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입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의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료실을 나서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야. 나 임신이래! 응.. 심장소리 들었어. 어 건강한 것 같아."
아이아빠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핸드폰을 통해 전해져 온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다오.'
아직 나오지도 않은 배를 쓰다듬으며 기쁨에 들떴다.
아이아빠도 매번 정기검진에 빠지지 않고 함께 참석했다.
좋다는 음식과 의사를 통해 처방받은 영양제 들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태아는 이상없이 무럭무럭 자란다.
아이아빠와 매 검사결과를 가슴졸이며 기다리다 태아에 이상이 없다는
말에 매번 두손 부여잡고 감사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곤 했다.
양수검사 결과 이상없고 제대혈 검사결과 이상적이다!!!
우리아이... 구원의 천사...
아이아빠와 손을 부여잡고 울었다.
....
재민이는 잠들어 있었다.
앙상하게 마른 손은 차갑고 투명하기 까지 했다.
엄마는 재민이의 손을 부여잡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 재민이 힘들지... 조금만 참으면 나을 수 있어.
엄마, 아빠, 재민이 다시 셋이서 행복해 질 수 있어!!!"
뱃속 태아의 발길질에 엄마가 윗입술을 앙다물었다.
뱃속의 태아가 세상에 나오면 아픈 재민이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일곱번의 임신과 일곱번의 낙태..
여덟번째 임신 그리고 이상적인 검사결과...
우리아이... 구원의 천사...
"우리 재민이 조금만 있으면 건강해 질 수 있으니까 힘내 줘...
엄만 이세상에서 재민이를 제일 사랑해..
조금만 더힘내.."
작가 한마디 : 냉동고에 아들의 시신이 있지만 딸은 엄청 걱정하던 삐뚤어진 모정(부정)을 보고 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