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7년 개헌 당시 '경제 민주화' 조항인 헌법 119조 2항을 만들었다. 당시 그 용어를 어디서 착안했나?"독일 유학을 하면서 가장 안정된 시장경제를 봤다. 독일은 기업 경영에서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노사 공동 결정제'를 한다. 경제민주주의 같은 것이다. 사회 안정에 도움이 되면서 경제 효율에도 지장이 없다. 당시 내가 '경제 민주화' 조항을 넣으려니까 정주영 전경련 회장이 경제학자들을 데려다 놓고 나와 토론하자고 했다. 내가 '아무런 틀도 없이 제멋대로 하는 게 자본주의가 아니다'고 설명하자, 정 회장이 '괜히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신념이 대단하신 분 ―김 위원장은 이런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킹메이커'를 하고 싶은 건가?"나라가 정상적으로 가기 위해 이런 것들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좋은 대통령을 한 번 만들어봤으면 하는 거다. 내 욕심을 차리기 위한 것이라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 나쁜 사람이지." 김종인의 행보는 진짜 딱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겠다 싶네요. ―그전에는 정운찬·안철수씨 등과 접촉했다."정운찬은 20년 이상 만났다. 잘 커서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다. 서울대 총장 출마도 권했다. 2007년에는 대통령 후보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적극성을 안 보여 포기했다. 그 뒤로 사람이 변한 것 같더라. 안철수는 법륜 스님과 윤여준 전 장관이 권해서 두어 번 만났다. 대통령감으로 생각해 만난 적은 없다. 국회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도와줄 수 있지 않겠나 했다." 정운찬은 권력욕이 부족하고, 안철수는 대통령감이 아니라고 보셨네요. 이제와서 정운찬이 국민의당 합류하진 않을 것 같네요. 얼마전에 박영선의 주선으로 안철수와 만났다고 알려졌죠.
―결정적으로 왜 박근혜 후보를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나?"나는 '좀 탐욕스럽지 않은 사람, 그 주변이 심플한 사람, 이익집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한 번쯤 대통령이 되면 나라 기강이 세워지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소신이 강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책이라면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종인의 판단이 맞는 부분도 있고, 틀린 부분도 있습니다. 그도 사람이니까요. 진짜 박근혜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책에서는 엄청난 뚝심을 보이죠. 하지만 성정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네요.―소신은 알겠는데, '콘텐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다른 후보라고 해서 콘텐츠가 많은 것도 아니다. 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각 포스트에 한두 사람을 당신 머릿속에 갖고서 골라라. 일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까'라고 늘 조언해왔다. 대통령은 좀 바보스러워도 좋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콘텐츠가 없는 사람인데도 사람을 잘 써서 훌륭한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은 자기 능력보다도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문재인님의 눈은 어떤가요? 아주 정확하신듯하네요!
―박근혜 후보는 말을 귀담아듣는 편인가?
"내 말을 잘 듣는지, 다 수용했는지 아직 판단할 수가 없다." 속으셨어요ㅠㅠ
―보수 진영에서 김 위원장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아나?
"새누리당으로 개명하면서 내가 '보수' 용어를 정강정책에서 빼자고 하니 반응이 대단하더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준수하면 그만이지, 꼭 '보수'가 있어야 하느냐가 내 생각이었다. 복지 분배문제에 대해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한다. '선(先)성장·후복지'를 1960년대부터 해왔으나 실상 복지 분배가 안 됐다. 지금 자영업자 415만명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 이하다. 비정규직이 850만명이다. 이 두 그룹이 성인 근로자의 절반을 육박한다. 사회적으로 불안하지 않겠나." 김종인은 보수도, 진보도 아닙니다. 원칙적 민주주의자랄까요
―김 위원장에게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의 경제수석 시절 동화은행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개인적인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니다. 당시 선거 출마자들에게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하는 역할이 됐다. 노 대통령에게 동의를 받고서 했다.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체면을 굉장히 중시하는 사람이네요. 명분없이 자기가 한 말을 함부로 뒤집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5공·6공에서 잘나가다가 어느 날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간 것은?
"다른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데, 나는 한 번도 자리를 먼저 부탁해본 적이 없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에서 떨어져 나왔을 때 조순형 대표가 '정책정당을 해보려고 한다'고 해서 전국구를 맡은 것이다. 나는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올곧은 행보. 경제민주화만 바라보는 경제민주화 바보. 이 바람 한번 들어드려야 할텐데요.
―권력을 좇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노태우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제안했을 때도 내가 조건을 제시했다. 그걸 받아줘서 들어갔다. 김대중 정부 때도 '재경부 장관' 오퍼를 받았다. 그때도 조건을 말했다. '미친 사람이지. 한자리 주면 고맙다고 받아야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없던 일이 됐다." 이게 김종인 스타일을 바로 알려주네요. 원칙과 자기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은 항상 불통으로 공격받는데, 김종인 선대위장도 그런 식으로 공격받을까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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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뷰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의도, 정황유도 등이 숨겨져 있어, 김종인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든면이 있어 예전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김종인은 권력욕이 있기 보다는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인물로 판단되네요. 다만, 또다른 불통 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참 괜찮은 분인 것 같지만, 앞으로 신중히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