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덕분에 한동안 드라마게시판에서 재미있었습니다. 내가 살아왔던 추억이라는 이름의 회상씬도 반가웠고 오랜만에 글이라는 것도 써보면서 즐거웠습니다. 이젠 드라마보며 감정이입하는 마누라도 이해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즐거웠던 올 겨울의 기억을 몇 자의 글로 기록하고 떠나려합니다. 시간이 흘러 오유에 썼던 글을 볼일이 생긴다면... "그래 그때 그런 드라마가 있었어!!"하겠죠.
마지막회 방송이 끝나고 게시판에 드라마의 결말을 놓고 말이 많군요.
대략 "제작진이 불친절했다"와 "충분히 개연성있는 결말이었다."나눠지든 듯합니다.
제작진이 불친절했던건 맞아보입니다. 정팔이와 덕선이의 시선으로 드라마를 꾸려오다가 갑작스레 택이와의 결혼이 불편한 겁니다.
정팔이의 시선을 쫓아오던 시청자들에게 설명했어야 하는 부분을 생략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삶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짝사랑하는 친구가 다른 놈과 사귀는 것을 알았을때..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에게 "재들 언제부터 사겼냐?"라는 질문을 하면
"몰랐냐? 붕신아" 혹은 "글쎄 나도 놀랐다" 정도인 겁니다. 첫사랑은 그렇게 혼자 두근거리고 혼자 감동적이며 혼자 후회하며 끝나는 겁니다.
조금 늦게 달려갔다거나 바라만 보고 있던 시간들이 그 놈보다 조금 더 길어서가 아닙니다. 그놈도 그놈만의 서사가 있고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친절했지만 개연성이 없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게시판에서 별로 이야기 되지 않은 에피소드이지만... 정팔이가 학교에서 문제 하나를 그냥 패스하지 못하고 집중하는 부분이 정환이의 첫사랑 실패를 보여주는 가장 결정적인 복선이었을겁니다.
아무튼 지금 사랑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세요. 둘이 풀었을때만 풀리는 문제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정말 다 좋았는데... 저에게 불편했던 부분은 택이가 바둑기사였다는 겁니다. 바둑 연구생의 생활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연애가 잘 다가오지 않았고... 이창호의 얼굴을 알기에 택이와 잘 매치되지 않았고... 마지막회에 포석단계에서부터 좋아했었다라는 류의 마무리는.."뭐야 계획된 반집승???"
암튼 미생의 장그래와는 달리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언제든지 막 떠들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생긴다면 다시 오겠습니다. 떠나는 기념으로 한마디 더....
시그널의 남자주인공은 귀신일겁니다. 어차피 남자주인공은 귀신 = 어남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