해 업무정지기간의 2분의 1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는데 1년은 그 처분 중 가장 무거운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현지조사 절차와 방식에 대해 의료기관 종사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사실, A원장에게 이전까지 조사방해 전력이나 부당·허위청구 전력이 없는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현저히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