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한 명이 감염 의심 상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14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35)이다.
이 남성의 가족에 따르면 그는 메르스 최초 환자가 두 번째로 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18일에 퇴원했다. 같은 병동의 다른 병실에 입원했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초기 역학조사에서는 격리 관찰 대상으로 잡히지 않았다. 이후 일주일 뒤인 25일 고열이 나자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갔다. 이 남성이 발열 등 의심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은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입원시켰다. 이 병원이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보건소에 신고하는 게 정상적 조치였다. 이후 사흘간 입원 치료를 했으나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병원 측은 “큰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소견서를 써서 환자에게 건넸다. 그때는 이미 이미 다섯 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온 나라가 떠들썩할 때였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를 한 뒤 지시에 따랐어야 했다. 이동이 불가피했다면 구급차를 활용하는 게 정상적 조치다.
결국 환자는 27일 오전 의사 소견대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에 갔다. 여기서 그는 1시간30분가량 버스를 타고 홀로 상경했다. 그와 함께 버스에 탄 승객들이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에 도착한 뒤 갑작스레 호흡곤란 증세를 느낀 그는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5분쯤 뒤 근처 소방서 구급대가 출동해 이 남성을 구급차에 싣고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메르스를 의심했고, 검사 끝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의 부친은 “아들을 이틀간 병간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등의 조치에 대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14번째 환자에게는 부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