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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골#6 삼총사의 패싸움 그리고 태권도
게시물ID : humorstory_443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걍하자
추천 : 40
조회수 : 195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1/19 10: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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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아침에 친구집에 놀러갔던 제이가 꼬리를 둘이나 달고 들이닥쳤다.

"하이, 아빠!"
"하이, 미스터 팍!"
"헤이, 영!"

"어, 그래."
손을 흔들며 돌아보니 녀석들은 벌써 제이의 방으로 사라진 후 였다.

인사하는것만 들어봐도 어느녀석이 왔는지 알 수가 있었는데,
'친구의 아빠도 친구다'
라며 제맘대로 나하고 친구먹은 녀석은 클린트였고, 클린트와는 정 반대로 말투와 행동이 예의로 똘똘 뭉쳐진 녀석은 브렌든이었다.
이 세 녀석들은 개성이 완전히 다르면서도 서로 잘 어울렸다.

브렌든은 모든면에서 딱 부러지게 행동하는 예의바른 아이인데 의외로 아주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사는데, 엄마가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네 번째 아버지를 맞이 했는데도 브렌든은 여전히 위축됨 없이 명랑하고 쾌활했다.

잠시 후 제이가 방에서 나오더니 우리에게 물었다.
"나, 브렌든 집에가서 슬립오버 해도 돼?"

아내와 나는 잘 알지 못하는 브렌든의 새 아버지집에  가서 놀다 자고 온다고 하니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승낙했다.

애들을 픽업하러온 브렌든의 엄마에게서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았는데 집이 이 동네에서 좀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다.
우리는 제이를 보내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밍차이의 중국부페로 향했다.

삐리리릭~ 삐리리릭~
우리는 막 잠이 들은 듯 했는데, 전화 벨 소리를 듣고 놀라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전화라니,  직감적으로 제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해서 나는 날라가서 전화를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브렌든 엄마였고, 아이들끼리 작은 트러블이 생겼는데 제이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는 것이었다.
휴우, 일단은 안심을 하며, 바로 출발 하겠다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함께 가겠다고 따라나선 아내와 함께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비포장도로의 시골길을 새벽 1시에 덜커덩거리며 달려갔다.

30분 정도 가다보니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고, 우리는 길 옆에 새워진 메일 박스에 적힌 주소를 확인하며 브렌든의 집을 찾았다.
집을 찾아 앞 마당에 차를 대자, 세 녀석이 뛰어 나왔고 뒤 이어 나온 브렌든 엄마에게서 대충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세 녀석들이 브렌든 새아버지의 아들들과 주먹이 왔다갔다 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제이의 발도 갔다왔다고...)
우리는 브렌든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는데 클린트가 함께 가겠다고 나섰고 브렌든까지 엄마를 졸라서 기어코 우리 차에 탔다.

나는 세 녀석을 뒷자리에 태우고 가면서 한 밤중의 집단 패 싸움에 대한 심문을 시작했다.

브렌든의 스텝 브라더들은 브렌든보다 두살, 세살씩 많았다.
그런데 하필 그 날 브렌든을 뒷마당으로 불러내서 신고식을 받으려 했던 모양이었다.
브렌든은 뭐가 못 마땅했던지 삐딱선을 탔고, 한 녀석이 브렌든의 멱살을 잡으며 사건이 시작 되었다.
클린트가 그 손 놓으라고 소리치며 덤벼들었고 주먹이 왔다갔다 했다.
제이가 싸움을 말리려고 다가서자, 한 녀석이 제이를 쳤고 제이는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의 아내와 나, 그런데 둘 다 열 받으면 훅 가버리는 성질이 있다. 예전에 부부싸움하다 둘이서 동시에 가버린 일이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 집안이 폭격을 맞아 있었다. 우리는 이틀을 풀타임으로 집 안을 청소하면서 굳게 약속했다. 한 사람이 먼저 갈려고 하면 다른 한 사람은 인내심을 쥐어짜서라도 절대로 가지말고 버티자고.
이건 우리들 집 안 내력이었고 제이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클린트의 얘기로는,
제이가 우당탕거라며 나가 떨어지는 소리에 모두 놀라서 쳐다 보았는데, 넘어졌던 제이가 벌떡 일어났고,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의 우상인 부르스리의 영화에서만 봤던 화려한 돌려차기가 눈앞에서 재현되었는데, 놀라고 감탄하는 사이에 덩치 큰 두 녀석이 주저앉아 있더라는 것이었다.

