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을 포함한 최근 더민주당의 인재영입과 관련해서 과거 이야기지만, 의미있게 읽어볼만한 글이 있습니다.
최근 인재영입 방향 자체가 진보라고 하기도 뭐하고, 보수라고 하기도 뭐한 애매한 분들이 많습니다. 좋게 말해 전문가 그룹이고, 나쁘게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들이죠. '선명야당'만을 원하는 분들은 사실 이번 영입전략이 탐탁치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김종인은 과거의 전력때문에 보수로 치부되지만, 엄밀히 말해 보수라고만 보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그가 목숨을 거는 '경제민주화'라는 논제 자체가 진보적이잖아요. 이 모든 영입 인사에 대한 의지는 진보/보수로 향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일반 국민들에게 굉장히 설득력과 공감을 주죠.
진보의 색채가 희석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전 이런 영입방향이 굉장히 전략적이라고 봅니다. 박원순, 김부겸, 최문순, 안희정이 증명했듯이, 선명야당, 항상 선명하게 각을 세우는 길만이 승리의 길은 아닙니다. 외연을 확장하고, 전선을 뭉개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문재인이 그토록 지독한 흔들기에도 인재영입만큼은 자기가 꼭 하려고 했던 게 바로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총선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만드는 요소이자, 문재인이 단순히 뚝심만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죠. 문재인이 영입위원장을 고수한 건, 전략적인 부분에서 재평가되야 합니다. 문재인을 찬양하자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안철수에 대해, 박영선에 대해, 김한길에 대해, 탈당파들에 대해 독하게 한 마디 안늘어놓으시는 문재인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놓고 보면, 매우 일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 지양이죠. 온라인 입당 러쉬가 보여주듯이, 분열을 주도한 자는 안철수지만 그에 따른 명분과 실리는 문재인이 모두 취했습니다. 모든 사태들이 외부에 어떻게 비춰질지 계산됐다면, 오바일까요?
문재인 대표가 가는 길은 진행 과정은 답답하지만, 그저 정치초년생의 패기가 아니라 지독한 반성과 통찰에서부터 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그간의 무수한 통합과 연대는 구태세력을 품에 안고 진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승리를 위한 길을 표방했지만, 결코 승리할 수 없었죠. 덩치만 컸지, 따로 노는 손발이 있는 상황에서는 결코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은 이상만 너무 높아 실패했습니다. 이정희는 시원스러웠지만, 의도치 않는 결과를 유도해서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문재인의 길 역시 실패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가 가는 길들이 그저 뚜벅뚜벅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도 문재인이 답답하세요? 저는 오히려 더 믿음이 갑니다.
이제는 그가 단순한 정치 초년생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