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운이 좋아 직장다니고 처음으로 2시간 조기퇴근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이런운이면 로또를 사야되는데~하고 후회하다가 문득 무언가 의미있게 내 운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안하고 예비중학생인 여동생과 허구헌날 집에서 뒹굴거리는
키는 185센티이나 철없는 고1 아들과 똘마니 딸을 회사로 불러 소녀상을 만나러 갑니다.
일본대사관을 검색하고 용산행 급행을 타고, 시골에서 처음 올라온 사람처럼 용산행이니
용산이 종점이다와 용산까지 급행이고 그 다음까지 계속 간다는 설전을 벌이다가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께서 종점이라고 알려주셔서 급하게 뛰어내리며 쪽팔림은 아이들의 몫이라고 떠넘기고
티맵까지 동원하여 소녀상과 만났습니다.
아직은 밝아 드문드문 서있는 경찰과 의경들도 그들만의 일을 하는구나하며 소녀상과 만났습니다...
괜히 울컥하여 콧물인양 훌쩍대며, 모여있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근처 gs에서 도움이 될까싶어 핫팩을 몇상자고 사고싶었으나 49개밖에 없어 아쉬웠지만
혹시 더 필요한게 있을지몰라 작은 금액을 봉투에 넣어 모금함에 넣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이 우라나라의 희망입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적고 아이들에게 쓰고싶은걸 쓰라고 했더니,
작은놈은, 고맙습니다. 드릴수 있는게 핫팩뿐입니다 ㅜ.ㅜ 라고 적고,
큰놈은 소녀상 꼭지켜주세요 . 파이팅(영어로) 쓰더라구요.
큰아이가 핫팩을 들고 작은아이가 모금함에 봉투를 넣습니다.
그러더니 큰놈이 용기내어 지키고 있는 누나들에게 핫팩을 건네며 화이팅! 을 외칩니다...
문득 그런생각을 했습니다. 여긴 어느나라 땅인가....우리의 아이들이 차디찬 길바닥에서 왜 이러고 있어야하나..
지켜보고 있는 경찰들은 어느나라 사람인가...가슴이 아팠습니다...
딸래미가 배가고프다하여 인사동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소녀상을 만나러가니,
거리는 더 어두워졌고 닭장차와 늘어난 승합차...경찰...의경들..
더 많아진 의경과 경찰때문인지 위압적인 분위기떄문인지 모르겠지만 작은아이가 겁을 먹습니다.
표정이 좋지않습니다. 집에가고 싶다고 합니다.
학생과 시민이 앞에나와 인삿말을하고 시도 낭독하고..차분하게 앉아서 웃기도하고 평화롭게
경청하고 있는 우리들을 굳은 얼굴로 둘러싸고있는...그들....
놀러가는 마음으로 어떨결에 따라나선길 은 작은아이에겐 어느순간
겁먹을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할머님들도 역시 아무것도 모른채 따라나선 길이 공포로 변했을 겁니다.
나의 어린 딸을 보며.. 같은 나이에 온갖 고초를 겪고 살아남았음에도
살아있는 삶이아닌...삶...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너무도 눈물이 났습니다.
나라가 지켜주지못하니 국민이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가슴 한켠에 돌덩이가 얹혀 있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