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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일 더러운일이 사람대하는 일인거 같아요 ㅠ
게시물ID : gomin_844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골약사
추천 : 6
조회수 : 181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9/12 23:20:13
안녕하세요 지방 대학병원에서 시간제 약사로 일하고있는 사람입니다.

주로하는 업무가 야간전담이나 주중, 주말조제파트 지원하러 출근한답니다.

지방에다 대학병원이다보니 이리저리 인력이 모자라거든요..;

특히 야간이나 주말에는 거의 쉴틈없이 일하고있습니다

보통 대학병원에서 약사가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일단 조제파트만 해도 크게 병동조제와 퇴원조제로 나뉘게됩니다

사실 주 업무는 병동제조라고 할 수 있죠.

병동조제란 간단히 말해 입원해 있는 환자앞으로 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면

약제부에서는 그 처방전이 용량이 맞는지, 병용금기약은 없는지, 보험수가 적용을 위해

배수처방을 조정해야 한다든지 하는것들을 조사하고

담당의와 컨설트하여 처방전을 올바르게 고쳐서 환자에게 최종적으로 이상적인 약이 투여되게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대학병원급즘 되다보니 입원환자도 장난아닐 뿐더러..;

주말에는 일부직원만 출근하기 때문에 업무가 배가됩니다 ;

여기서 업무에 딜레이가 생겨서 약 배송에 지연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이부분은 병동과 어느정도 서로 인식이 있기때문에 큰 문제는 안됩니다.

문제는 응급실 퇴원환자입니다.

바쁘게 병동 검수하는 와중에도 응급실 퇴원환자가 오게되면 최 우선으로 해 드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제한된인원이 작은 투약구만 바라보고 환자를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라

퇴원오더가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조제해 놓고 환자 오시면 가급적 빨리 드리고 보내는게

저희쪽이나 환자분이나 편하게 됩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그런데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숨쉴틈없이 오전 병동조제 업무를 수행하고있을때 였습니다.

아마 12시30분 즘 됐을때 얼추 오전업무가 조금씩 마무리 되 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쉴틈없이 일하고 혹시나 퇴원환자 와 있을까봐 투약구로 가 봤더니

한 중년남성분이 서성이고 계시더라구요;

피곤하더라도 일단은 퇴원환자 먼저 보내드리는게 우선이기에 여쭤봤습니다

"퇴원약 받으러 오셨습니까?"

그랬더니 투약구 앞으로 걸어오시더니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지금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시오?"

하시는 겁니다

종종 있는 경우였습니다. 환자분이 오래 기다리시는건;;

물론 저희쪽에서 업무를 빨리 처리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일단 사과드렸죠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주말엔 직원이 많이없어서 조제가 지연된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름 일 할때는 농담도 섞고 웃으면서 하지만 환자앞에선 어느정도 신뢰를 주어야한다는

작은 규칙이있어서 약간 무표정으로 말한거 같습니다.

"내가 수납하고 여기온게 11시 58분인데 지금 몇시요? 12시 30분 아니요?"

먼저 사과했는데도 화내시길래 저도 조금 기분이 언짢았습니다만

그래도 환자분께 화를 낼수는 없기에

"아 죄송합니다. 제가 퇴원담당은 아니라서 바로 못들어서 좀 지체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사람이라면 이정도 사과하면 좀 그러려니 해주실거 같은데

그분 하시는 말씀이

"아니 그럼 지금 당신이 안들었다고 책임이없단거요?"

그 말 듣는순간 솔직히 움찔 했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나랑 싸우려는건가?;;;

솔직히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지않겠습니까

우리라고 좋아서 퇴원환자 발목 묶어두는게 아니잖아요..

우리입장에서도 그분들 빨리 돌아가시고 우린 우리 할 일 하는게 제일 서로에게 좋은일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런 소리 들으니깐 좀 화가나고 할 말도 없더군요 ;;

그래서 뒤에서 보고있던 선배 약사분께서 오셔서

"아 죄송합니다~~"

하시면서 저보고 뒤로 들어가라는 제스쳐를 취하시더군요 ;;

그리고 그 중년남성분은 투약구에서 한 10분정도 행패(?) 부리시면서 ;;

아까 그 남자약사 나오라고, 뭐 자기 아내가 모병원 의사라서 이런 약국 돌아가는 사정 다안다면서 ;;

솔직히 저는 시간제 근무자로 이 병원 부장님과의 인연으로 아직까지 병원에 남아있는 사람입니다..

막말로 깽판치고 나가도 전혀 지장없는 사람입니다만...

차마 부장님께 죄송해서 그런짓은 못하겠더군요 ;;

다른직원분들도 다 말리고 ;;

뭐 그래서 결국은 제 선배약사분께서 잘 타일러서 보내긴 보냈는데 ;;

뭐 자기는 이런거 절대 그냥 못넘어 간다고 ;;

내일 전화하겠더 어쩌겠다 하시더라구요 ;;;

에효;;;

약사노릇하면서 이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름 시간제라도 병원약사라는 자부심을 갖고있었고

대부분의 환자분들 께서도 신뢰해주시고, 가끔 들리는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 소리 하나에 힘입어 밤낮 안가리고 일하는데....

고작 돌아오는게 저런 환자라 생각하면 진짜 화가납니다...ㅠㅜ

에효....말이 길었네요

그래도 이렇게 오유에 글을 쓰니깐 조금 풀리는거같네요...ㅎㅎ

꽤 긴 뻘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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