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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저희 아버지가 자살을 하셨고 뒤이어 오늘 다른 분이 자살하셨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235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둘기남친
추천 : 8
조회수 : 89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18 20:39:00
 
지난 글입니다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26407
 
안녕하세요 저번에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글을 올렸던 딸입니다.
여러 분들의 애도의 말씀들 감사했습니다
지난 번에는 억울한 죽음에 관해 알리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서울시에 대한 이야기겠네요
 
사실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에게 저희의 이야기 같은 것들을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어떤 행동도 조심스러웠기에 저희 어머니는 더이상 글을 쓰거나 하는 행동들은 멈추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저 조용히 시청을 오가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자세한 이야기가 없어서 공감을 끌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저희 아버지 기계직으로 23년 전 말단 공무원으로 들어와 한평생 성실하게 일하시며 살았던 개미같은 공무원이었습니다
친가에 돌아가신 큰아버지를 대신해, 장남으로서 언제나 든든하게 할머니, 그리고 저희 가족을 지켜주셨고
누가 공무원 아니랄까봐 아주 고지식하고 청렴해서 따분한 사람이었지만, 항상 진실되었습니다
 
그 길고 긴 아버지의 공무원 생활에는 단 한번도 이변따위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오히려 워커홀릭에 가까운 정도로 열심히, 나름 긍정적으로 하셨구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여러 표창이나 상장들도 여섯개가량 받으시며 인정받으셨습니다
 
이런 사람이, 몇년 동안 일하던 재무과에서 벗어나 의도치 않은 부서의 빵꾸난 자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전임자는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은 채 부서이동을 해버렸고, 아버지는 간신히 전화로 나마 물어보고 하시면서
새로운 부서의 일을 꾸역꾸역하셨다고 합니다.
 
적응도 안되서 업무처리도 느린데, 업무는 나날이 쌓여만 가고 그와중에 이어지는 상사의 압박은 아버지를 더 괴롭게 하셨겠죠
원래 책임감이 원체 많아서, 저희에게 자기 힘들다고 이야기 평생 제대로 꺼내지도 않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살이 갑자기 8키로나 빠지고, 여태껏 보이지 않던 과한 음주로 인해 지쳐있는 모습들도 보이고
게다가 평생 안그러던 사람이 저희 동생의 손을 부여잡고 힘들다며 눈물까지 보이셨다고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말한 대로 정말 끝까지 자신의 힘든 속내를 오롯이 터놓지는 못하셨죠
 
저희 가족은 이런 아빠의 위태로운 모습을 보고 모두가 함께 나섰습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는 엄마와 동생이 외면한 것 같다 했지만, 말로만 답답하다하지 알고보니 끊임없이 챙겨주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저도 무뚝뚝한 딸이어서 아버지에게 낯간지러운 문자한통 안보냈는데,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며 소통하고자하고
생전 안하던 '아빠 집가고있어?'이런 말도 해보고...
 
제 동생과 엄마도 집에서 항상 아버지가 집에 잘 올 수 있도록 나서서 연락하고
저희 친가 식구들도 늘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는 11월 이후로 나아져가고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저희에게 들이닥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인것이죠
 
 
 
 
 
저희는 최대한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시청은 저희 뜻 대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따위 보여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는 역시 '역시나'입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16&aid=0000968557
 
최근 몇일전에 올라온 기사인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그냥 시청은 늘 형식적인 대답 뿐입니다.
저희 가족은 이 기사에 나온 철도 공무원 유가족처럼 특별위로금 학자금 취업알선? 이런것 다 바라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그리고 잇달아 돌아가신 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명예회복, 그리고 이것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서울시청 내 조직문화의 개선을 원하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그렇게도 들어주기 힘든 일이었을까요?
 
유서 한 장 없이 자살한 말단 공무원의 이야기는 말 같지도 않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고작 두 사람 목숨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시는 건가요?
사건이 일어나고 지금 한달이 다 되어가고있고, 아주 가관인 모습들만 보고있습니다.
 
