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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231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핀
추천 : 0
조회수 : 1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5 17: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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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오를 때쯤 빗방울은 제법 굵어져 있었다. 아직 결항이 걱정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는 조금씩 지면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높여가고 있었기에 제법 많은 양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나는 두 개의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넣고 언제나 그렇듯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한국에서 처음 대중버스를 탔을 때 느꼈던 한국식 운전 스타일이 그녀가 느끼기엔 위험하고 무서웠지만, 앞 좌석에서만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시야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 무서움에 적응하기로 했다. 버스가 시내의 몇 정거장을 지나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쯤 하나는 이어폰을 꺼내 휴대폰에 꽂으며 팟 캐스트앱에 즐겨 찾기 되어있던 몇 가지 방송 중 뉴스 방송을 틀었다. 평소 TV나 라디오 신문 등을 거의 접하지 않던 하나에게 팟 캐스트는 거의 유일하게 주변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더욱이 시사나 정치, 사회에는 별 관심이 없던 하나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정보는 경제관련 소식이었고 입맛대로 분야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팟 캐스트는 그녀에게 딱 들어 맞았다. 방송 서두에 사회자는 오늘의 중요 이슈들을 간단하게 브리핑 하는데, 오늘 방송에서는 경제관련 팟 캐스트에서는 이례적으로 기업이나 정책 등이 아닌 태풍관련 이야기가 첫 번째였다. 사실 벌써 며칠째 관련 뉴스가 여러 미디어에서 쏟아지고 있었지만 하나는 처음으로 현재 태풍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늘은 제법 굵어 졌는데요,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 아침 출근길에 평소보다 교통량이 더 많아 짜증이 좀 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10호 태풍 ‘카밀라’ 관련 뉴스가 너무 많아 사실 저희 방송에서는 따로 뭐 이슈로 언급을 해야 하나 좀 망설이긴 했는데 마침 여기 같이 진행하는 정인씨 가까운 지인이 기상청에 근무한다고 해서 내친김에 한번 연결해서 이번 태풍이 뭐가 이렇게 문제인가, 한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회자가 오프닝에서 일반 방송에서와는 다른 팟 캐스트만의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평소에 제가 항상 좀 놀렸거든요, 어디 놀러 가면 전화해서 ‘야 나 언제 어디 가는데 비 오냐?’ 아니면 ‘야 나 오늘 세차했는데 비 왜 오냐? 미리미리 공지 안 하냐?’ 뭐 이렇게요. 오늘에서야 제대로 써먹겠네요 하하하”

 

함께 진행하는 사람의 말에 사회자가 다시 이어 말했다.

 

“하하하 친구분이 비를 내리시는 건 아니잖아요 기우제를 친구분한테 지내야 되는 건가요?”

 

“아니요 그렇다기 보다는 제 주변 친구들은 그 친구가 무슨 뭐 데이터 분석하고 이런 상상이 안돼서요 그냥 비를 내리는 어떤 분이 ‘야 나 언제 어디에 비 쏜다?’ 뭐 이렇게 알려주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

 

사회자 둘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비를 쏜다니요 하하하, 일단 전화로 연결을 해서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네요”

 

신호 연결 음으로 일기예보 때 주로 많이 쓰였던 Frank Mills에 The happy song이 흘러 나오자 사회자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와 친구분 센쓰! 본인 일에 자부심이 대단하시네요 하하하”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정진욱 김정인의 미리 보는 경제’ 저는 정진욱 입니다.”

 

“아 네네 안녕하세요?”

 

“사실 전화연결을 부탁 드렸을 때는 이번 10호 태풍 ‘카밀라’에 관해서 몇 가지 여쭤보려 했는데요, 정인씨가 전화 연결 전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셔서 먼저 이것부터 확인을 해 봐야겠네요. 비 오기 전에 ‘어이 나 언제 여기에 비 쏜다’ 라고 사전 연락 해 주시는 분이 계신가요? 하하”

 

“아.. 그런 거는 아니고요, 참 정인이 그 친구가 과학이라는 학문에 너무 무지한 게 아닌가?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친구가 어떻게 경제학 박사를 땄는지가 매우 미스터리 합니다”

 

사회자와 그 기상청에 일한다는 공동 사회자의 친구는 이런저런 농담으로 대화를 이어 나가다 겨우 본론에 들어 갔다.

 

“사실 그 동안 여름이 되면 수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을 한적이 있었고, 정말 큰 피해가 있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번 태풍이 이렇게 크게 이슈화 되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렇죠, 보통 우리가 최대 풍속이 초속 17.2m를 넘어가면 태풍이라고 부르고 33m가 넘어가야 강한 태풍이라고 부르는데 사회자님이 지적하신 데로 이번 태풍은 한반도에 크게 피해를 주었던 기존의 태풍에 비하면 그 영향력은 지금 약 1600Km로 매우 넓은데 비해 최대 풍속이 중심부를 기준으로 20m에서 약간 모자란 정도여서 바람에 의한 큰 피해는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 입니다.

그런데 이번 태풍이 기존의 태풍과 비교해 특별한 점은 중심지와 날개 끝부분의 풍속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데다가 이동이 매우 더딘 속도여서 소멸시기를 예상하기 매우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코리올리 힘이라고 보통 태풍이 발생하면 북반구에서 반 시계방향으로 이동을 하고 위쪽으로 올라오면 해수 온도가 떨어지면서 소멸을 하는데, 이번 태풍은 이동속도가 매우 느리고 세가 줄지 않아서 여기 기상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기상이변이 아닌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거죠”

     

“아, 그럼 지금 특별히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것은 뭐 없는 건가요?

 

“뭐 일단 이번 태풍이 갑작스럽게 북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강한 바람에 의한 태풍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만, 만일 이번 태풍이 발생지에서 이동하지 않고 세를 계속 키워 나간다면 많은 비에 의한 비 피해가 예상되죠. 따라서 계속 예의 주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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