이 화려한 돌려차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 당시 미국에서는 태권도 열풍이 불었다.
일본의 가라데 도장과 중국의 쿵푸도장은 태권도에 밀려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었다.
특히 한국 아이들은 거의 전부가 어렸을때부터 태권도장에 다녔다.
학교에서 미국애들에게 기죽지 말라는 부모들의 배려였다.

제이도 LA에 있을때 태권도를 막 시작 했었기 때문에 이 곳에 와서 어느정도 여유가 생기자 우리는 이 근방에 태권도장이 있는지 알아 보았다.
다행히 이웃 큰 동네에 하나가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이곳 미국에서는 관장이나 사범이 외국인인 경우도 많은데, 여기 관장은 30대 초반의 한국사람이어서 반가웠다.
도장의 입구 현관에는 액션영화를 촬영하는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놓았는데 아마 관장이 삼류영화쯤 한 편 찍은것 같았다.
김사범이라고 했는데 같은 한국사람이라고 우리를 무척 반갑게 맞으며 어눌한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어렸을때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데 양부모의 배려로 어렸을때 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소질이 있었는지 하이스쿨때는 주 대표로 전 미주 대회에도 참가했었다고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는 한국에 가서 몇 년을 살았다고 했는데 그때 어떤 영화감독과 알게되어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고 제2의 이소룡이 되는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런데 촬영 도중에 영화사가 망해서 결국은 다시 미국으로 왔고 이곳에 도장을 차렸다고 했다.

김사범은 말하는 어투나 몸짓이 약간은 조폭을 연상케 했고 나하고 좀 친해지자 점점 수다가 늘었는데 주로 한국에 있을때 싸웠던 무용담이었다.

이 도장에는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한국아이는 제이 밖에 없어서 제이는 김사범의 특별지도를 받을수 있었다.

바로, 화려한 돌려차기.

가끔 사람들 앞에서 비지니스차원으로 김사범이 시범을 보이기도 하는데, 위로 뛰어 오른상태에서 몸을 휘 돌려 하이킥을 하는 그 액션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환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럴수 밖에 없는것이 그 돌려차기는 바로 영화를 찍기위해 화려하고 멋있게 보이도록 개발했고, 거기다가 촬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겠는가

아뭏든 제이는 김사범의 화려한 돌려차기의 전수자가 되어 개인지도를 받으며 3년을 다녔고 블랙밸트를 따고 나서는 조교 노릇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제이의 돌려차기의 등장으로 브렌든 집에서의 상황은 종결되었다.
영화에서나 봤던 화려한 돌려차기를 직접 본 녀석들이 모두들 멍해졌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제이가 어리고 몸이 가냘퍼 파워는 별로 없어서 맞은 녀석들도 별로 다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제이가 정신적인 충격을 좀 받은것 같았다.
그 동안 싸움이라곤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고 싶어했고 브렌든 엄마가 우리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제이가 싸운것도 이상했지만 돌려차기를 쓴 것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얘가 이제 쌈꾼이 되어서 조폭으로 크는것은 아닐까 잔뜩 걱정을 하면서 제이에게 물었다.

"제이야, 너 김사범이 태권도로 애들과 싸우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제이는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김사범의 말은 더 잘 들었다.

제이가 대답했다.
"사범님이 나보다 더 큰 쌔끼들이 찝적 대면 돌려차기로 턱쪼가리를 날려 뿌리라고 했어."

아, 진짜 미치겠다.
김사범 이 친구, 냄새가 좀 나더라니.
한국에 몇 년 있었다더니 조폭으로 취직해서 있었던것이 틀림 없었다.

하여간 이 패싸움 이야기는 온 동네의 아이들에게 퍼졌고 이곳 부모들은 영문도 모르고,
뜬금없이 태권도 배우게 해 달라는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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