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구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공무원을 두고 분노가 들끓고 있다. 언론은 ‘무개념 공무원’, ‘미필적 고의 상해죄 적용할 수도’ 등의 굵은 제목을 달아 보도한다. 인터넷에선 이보다 더해 ‘구속해라’, ‘죽어도 안타깝지 않다’는 글이 올라온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대구의 첫 확진자가 감염 이후 18일 동안 신고나 자가격리 없이 돌아다녔으니까. 그것도 신분이 공무원이다. 사람들은 분노를 넘어서 적개심과 조롱까지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무엇인가가 감춰져 버린 느낌이 든다.
대구시가 만든 프레임이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진 이 공무원의 황당한 변명이다. 대구시가 언론에 흘린 말들이다. 사람들의 분노는 더 커진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격리된 이 공무원과 40분 동안 직접 통화를 했다. 그는 40분 동안 저런 황당한 변명만 했을까? 두가지 중 하나다. 그가 이상한 사람이거나, 대구시가 황당한 말만 추려내 흘렸거나다.
이 공무원은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대구시에 “13일 아침 9시께 첫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가 감염되고 17일째 되던 날이었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평균 5일 정도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짧게는 2일, 길게는 14일 정도 지난 후 증상이 발생한다. 14일 동안 증상이 없다면 자가격리를 해지해도 된다.’
지금까지 이렇게 설명해온 정부는 또다시 최대 잠복기를 넘긴 확진자가 발생하자 할 말을 잃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앞으로 아예 확진자들의 발병일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감염 17일째 되던 날 제 발로 메르스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를 찾은 이 공무원은 왜 14일만 지나면 괜찮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않았던 걸까.
정부가 메르스 환자 발생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겠다며 버티다가 비판 여론에 등 떠밀려 의료기관을 공개한 것은 지난 7일이었다. 이 공무원이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온 지 11일째 되던 날이었다. 정부가 자신있게 말하는 최대 잠복기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때까지 그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의 ‘제2차 진원지’라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때만 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누나는 사흘 후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이 사건이 공무원 한 명에 대한 분노에 머문다면 누가 이득을 보게 될까.
첫번째는 그에게 메르스에 대한 늦은 정보(의료기관 공개)와 잘못된 정보(잠복기)를 제공한 정부일 것이다. 두번째는 메르스 발생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겠다고 해놓고는 그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8시간 동안 숨겨온 대구시일 것이다.
공무원 한 명이 맞기에는 너무 모진 매다.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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