일단 조사를 하는 과정부터가 엽기입니다.
원래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경찰에서는 그저 '자살/타살'여부만 가리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연달아 일어난 사건에 이제는 비리와의 연관성이 있는 지의 여부를 따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형사적'처벌이 가능한 범주 내에서만 하는 거죠
근데 시청은 또 그 조사 결과를 보고 움직이겠다고 합니다. 아니 애당초 짚어야 할 포인트 부터가 다른데, 왜 기다리고 있겠다는 거죠?
경찰에서는 형사적인 것, 그리고 시청에서는 조직 내부의 문제에 대해 짚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도, 여태까지 미비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 사건이 당장 해결될 것이라는 것도 수긍하고, 정중한 모습으로 잘 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저희 어머니가 아버지가 재직하실 때 친하셨던 몇 공무원 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청 내에서 '함구명령'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밖으로 노출을 하지 말라는 말이던, 아니면 개별 조사따위를 할 때던, 어쨌든 조용히 있으라는 것 아닙니까
그게 곧 이 일을 그저 묻고 지나치겠다는 말씀아닌가요
 
 
시청 안에서는 저희 아버지와 다른 분이 잇다라 투신한 자리인 비상계단을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캐비닛으로 막아놓았더군요
왜죠? 시청 내부의 문제로 일어난 자살이 아니라면 굳이 막을 필요도 없지 않았을까요?
 
http://sgno.or.kr/notice/press.htm?mode=v&bbs_data=aWR4PTc0Njcmc3RhcnRQYWdlPSZjb2RlPW5vdGljZTM=||
서울특별시 공무원 노동조합에서 올라온 글입니다
이렇듯 뉴스, 서울시 노동조합 등 많은 사람들이 조직 내부의 문제로 일어난 일임에 수긍하는데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요
 
저희 아버지와 잇달아 돌아가신 분. 서로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근무 기간, 일했던 부서(같이 재무과 내에서 근무한 적은 있으나 서로 업무자체가 다른 팀이었습니다), 가정환경 등
너무너무 다르지요. 하지만 두 사람을 난간 밖에 내 몬 것에는 '서울시청'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합니다
 
 
 
게다가 저희가 지금 더더욱 화가 나는 부분은 서울시장의 면담 거부입니다.
저는 이 일이 있기전까지,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님을 굉장히 존경했지만, 이 사건이후 보여주시는 행보들은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네요
23년간 몸담아 일한 서울시의 수장인 시장님이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대체 누가 이 일을 해결합니까?
 
시청의 조직체계 일로 내던져진 우리 아버지 사건은 늑장 처리되는 여느 관공서의 민원따위와 동일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로 가서 연락해보세요, 저기로 가서 연락해보세요, 좀 더 기다리셔야 합니다. 언제까지 이 말을 들어야 하나요?
 
조직 내부의 직원이 둘이나 잇달아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목숨을 버렸는데도 시장님이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저희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야하나요
그래요 물론 조사가 다 끝난 것이 아니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간접적인 의사만 보이실 겁니까?
면담을 하시기에 다른 급한 업무들이 그렇게나 많습니까?
시장님의 아들이 이런 처지가 되어도 그렇게 다른 업무 다 처리하고 나서야 처리하실건가요?
 
2016011613180545830_1.jpg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6011613180545830
 
이 사진을 보세요. 아주 기가막힙니다
직원을 가족으로 여기고 존중한다. 직원 개인의 삶을 충분히 인정한다. 직원의 의견을 소중히 경청하고 소통한다.
 
죽음으로 내비친 저희 아버지의 의견을 당신들은 과연 소중히 경청하셨습니까?
당신들에게는 외면하고싶고 창피한 사건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몸을 내던진 것이 당신의 아버지고, 자식이고, 남편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다 기다려달라' '아직 정확한 정황은 찾지못했다'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과연 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직원을 가족으로 여기고 있지도, 삶을 인정하지도, 심지어 의견을 경청하지도 않습니다.
허황된 말 뿐인 저 팻말은 대체 왜 세우는지 저는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대체 언제까지 함구하고 계실 것입니까? 언제까지 외면하시겠습니까
저희에게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나날들입니다
 
오늘 집에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도, 이렇게 추운 날 전기장판 틀고자라고 할아버지처럼 잔소리를 중얼중얼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지치거나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도 오지않아 하루종일 뒤척거리고 시체마냥 살아갑니다
아버지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딸로서의 죄책감, 그리고 이 사건이 없었다면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아갔을 우리 가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그 나날들이 당신들에게는 그냥 이것저것 찾아보고 조사하는 나날들이겠지요
이제는 인정하면서도 외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공직자의 이면이 이렇습니다 여러분
이런 상황을 보고도 공무원이 월급 꼬박꼬박나오고, 짤릴 위험 없는 직장인가요?
제가 볼때 월급은 꼬박꼬박나오고 짤릴위험없어도 목숨은 위험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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